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종찬 빅데이터 분석] 코스피 8000 대비, 포스트 반도체와 AI 시대

코스피 지수가 75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랠리의 중심에는 단연 반도체가 있다.삼성전자 단일 종목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15~20%에 달하고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중 약 80%는 반도체에서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한 산업의 부침이 코스피 전체를 흔드는 극단적 ..

[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이란전쟁이 '미국 중국 경제전쟁'의 승자 가르나?

미국이 올해 2월28일 전격적으로 개전한 이란전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목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국의 최대 석유 수입국인 이란을 미국의 손아귀에 넣어서 중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개전 며칠 만에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고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장담대로라면, 트럼프는 애초 계획된 4월 초 중국 방문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서 양국 관계를 요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하지만 이란전쟁은 미국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란은 신속히 지도부를 교체했고, 미-이스라엘의 공격을 선방했고,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미국 등 세계 경제의 목줄을 쥐었다.4월8일 휴전 이후 전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종전을 서두르는 쪽은 오히려 미국이 됐다.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이란전쟁을 감행

[데스크리포트 5월] '반도체 초호황의 역설' 착시로 가려진 한국 경제의 그림자

2025년 연간 수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출액 7120억 달러로 역대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 중심에는 단연 반도체가 있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2.2% 급증한 1734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4.4%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4%포인트 이상 증가했다.올해 1분기 전체 수출액 1760억 달러에서 반도체 수출액은 44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8% 이상 증가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2%다. 전체 수출 증가율 12.8%보다 배 가량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1이 반도체인 셈이다.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12월 결산법인 2025사업연도 결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714개 기업의 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11조6834억 원, 137조477억 원으로 2024년 대비 3.48%, 29.55% 각각 증가했다.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712개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4년보다 각각 0.46%, 3.69%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데스크리포트 5월] 프랑스 국립묘지 지하 납골당에서 '특별한 인물' 만났다

프랑스 파리 시내에 자리잡은 국립묘지 팡테옹(Panthéon)에는 지난해 10월11일부터 올해 5월25일까지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로베르 바댕테르, 정의를 마음속에 품다". 그가 2025년 10월9일 팡테옹에 새롭게 잠든 것을 기념하는 행사이다.로베르 바댕테르(Robert Badinter)는 누구인가. '전 법무부 장관'이라는 직함이 먼저 눈길을 끈다.팡테옹은 프랑스가 국가 차원에서 최고의 예우를 갖춰 조국을 빛낸 프랑스인을 모시는 영묘이다. 건물 정면에는 '위대한 인물에게, 조국은 감사를 표한다(Aux grands hommes, La patrie reconnaissante)'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져 있다.로베르 바댕테르가 지난해 이장되면서 2026년 5월 현재 총 82명이 유해가 안장돼 있다. 지하 납골당으

[데스크리포트 5월]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이 던진 질문, 금융은 덜 잔인해질 수 있을까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금융의 구조' 글이 크게 회자되고 있다.김 실장은 1일부터 3일까지 3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1편 제목은 '한국 금융은 왜 이토록 잔인한가: 신용등급이라는 불완전한 과학', 2편과 3편 제목은 각각 '금융위기는 누가 만들었나: 절벽으로 설계된 도넛 시장' '끊어진 시장을 잇는 방법: 금융을 다시 연결하는 설계'다.5일 올린 보론(補論) '1997년이 남긴 그림자와 소유구조의 메커니즘'까지 더하면 모두 4편이다. 김 실장이 올린 장문의 글은 은행 시스템에서 밀려나는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요약하자면 이렇다."금융은 왜 이리 잔인한가. 중저신용자를 향한 대출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공공기관'인 은행이 변해야 한다."이재명 대통령이 그동안 수차례 강조해 온 질문을 김 실장이 이어받은 것인데 무게감이 다르다.이 대통령이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비싼 이자를 내야 하나" 물었을 땐 정치적 수사로 치부되며 금융시스템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는 비판

