오 대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주거 브랜드 ‘래미안’의 영토 확장을 통해 도시정비사업 일감을 확대해 온 점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 다만 도시정비사업은 특성상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 이에 오 대표의 재연임 명분은 도시정비사업보다 해외시장 개척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 ▲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삼성물산> |
6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전날 열린 서울 강남구 대치 우성1차·쌍용2차 재건축사업의 두 번째 현장설명회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두 차례 연속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으면서 삼성물산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물산은 이번 사업을 수주하면 대치동에도 ‘래미안 타운’을 조성하게 된다. 지난 4월 이곳과 인접한 대치쌍용1차 재건축사업도 수주한 만큼 조합에 이러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앞으로 인근 지역에서 강남권 정비사업의 대어로 꼽히는 ‘우선미(개포우성 1·2차, 대치선경 1·2차, 대치미도 1·2차)’ 수주전에서도 삼성물산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대치은마아파트까지 GS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권을 확보한 만큼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수주 과정에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원조 ‘래미안 타운’을 구축한 반포에서도 이 같은 전략을 앞세웠다.
지난 6월 신반포 19·25차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 래미안 퍼스티지와 원베일리, 원펜타스, 트리니원 등을 시공한 경험을 내세워 포스코이앤씨를 제치고 시공권을 확보했다.
삼성물산이 재개발·재건축 일감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며 새로운 성장축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시범아파트와 목화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수주해 지난해 대교아파트에 이어 래미안을 여의도에 안착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연간 10조 원이 넘는 시공권을 확보했다. 9월 말 기준 삼성물산의 수주잔고가 37조 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연내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목동9단지와 미아2구역 등 단독입찰 가능성이 높은 대어급 사업지도 남아 있다.
이처럼 건설업계에서는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둔 오 대표의 주요 성과로 주거 브랜드 ‘래미안’의 입지 확대를 꼽는 분위기다. 2024년 연임에 성공한 오 대표의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삼성물산이 주거 브랜드 ‘래미안’을 앞세워 도시정비시장에 복귀하고 적극적으로 일감을 늘리기 시작한 시점도 오 대표가 처음 취임한 2021년과 맞물린다.
과거에도 삼성그룹 내에서 주거 브랜드 ‘래미안’의 안착을 경영 성과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2000년대 오 대표보다 더 오랫동안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이끈 이상대 전 부회장은 ‘래미안의 산증인’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도시정비사업은 특성상 수주가 실제 실적으로 반영되기까지 불확실성이 크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기존 건설사와 사업 주체는 물론 다수의 소유주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진행해야 한다. 이에 시공권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공사 실적으로 반영되기까지 다른 건설사업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공시상 수주 실적으로 인식하는 기준도 건설사마다 다른데 삼성물산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시행인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삼성물산이 올해 3분기에야 잠실주공5단지와 대치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수주 실적으로 인식한 것이 대표적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2000년, 대치은마아파트는 2002년 삼성물산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사로 선정됐다.
올해 삼성물산의 호실적도 도시정비사업보다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관계사 물량을 중심으로 한 하이테크 사업의 호조가 이끌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9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했다. 삼성물산은 평택 P5 팹 등 하이테크 프로젝트의 공정이 빠르게 진행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에서 2번째)은 10월 삼성물산의 알 다프라 가스화력발전소 현장을 찾았다. 이후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건설 계열사 경영진과 사업 현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
결국 오 대표의 재연임 기반은 도시정비사업보다는 해외사업을 비롯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성과에서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오 대표는 지난 6년 동안 삼성물산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그룹 관계사 공사 중심에서 벗어나 다각화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 말 인사에서 처음 건설부문 사장으로 내정됐을 당시에도 말레이시아 KLCC 현장소장과 중동지원팀장, 글로벌조달실장, 플랜트사업부장 등을 거친 해외사업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호주 시장에 인프라 사업으로 재진출해 1년 만에 1조 원이 넘는 일감을 확보했다. 카타르에서는 현지 역대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건설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에서도 해외 네트워크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오 대표는 임기 초반 뉴스케일에 이어 지난해 GE버노바히타치, 올해 카이로스파워까지 협력 대상 SMR 기업을 늘렸다. 이를 통해 현대건설과 함께 주요 SMR 사업자로 재평가받을 계기를 마련했다.
이 밖에도 수소·암모니아 사업과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사업, 해수담수화 등 수자원 인프라 사업, 해외 플랜트 및 송전 인프라 분야에서 꾸준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60세를 넘긴 오 대표의 나이는 재연임 여부에 큰 고려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 대표는 1962년생으로 올해 만 64세다.
이미 삼성그룹 내에서도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1960년생)과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1960년생),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1961년생) 등이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 대표도 꾸준히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신사업 성과 창출을 강조해 왔다.
오 대표는 올해 초 신년 메시지에서 “2026년은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도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수요 확대 등 새로운 기회를 토대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신사업 성과 창출을 본격화해야 하는 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인사는 이르면 11월 중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11월21일 삼성물산 사장단 인사가 이뤄졌으며, 일주일 뒤인 11월27일 임원 승진 인사가 단행됐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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