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텔라 리 BYD 수석 부사장이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자동차 박람회장에서 아토8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현대자동차그룹은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생산 거점을 두고 유럽 시장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업체 역시 발 빠르게 현지 생산에 나서고 있어 EU 시장 공략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14일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BYD를 비롯한 중국 자동차기업에 현지 생산은 중국 정부와 EU의 하이브리드차 수입 제한 조치 합의를 뚫어낼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자동차로 주행 효율을 높이고 연료 소비와 배출가스를 줄이는 장점이 있다. 이란 전쟁을 비롯한 국제적 정세 불안에 유가가 상승하자 최근 각광받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와 EU의 하이브리드차 수입 제한 합의를 두고 “중국 정부가 BYD·지리 등 대형 업체의 유럽 현지 생산 확대에 자신감을 가진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 8~9일 베이징에서 중국산 하이브리드차의 EU 수입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AP통신은 EU 고위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 상한선을 연간 35만 대로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EU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EU가 올해 중국산 하이브리드차를 80만 대 수입할 것이라는 예상치를 전했다.
EU가 자체 예상치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을 제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앞서 EU는 2024년 10월 불공정 보조금을 이유로 중국산 순수전기차(BEV)에 최대 35.3%의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당시 하이브리드차는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서 빠졌다.
이에 중국 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빠르게 늘렸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지난 8월 유럽 하이브리드차 신차 판매 가운데 중국산 비율은 25%에 육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EU가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 제한 카드를 꺼냈지만 중국 측이 현지 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이 유럽 내 생산 공장을 확보해 수입 상한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중국 BYD는 올해 안으로 헝가리 세게드에 신설한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체리자동차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차량 조립을 하고 있다. 또 지리자동차는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와 합작 투자회사를 설립해 포드의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을 추진한다.
BYD와 체리자동차 등이 유럽 권역 내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면 수입 상한 조치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수입 제한으로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가 현지 생산 거점 구축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례로 BYD는 튀르키예와 프랑스 등에 추가 공장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
|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2024년 9월19일 체코 노소비체에 있는 현대차 공장(HMMC)에서 생산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
중국 자동차 기업은 과잉 생산과 내수 출혈 경쟁 여파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해외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고율 관세로 사실상 진출이 막힌 만큼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에 힘을 주고 있다.
중국 업체가 현지 생산을 통해 EU의 수입 상한제를 돌파하면 유럽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차그룹도 안심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체코 노소비체 공장에서 투싼 하이브리드 등을 생산하고 있다. 기아는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생산 거점을 두고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에서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판매에서 순항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올해 1~8월 양사의 유럽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약 18만1천 대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들어 8월까지 코나와 투싼 및 싼타페 등 하이브리드차를 유럽에 모두 8만6684대 판매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가 5%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의 올해 1~8월 유럽 완성차 전체 판매량은 25만1420대로 전년 동기보다 10.8% 감소했다. 이처럼 하이브리드차 판매에 탄력이 붙은 만큼 유럽 시장 공략 확대에 더 힘을 줄 공산이 크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 생산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하이브리드차를 만들어 유럽에 수출한다. 중국과 달리 한국은 2011년 7월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해 유럽으로 차량이나 부품 등을 무관세로 들여올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업체가 낮은 가격을 앞세워 관세 부과에도 전기차 판매를 늘린 전력이 있던 만큼 하이브리드차도 현지 생산으로 수입 제한 영향에서 벗어나며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영국 가디언은 올해 들어 5월까지 서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판매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포인트 증가한 14.2%라는 슈미트오토모티브리서치의 집계 자료를 인용하며 “고율 관세 속에서 달성한 성과”라며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결국 중국 업체가 EU의 수입 제한에도 현지 생산으로 돌파구를 마련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하이브리드차를 내놓으면 현대차와 기아에 경쟁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친환경 기술 전문 매체 클린테크니카는 “중국 친환경차 업체가 유럽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중국 차량에 진입 장벽을 세우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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