[데스크리포트 5월] 두산그룹이 신세계그룹에 던지는 힌트, 정용진 '익숙함'과 결별할 때 비로소 산다

두산그룹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1896년 종로의 '박승직 상점'에서 출발한 이들의 역사는 무려 130년에 이른다.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강산이 열 번도 더 바뀌었다지만 두산이 여전히 재계의 한 축을 지탱하는 비결은 단 하나. 바로 '지독한 변신'이다.두산의 변신은 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포목점으로 시작해 해방 후 맥주 사업으로 첫 번째 옷을 갈아입었다. 1990년대 초반 '낙동강 페놀 사건'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선 그룹의 모태와도 같은 소비재 사업을 통째로 도려냈다.당시 버거킹, KFC, 네슬레 등 일반인에게 친숙한 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했을 때 세상은 이를 '무모한 도박'이라 불렀다.하지만 그 결단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두산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과 나의 마음] 엄마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유튜브에는 특정 인물을 재현하는 수준이 인류학자에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의 말투나 제스처를 단순히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다들 비슷하게 느끼지만 말로 콕 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특징까지 부각해낸다. 코미디언 이수지도 그중 하나다.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최근 '딸과 함께 봄을 걷다! 황정자 씨의 따뜻한 외출'이라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수지가 직접 엄마 황정자로 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잠시 귀국한 막내딸과의 봄나들이를 담았다.딸이 예약해둔 레스토랑 대신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꺼내 들고, 카페에서는 '안 시켜도 돼, 물이면 돼'를 반복하고, 디저트를 한 입 먹고는 "어우 달다"를 연발한다.그렇게 하루종일 모녀는 실랑이를 한다. 영상 마지막에 엄마는 말한다. "나는 오늘 우리 딸만 보였어." 댓글창에는 "우리 엄마인 줄 알았네"가 수없이 달린다.이 영상이 포착한 장면은 낯설지 않다. 영상에서는 훈훈한 마무리로 끝났지만, 받으려 하지 않고, 받아도 절대로 좋다고 하지 않으면서, 그렇지만 정말로 안 해주면 서운해하

[데스크리포트 5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과연 정의로운 일인가

#1. 한국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노조가 가장 극렬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인식은 사실일까, 아니면 친기업적 혹은 반노조적인 프로파간다로 형성된 선입견일까.노동 문제는 각국의 역사와 제도, 관행이 모두 다르다. 일률적 기준으로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여러 통계에서 나타난 수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는 있다.일단 노조 조직률, 즉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했는지 비율부터 살펴보자.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2024년 기준 13%에 머문다. 민주화된 이후에도 오랜 시간 10% 초반 대에서 변하지 않았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어떨까. OECD가 펴낸 2025년 9월 정책보고서를 보면 회원국 평균 노조 조직률은 2023~2024년 기준 15%로 나타났다. 평균은 한국보다 약간 높은 수준인데 국가별로는 편차가 컸다.아이슬란드가 90%였고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에선 과반이 넘는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했다. 반면 동유럽 국가는 한 자릿수 중반에 머물렀다.절대 수치보다 중요한 건 추세로 보인다. OECD 평균 노조 가입률은 1985년만 해도 30%였으나 해를 거듭하며 하락해 약 40년 만에 절반 수준으

[주변의 법률산책] 억울한 조합장을 위한 '비대위 루머 진압' 3단계 공식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세 명이 모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본인이 하지도 않은 범죄나 비위행위를 했다고 누군가가 계속해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면, 마땅한 대응을 당장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김도기(가명)씨도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재건축이 진행돼 조합장에 당선됐다. 그때부터 온갖 유형의 루머가 떠돌기 시작했다.특히 비대위 장성철(가명)씨는 김도기씨를 끌어내리기 위해서 각종 이야기를 만들어서 유포했다. "조합장이 뇌물을 받고 특정 업체를 선정했다." "조합 자금을 횡령해서 룸살롱에서 돈을 썼다." "여성을 성폭행했다." "회계관리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전부 사실이 아니고, 김도기는 거의 모든 법령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해서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문제는 조합원들이 점차 이 소문을 믿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김도기는 괜히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장성철씨가 퍼뜨린 헛소문에 대해 아무 대응하지 않고 있었다. 그랬더

[기자의 눈]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가 기억해야 할 것, 브랜드 상생 생태계 만들어야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가 화제다. 문을 연 직후부터 성수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빠르게 자리 잡는 분위기다.24일부터 사흘 동안 매장을 찾은 방문객 수는 4만2천여 명, 같은 기간 거래액은 약 9억 원으로 집계됐다. 성수 일대에서 쇼핑백을 든 외국인 방문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흥행 효과도 뚜렷하다.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대형 매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온라인에서 성장한 무신사가 오프라인에서도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1천여 개에 이르는 브랜드를 한 공간에 모아 소비자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신사가 발굴하고 키워온 브랜드를 오프라인 무대에서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상징성은 충분하다.무신사는 경쟁력 있는 수많은 브랜드를 연결하며 성장한 플랫폼이다.소비자 입장에서는 검증된 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고 브랜드 입장에서는 강력한 유통 플랫폼의 집객력을 활용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쌓은 영향력이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특히 숍인숍 형태로 입점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자의눈] 기업은행 여성 사외이사 '0'명에 '친관' 인사 여전, 지배구조 선진화 거리두기 유감

'0명.'IBK기업은행 여성 사외이사 수다.27일 올라온 '임원 선임 공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신규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하면서 장민영 행장 체제 이사회를 완성했다. 하지만 그 안에 여성의 자리는 없었다.기업은행은 여성 사외이사였던 정소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25년 초 임기만료로 퇴임한 뒤 지난해와 올해 신규 사외이사를 모두 남성으로 채웠다.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이사회 의장도 여전히 행장이 맡고 있다.기업은행장은 이사회 의장과 이사회 산하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외이사 인사를 포함한 경영 전반의 모든 과정을 주도한다.이는 분명 은행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는 8대 금융지주와 다른 흐름이다.8대 금융지주는 모두 성별 다양성을 위해 여성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를 분리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이렇다보니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등잔 밑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지배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조연이 빛나는 무신사 조만호의 70:30 법칙

마치 룩북(Lookbook) 속을 걷는 듯했다. 골목들을 꺾어 들 때마다, 거대한 화보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에 빠졌다. 바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다.그런 성수동은 무신사(MUSINSA)가 구축한 거대한 '패션 영토'에 가까웠다. 젊은 창업자 조만호(42) 총괄대표가 유니콘기업으로 키워낸 무신사의 영향력은 이곳에선 절대적이다.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본사를 압구정에서 성수로 이전한 건 2022년이다. 성수동 거리를 걷다 보면 무신사 킥스, 무신사 스토어, 무신사 스탠다드 등 다양한 팝업스토어와 만난다. 특히 4월 24일 정식 오픈한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는 무신사 상권의 상징과도 같다.'성수다움'에 '무신사다움'이 포개지면서 성수동은 단순한 힙플레이스를 넘어, 조만호 대표가 꿈꿨던 패션 생태계의 실사판으로 변모했다. 3선 성동구청장 출신의 정원오는 성수동의 변화와 변신을 다룬 책 '성수동'에서 이렇게 적었다."무신사 박준모 대표는 성수동을 선택한 이유로 '감도 높은 창작자들, 독립 브랜드, 살

신간 '다시 오고 싶은 나라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K컬처 시대 국가 경쟁력 새 기준 제시

'공연이 끝나고 불이 꺼진 뒤에도, 축제가 막을 내린 뒤에도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남아 다음 선택을 바꾸는 힘이 문화의 현장에는 있다.'K컬처 시대 국가 경쟁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신간 '다시 오고 싶은 나라'(도서출판 새빛)가 출간됐다.이 책을 쓴 전형주 군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가 개인의 삶과 도시, 그리고 국가의 이미지를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책은 단순한 문화 담론이나 한류 성공 사례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나라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문화가 국가 브랜드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강조한다.저자는 문화의 본질을 '콘텐츠'가 아닌 '기억과 관계'로 규정한다. 공연이나 축제, 정책이 끝난 이후에도 사람의 마음에 남아 다음 선택을 바꾸는 힘, 그것이 바로 문화라는 것이다. 그는 '문화의 성패는 얼마나 많이 보여주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기억되는가에 달려 있다'라고 말한다.책은 모두 6개의 이야기 구조를 통해 문화의 흐름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의 일상에서 시작된 문화는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고, 국가 브랜드로 확장되며, 결국 세계

[특별기고] 대한축구협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너희들이 볼펜 한 자루라도 만들어봤냐? 너희들처럼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 데에도 대접받는 것은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팬들에게 잘해야 한다."농구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농구대잔치' 시절, 연세대 농구부 최희암 감독이 선수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스포츠의 존재 이유를 단 몇 마디로 압축한 이 말이, 오늘날 대한축구협회를 보며 새삼 떠오른다.모든 조직은 존재의 목적이 있다.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기업은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그리고 스포츠팀은 팬들의 즐거움을 위해 존재한다.각각의 조직이 그 목적에 충실할 때 구성원의 헌신을 이끌어내고, 외부의 신뢰와 지지를 얻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낸다.그런데 최근 국가대표 축구팀과 대한축구협회를 보면, 그 본연의 목적을 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협회장의 독단적 운영, 대표팀 감독 선정의 불공정한 절차, 선수 선발과 전술 운용의 잇따른 논란, 그리고 외국인 코치의 인터뷰 파문까지. 팬들의 목소리에는 눈과 귀를 닫은 채, '이기면 다 해결된다'는 착각에 사로잡힌 듯한 태도가 계속되고 있다.

[CINE 레시피]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조난자들, '식스 빌로우' '얼라이브'

재난 영화를 볼 때마다 평범한 일상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두 편의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눈 덮인 험준한 산맥 깊숙한 곳에 조난당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생존한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영화 내내 하얀 눈 구경을 실컷 하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식스 빌로우'(스캇 워프, 2017)는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 에릭 르마크가 실제 겪은 사건을 다룬다. 어려서부터 뛰어난 기량을 갖춘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에릭(조쉬 하트넷)은 팀워크를 이루지 않고 독단적인 플레이를 하다 감독과 마찰을 빚고 프로 구단에서 뛰쳐나온다.이후 방황하던 에릭은 약물에 손대게 되고 재판까지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 일로 엄마와 말다툼을 한 에릭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생각을 가다듬기 위해 스노우보드를 타러 간다.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시에라네바다 산맥 스키장에서 보드를 타던 에릭은 갈림길에서 금지구역으로 방향을 튼다. 충동적인 이 순간의 선택이 에릭의 인생을 바꿔놓게 된다.사실 에릭이 스키장 정상에 올랐을 때부터 이미 기상악화가 예상되었고 관리소 측은 모든 관

[컴퍼니 백브리핑] 시총 15조 넘어선 에이피알, 경쟁기업 구다이글로벌의 상장 기업가치는?

'구다이글로벌'이라는 회사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그러나 '조선미녀', '맑은쌀 선크림', '독도토너',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과 같은 브랜드나 제품 이름을 제시하면 한번쯤은 들어봤다거나 지금 사용 중이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K뷰티 대표주자로 불리는 구다이글로벌 또는 그 자회사가 보유한 브랜드와 제품들이다.K뷰티의 대표 격은 에이피알(APR)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구다이글로벌은 비상장사인데 비해 에이피알은 상장사라 매체 노출도가 더 높다. 내년 초쯤이면 구다이글로벌도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지난해 8월, 에이피알이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K뷰티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는 사실이 전해졌을 때, 에이피알을 잘 나가는 스타트업 정도로 생각하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당시 보도 내용은 이렇다.'에이피알의 시가총액이 7조9322억 원이 되면서 아모레퍼시픽(7조5339억 원)을 추월했다. 에이피알의 2분기 영업이익은 업계 1, 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

[커리어 진단 리포트] 불안과 성장의 경계에서: 데이터 기반 자기이해가 만드는 차별적 커리어

'인문대생은 영업 말고 답이 없나요?''그 회사는 보수적인 조직문화 때문에 지원자가 아주 적다.'요즘 취업 커뮤니티와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취업준비생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준이 출처도 모르는 소문에 흔들린다.서울 소재 대학 국문과를 졸업해 소위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라고 자조적 자기소개를 했던 리크루터 A 씨가 어떻게 남들이 기피하던 곳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았을까?A씨가 커리어 전환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객관적 데이터(Raw Data) 기반의 의사결정이 있었다.외부에서 회사에 대한 각종 우려와 부정적 소문이 무성했지만, 그는 내부의 실질적 지표와 데이터를 통해 기업이 어떻게 효율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기업에서는 성과에 기반한 명확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이직률은 높았지만 그만큼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는 조직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A씨는 이러한 업무환경을 위험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집중하면서 탁월한 성과로 조직의 인정을 받았고 최연소 팀장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남들에게 업무가 힘들고 미래가 불안정한 곳으로 비춰진 회사가 오히려 자기 성향에 잘 맞았던 것이다.

[부동산VIEW]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인플레이션 압박에 긴축으로 선회하나

한국은행이 10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월 말 시작된 이란전쟁의 여파로 환율, 물가, 성장이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 동결 이외의 다른 선택지를 생각할 여지는 애초에 없었다. 한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 동결전쟁 발발 후 석유류 중심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서고, 원/달러 환율도 최근 1520원대까지 치솟은 가운데 금통위가 금리 인하로 시중에 돈을 더 풀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키워 물가·환율 불안을 부추기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금융통화위원회도 이날 위원 전원일치 의견으로 동결을 결정한 의결문에서 "중동 전쟁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과 성장의 하방 압력이 함께 증대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향후 중동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태의 추이와 영향을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한은은 이로써 기준금리를 7번 연속으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10일 이후 다음 회의(5월28일) 전까지 약 10개월 이상 2.50%로 고정된다.

[배종찬 빅데이터 분석] 중동 위기에 기회 잡는 전력·신재생에너지

세계 경제는 다시 한 번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와 산유국 간의 갈등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고유가 국면으로 몰아넣었다. 원유 가격의 상승은 즉각적으로 물류비용의 증가로 이어지며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킨다.특히 한국과 같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 유가 상승은 경상수지 악화와 제조 원가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안겨준다.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공급의 불안정성이다.석유뿐만 아니라 발전 및 난방의 핵심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의 수급 불균형은 전력 단가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나아가 원유로부터 파생되는 각종 기초 유분과 화학 원료의 공급 부족은 플라스틱, 섬유,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화학 산업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1일부터 11일까지 '전력인프라'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와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연

[상속의 모든 것] 패륜, 이제는 상속권 상실로 대처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엄마가 나타났어요. 저는 엄마 얼굴도 기억 못 합니다. 세 살 때 집을 나갔으니까요. 30년 동안 전화 한 통 없었는데, 장례식장에 와서 상속 지분을 달라고 하더라고요."의뢰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떨리고 있었다. 이와 비슷한 일은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자녀의 보험금을, 10여 년 넘게 소식을 끊었던 생부가 수령한 사건이 있었다.천안함 사건으로 순직한 장병의 유족연금을, 태어난 직후부터 양육을 포기했던 생모가 청구한 일도 있었다. 고 구하라 씨 사망 직후에는, 어린 시절 가정을 떠났던 생모가 재산 분할을 요구하며 모습을 드러냈다.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속 자격이 부여됐고, 법은 그 부당함에 아무런 제동을 걸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26년 3월 17일, 개정 민법이 시행되면서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법은 무엇을 바꿨는가?

[데스크리포트 4월] 이란 전쟁 와중에 시작된 WGBI 자금 유입, 다음은 MSCI 선진국지수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시장 변동성이 더없이 커진 4월, 어수선한 시장 상황 속에서 국내 금융산업의 숙원이 하나 풀렸다.세계국채지수(WGBI, World Government Bond Index) 편입에 따른 외국투자자의 국채 매입이 시작된 것이다.세계국채지수는 세계 26개 주요국 국채가 편입돼 있는 세계 최대 채권지수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회사인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러셀(FTSE Russel)이 산출하며 추종자금 규모만 2조5천억~3조 달러에 이른다.하루 10% 이상 오르내리는 유가, 사이드카가 연일 발동되는 증시 상황에 묻혀 상대적으로 조용히 넘어갔지만 세계국채지수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는 건 국내 금융산업에 상당히 고무적 일이다.세계국채지수와 한국의 인연은 17년 전인 2009년 이명박정부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한국정부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외국투자자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자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본격 추진했다. 하지

[데스크리포트 4월] 넷플릭스가 쏘아올린 '고액 출연료', 그 나비효과가 너무나 씁쓸한 이유

연극계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영화관에는 텅 빈 좌석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극장에는 오히려 관객이 모인다.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연건수는 2023년 1458건에서 2024년 1496건, 2025년 1836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상연횟수 역시 2023년 3만7896회에서 2025년 4만4234회로 증가했다.장사도 잘 된다. 총 티켓판매액은 2023년 503억 원에서 2024년 600억 원, 2025년 648억 원으로 상승했다.데이터만 보면 연극 배우들이 활동할 무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늘 관객 앞에 설 무대를 찾아 헤매는 연극 배우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정반대다. 이들은 "요즘 설 수 있는 무대가 잘 없다", "우리가 전면에 나설 기회가 무척 적어졌다"고 하소연한다. 왜 그럴까?연극 배우들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문제의 원인을 쫓아가다 보면 그 끝에 바로 넷플릭스가 있다.넷플릭스가 국내 배우들의 몸값을 천정

[기자의눈] 바뀌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수입차 죽이기?, 서비스·인프라 투자 얼마나 했는지 자문해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7월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을 놓고 소비자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논쟁이 뜨겁다.지금까지는 기후부에서 인증 받은 전기차 별로 보조금 지급에 차등을 뒀지만, 7월부터는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을 넘지 못하면 그 회사가 판매하는 모든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이번 논란의 핵심은 새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을 배제하고,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산차 기업에만 유리한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소비자 사이에서도 자국 기업에 유리한 정책은 당연하다는 입장과 소비자 선택권을 빼앗는 조치라는 입장으로 팽팽히 갈린다.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자국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설정하는 것은 이미 해외 주요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다.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긴 했지만, 그 전에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하고, 북미에서 전기차를 최종 조립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로웠다.중국도 전기차를 국가 산업으로까지 내세우면서 키우는 과정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들

[데스크리포트 4월] 수에즈 운하 위기와 팍스 브리타니카 종료,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이스라엘은 1956년 10월29일 지중해와 홍해 사이 있는 삼각형 모양의 시나이반도(이집트 영토)를 침공했다. 이스라엘이 지금도 중동에서 전쟁을 벌이는 것을 생각하면, 1956년 전쟁(제2차 중동전쟁)도 여러 중동전쟁의 하나일 뿐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침공은 커다란 교훈을 국제사회에 남겼다.1956년 전쟁은 이스라엘 쪽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영국과 프랑스도 수에즈 운하 보호를 명분으로 공군력을 투입했고 공수부대가 수에즈 운하를 장악했다.발단은 같은해 7월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 선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말 압델 나세르 이집트 정권은 반제국주의, 민족주의적 차원에서 운하 국유화를 선언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운하 지배권을 되찾기 위해 이스라엘과 비밀협약(세브르 의정서)을 맺고 침공에 나섰다.하지만 극적 반전이 미국에서 나왔다.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자신과 상의 없이 식민주의적 전쟁을 일으켰다고 분노했다. 이번 전쟁으로 도덕적 명분이 훼손될 것도 크게 걱정했다. 당시 미국은 헝가리 사태를 무력 진압하던 소련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서방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엔을 통해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고 나

[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이란 전쟁은 끝나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의장은 이란 전쟁이 터진 뒤 연준이 다시 '공급 충격의 시대'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5년 트럼프의 관세인상 파동에 이어 이란 전쟁이라는 '네 번째 공급 충격'이 몰아치고 있다는 것이다.이란 전쟁은 앞서의 공급 충격 정도가 아니라 1973년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정치·경제적 충격을 세계에 안겨 줄 우려가 크다. 이란 전쟁은 40일간의 전투 뒤 2주간 휴전에 합의했으나 종전은 묘연하다.휴전을 깨려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대공세에다가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이란 전쟁이 한창 진행될 때 만들어진 공급 충격이 휴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완화되지 않고 있다.이란 전쟁은 종전 여부와 상관없이 국제유가를 올해 내내 이전보다 50% 가까이 인상시킬 것이 분명하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한 해 평균 85달러가 되리라 전망했다.

[기자의눈] 삼천당제약 '증명의 시간' 보여준 한계, 'K바이오' 신뢰 현주소 유감

최근 삼천당제약의 언론 대응을 보면 한국바이오 산업이 처한 소통의 한계와 신뢰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축약판이라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팩트'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정작 질의응답 과정에서 제기된 핵심 의혹은 충분히 해소되지 못하면서다.당혹스러운 대목은 투명성을 생명으로 하는 상장사의 소통 방식이었다. 간담회 현장에서 핵심 기술의 구체성을 설명했던 인물이 정작 자신의 신원을 밝혀달라는 요청에는 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는 일까지 벌어졌다.기술의 진위 여부를 떠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보여준 이러한 폐쇄적 태도는 시장의 불신을 키우는 뇌관이 됐다.실제로 논란은 간담회 이후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물론 삼천당제약의 기술력 자체를 현재 평가할 수는 없다. 기술의 실체는 결국 앞으로 공개될 임상 데이터와 최종 계약 결과라는 '증명의 시간'을 거쳐 판가름 날 문제다.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이유는 해명을 통해 밝혀진 현재 기술력이나 계약 단계가 처음 계

[데스크리포트 4월] 전기차 100만 시대 드러난 '충전기 리베이트', 보조금 정책 허점 바로잡아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모 아파트 단지. 지난 1월 이 단지에는 멀쩡히 사용되던 전기차 충전기가 갑작스럽게 교체됐다. 노후화가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큰 고장이 없었다는 점에서 입주민들은 의문을 제기했다.이후 특정 충전사업자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금품이나 각종 편의 제공이 있었다는 소문이 퍼졌고, 교체 이후 충전요금까지 상승하면서 주민 불만이 커졌다. 일부 주민들은 왜 굳이 충전기 교체가 필요했는지, 왜 특정 업체가 반복적으로 선정되는지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 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이 사례는 최근 아파트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리베이트' 의혹과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 아래 정부는 충전기 설치 비용의 상당 부분을 보조금으로 지원해왔다. 초기 인프라 부족을 빠르게 해소하고 민간 사업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실제 이같은 정책은 단기간에 충전 인프라를 늘리는 데 성과를 냈다.올해 2월 말 현재 전국 전기차 충전기는 총 50만8356기(완속 45만 2886기·급속 5만 5470기)로 2021년 10만6701기(완속 9만 1634기·급속 1만

[서평] 리더십은 전략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시작된다

올바른 리더의 역할은 어떤 모습일까.'전략보다 '지금, 여기'였다'를 읽으며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지난 28년 동안 다양한 리더를 상사로 모셨고 28세에 처음 매니저 역할을 맡은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리더로 살았다. 조직에서 리더는 단순한 직책이 아니라 끊임없이 판단하고 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글로벌 조직에서 일하며 여러 번 경험한 사실이 하나 있다. 아무리 정교한 전략과 계획이 세워져 있어도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리더의 태도와 행동이라는 점이다. 방향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 리더가 현장의 문제를 이해하고 구성원과 함께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조직은 앞으로 나아간다.'전략보다 '지금, 여기'였다'는 바로 이 지점을 말하는 책이다.많은 리더십 관련 책이 전략과 비전, 구조를 강조한다. 하지만 이 책은 리더십을 거창한 개념이나 이론으로 설명하기보다 실제 현장에서 리더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특히 인상적인 점은 저자의 성공 경험뿐만 아니라 실패 순간까지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것이다. 많은 리더십 관련 책이 성공한 이야기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저

[데스크리포트 4월] 트럼프 으름장 '지옥문', 이란 아닌 한국에 열릴 수 있다

전쟁은 세계 질서를 재편해왔다. 이는 역사에서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가깝게 보면 1차 세계대전으로 유럽 열강의 제국주의가 종언을 고했다. 그 뒤 미국이 중심 국가로 떠올랐다.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이 세계 주도 국가 위치를 굳혔다. 달러와 석유 중심의 경제 체제가 구축됐다.그 뒤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석유 중심의 경제 체제에서 산유국이 몰린 중동 지역이 세계의 화약고가 됐다.이집트를 축으로 한 중동국가와 이스라엘 사이에 1973년 중동전쟁을 계기로 1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아랍 산유국들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서방 국가를 석유 금수조치로 압박하며 세계 경제에 쇼크가 왔다.그 뒤 미국이 산유국의 중심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를 보장하는 대신 석유 거래를 달러로 결제하는 '페트로 달러'가 체제가 형성됐다.1979년 이란에 혁명이 일어난 뒤 이라크와 전쟁이 벌어지며 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석유 중심의 세계 경제 체제에 위기가 왔다. 고물가와 저성장이 겹치는 스테그플레이션이 고착화됐다.미국은 물가와 금융, 통화 안정을 위해 고금리 정책을 폈고 신자유주의를 채택했다. 시장 개방과 자본이동 자유화

패권 쥘 전략적 무기가 된 ESG, 새 책 'AI 시대, 트럼프와 이재명의 ESG 전쟁'

'단언컨대 '착한 경영' 서사는 ESG의 본질을 흐린다. 절대다수의 기업과 금융기관이 ESG를 하는 이유는 도덕적 우월감이나 정치적 올바름 때문이 아니다.그들이 ESG를 선택한 이유는 오직 '지속 가능한 이윤 추구', 즉 '상업적 올바름(Commercial Correctness)'에 있다. ESG는 착한 경영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생존 전략이다.'- 'AI 시대, 트럼프와 이재명의 ESG 전쟁'146~147쪽.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새 책 'AI 시대, 트럼프와 이재명의 ESG 전쟁'에서 이렇게 말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표면적 '착한 경영'이 아니라 '생존의 무기'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동시에인공지능(AI)과 ESG를 함께 활용하는 '트윈 트랜스포메이션'을 현재 복합한 국제 정세를 돌파할 방법으로 제시한다.신간에서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당선되며 열린 '

[당신과 나의 마음] 이랑 작가의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에 대하여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상 '미쳤다'라는 말은 일상에서 좀처럼 쓰지 않는다.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표현이 정신질환자를 비하하는 말이라기보다는, 맛있는 걸 먹거나 놀라운 재능을 가진 사람을 마주했을 때의 "와, 미쳤다"나, 상대에게 화가 나거나 이해가 안 갈 때의 "미친 거 아니야?"처럼 전혀 다른 맥락의 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직업적 조심스러움을 굳이 내려놓으려 하지는 않지만.그래서 내가 그 말을 쓰는 경우는 따옴표를 달고, 즉 이른바의 의미로 쓸 때가 거의 유일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건, 개인이 다양한 사회적 억압 속에서 '미치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맥락을 가리킬 때다. 역사 속 여성의 특이한 증상이었던 히스테리처럼, 결국 그 시대와 사회의 조건 안에서 달리 말할 방법이 없었던 이들이 자신만의 언어로서 고통을 표현한 경우가 그러하다.베스트셀러에 오른 이랑 작가의 신간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는 바로 그 따옴표 붙은

[기자의눈] 개정 상법의 시대, 제약바이오 경영진의 '친절한 소통'은 선택 아닌 필수다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 주주총회 현장은 예년과 확연히 다른 공기가 감돌았다.과거 일부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질문을 무의미한 '소음' 정도로 치부하며 냉대했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경영진의 답변은 구체적이었고 태도는 신중했다.소액주주들이 경영의 실질적 주체로 부상한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이 뿌리를 내리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뼈대로 한 3차 개정안까지 시행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이른바 '깜깜이 경영'은 사실상 종언을 고하고 있다.제약바이오 산업은 그동안 '연구개발(R&D)이라는 성역' 뒤에 숨어 주주들의 무조건적인 인내를 당연시해왔다. 긴 호흡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산업 특성상 당장의 배당보다는 재투자가 우선이라는 논리는 일종의 불문율처럼 통용됐다.여기에 신약 개발이라는 방패 아래 기술 개발 단계나 임상 데이터의 보안성을 앞세워 정보의 비대칭성을 정당화하며 소액주주들에게 막연한 '믿음'만을 강요하기도 했다.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과거에는 '잘 되고 있다'는 원론적인 발언

[주변의 법률산책] 아파트 사기 분양 계약 파기 가능할까요

길거리를 지나다 사은품을 준다는 말에 이끌려 들어간 분양 사무실에서 얼떨결에 계약서를 쓰고 나오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오늘이 마지막 물량이다" "역세권 평지라 프리미엄이 확실하다"라는 분양 상담사의 끈질긴 설득에 지쳐 계약금을 송금하지만 뒤늦게 확인한 현장은 홍보 내용과 딴판인 경우가 허다하다.박진언(가명)씨의 사례가 전형적이다. 고령에 다리가 불편했던 그는 '역 근처 평지 아파트'라는 말을 믿고 분양 사무실에서 3시간 넘는 압박 면담 끝에 계약금 700만 원을 입금했다.그러나 실제 현장은 역에서 20분이나 걸리는 가파른 언덕길이었다. 박씨는 즉시 계약 해제와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업체는 "이미 서명했으니 수천만 원의 위약금을 내지 않으면 해제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사기 취소의 높은 벽, 입증의 한계많은 피해자가 가장 먼저 '사기(기망)에 의한 취소'를 떠올린다. 하지만 법적으로 사기를 인정받기는

[기자의눈] 서학개미 복귀 위한 'RIA' 출시부터 형평성 논란, 신뢰는 '디테일'에서 나온다

국내투자자들 사이에 '국장(국내증시)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격언처럼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지지부진한 국내증시에서 벗어나 미국 등 해외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라는 뜻이다.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증시 활황으로 이 같은 '격언(?)'의 사용 빈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주변에선 '장기투자는 미국주식'이라고 말하는 투자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박스피'의 기억이 여전히 국내증시를 향한 뿌리 깊은 불신으로 남아있는 것이다.최근 불거진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관련 논란을 보며 5천피 시대 다소 잠잠해진 국내증시를 향한 불신이 다시 고개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RIA은 정부가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을 국내증시로 불러들이겠다며 23일 도입한 계좌다.지난해 12월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주식이나 펀드, 원화 예탁금에 1년 이상 투자하면 최대 5천만 원까지 해외주식 양도세 세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취지는 좋았으나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형평성 논란이 유감스럽다.가장 큰 문제는 상품 출시 전 국내증시에 복귀한 투자자가 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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