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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좌담회] 전문 헤드헌터들로부터 듣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와 인재전쟁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6-07-03 12: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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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급격한 기술혁신과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인재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 최대 서치펌 커리어케어의 테크 전문 컨설턴트인 노원철 전무와 김순원 상무, 송규익 상무, 이순도 상무를 초청해 인재전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의 내부사정을 듣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좌담회] 전문 헤드헌터들로부터 듣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와 인재전쟁
▲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좌담회. <커리어케어>

- 최근 AI 반도체 열풍과 글로벌 공급망 변화로 국내 채용 트렌드가 크게 바뀌고 있다는데?

송규익 상무(이하 송) : 현재 반도체 인재 전쟁은 AI 시스템 반도체, 특히 AI 데이터센터 관련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업체 간 인재확보 경쟁이 과열되면서 연봉 밴드와 기업들의 눈높이가 동시에 높아졌다. 과거에는 국내 인력풀이 없어 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나 퀄컴 같은 회사에서 인재를 영입했는데,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부상과 국내 AI 칩 스타트업들의 성장 덕분에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양질의 후보군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김순원 상무(이하 김) : 과거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제조회사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디바이스시장이 커지면서 생태계 전체로 인재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램리서치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같은 글로벌 장비회사, 그리고 애칭과 가스 같은 소재 관련 기업들의 채용이 크게 늘고 있다. 게다가 대만의 TSMC나 미국의 마이크론 같은 글로벌기업들이 한국에 직접 와서 직접 스카우트를 하고 있어 이제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인재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 업계에서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핵심 직무나 경력은 무엇인가?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재상이 어떻게 달라졌나?

이순도 상무(이하 이) : 기업들이 예전에는 신입을 뽑아 가르쳤는데 이제는 철저히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는 경력직을 찾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고급 설계기술자들이 부족하다. 탐나는 고급 설계 엔지니어들은 자꾸 외국으로 나가려고 하고, 공정기술 분야는 힘드니까 지원자들이 줄어 인재의 미스매치가 계속되고 있다.

노원철 전무(이하 노) :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재미있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이동, 즉 글로벌 장비회사에서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기업들은 조금이라도 직무의 연관성이 있으면 일단 채용하고 본다.

: 특히 임원이나 사업부장급의 인재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최근 한 고객회사로부터 엔지니어 백그라운드에 영업을 해 본 사람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연구개발만 한 사람을 앉혀 놓았더니 기술은 아는데 물건을 어떻게 팔고 사업화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기술영업만 한 사람은 개발 아웃풋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고 한다. 기업들은 헤드헌팅회사에 기술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동시에 갖춘 융합형 수장을 많이 추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시장에 그런 인재는 정말 드물다.

: 나도 얼마 전 기업사이거래(B2B) 매출 기반의 중견 반도체기업에 삼성전자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엔지니어를 추천한 적이 있다. 스펙은 최고였는데 경영진은 비즈니스 마인드는 없고 기술자 마인드만 강하다고 판단해 결국 채용하지 않았다. 요즘 중견기업들은 국내시장의 한계를 뚫기 위해 기술을 깊이 이해하면서 해외고객을 직접 발굴할 수 있는 임원급을 간절히 원한다.

- 국내 인재들의 해외유출이 심각하다는데, 해결책이 있을까?

: 외국기업에 관심 있는 엔지니어들로부터 한국에서는 더 이상 이직 안 할 테니 외국에 적합한 자리가 나오면 무조건 소개해 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기업의 핵심인재일수록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조직문화 때문에 발생한다. 국내 대기업은 연차가 높아지면 임원 트랙을 타야 하고, 임원이 안 되면 회사에서 나가야 한다. 반면 미국기업에서는 부사장인데도 매출 숫자가 아니라 칠판에 기술 수식을 적어가며 교수처럼 토론하는 순수 엔지니어들이 적지 않다. 기술만으로도 끝까지 존중받으며 근무할 수 있으니 그곳으로 떠나려는 것이다.

: 더 심각한 건 중국이다. 한국 연봉의 3배를 부르며 전 세계 기술과 사람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물론 기술만 빼먹고 몇 년 뒤 내보내는 토사구팽 관행이 뻔히 보이지만, 후보자 입장에서는 2~3년만 일해도 한국에서의 10년 치 연봉을 받을 수 있으니 거절하기 참 어려운 유혹이다.

: 최근 채용시장에 지각변동이 하나 있다. SK하이닉스가 성과급 한도를 없앴는데, 이 것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 인력들이 하이닉스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들은 굳이 공고를 안 내도 알아서 사내 추천이나 지인 소개로 인재가 밀려들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강력한 보상체계를 따라가지 못 하는 중견기업들이 인력 유지나 확보에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 Z세대 및 MZ세대 젊은 엔지니어들의 생각은 어떤가?

: 대학생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해 보면 취업 선호도 1위는 단연 반도체다. 고려대나 한양대, 서강대의 반도체 계약학과는 의대 바로 밑 수준까지 입시점수가 치솟았다. 확실한 보상과 성장 가능성이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우리 세대와 다르다. 신입사원들은 인턴십이나 특화된 인터넷 강의를 통해 공정이니 설계 같은 것을 다 마스터하고 입사한다. 스스로 준비를 혹독하게 한 만큼 본인 역량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 연봉 기대치가 엄청나게 높다.

: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라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회사의 내부문제나 워라밸을 다 뜯어보고 지원한다. 심각한 건 지방 근무 기피 현상이다. 수도권 반도체 인재들의 남방 한계선이 동탄으로 굳어져 있다. 평택이나 오산만 돼도 안 가려 한다. 급여를 아무리 많이 줘도 지방은 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해 지방 소재 기업들이 힘들어 한다.

- 앞으로 5년간 반도체 인재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이라 보나? 성공적인 채용을 위해 기업에게 조언을 한다면?

: 결국 설계인력의 확보와 AI 반도체 수요의 지속성이 변수다. 지금은 시장을 엄청나게 좋게 보는데, 만에 하나 버블이 꺼지거나 글로벌 투자사들이 투자를 줄이면 채용시장도 순식간에 얼어붙을 수 있으므로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 국제정치 질서와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다. 미국이 보안문제로 중국제품을 배척하고 있어서 중국이 기술적으로 쫓아오더라도 한국의 삼성과 하이닉스는 미국시장을 등에 업고 최소 5년은 호황을 누릴 것이다. 당분간 인력 부족 현상이 계속된다는 얘기다.

: 헤드헌팅회사가 가장 싫어하는 기업은 형식적인 직무기술서만 주면서 시장에 있는 사람을 다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곳이다. 후보자를 만나보고 결정하겠다는 얘긴데, 이렇게 일하면 시간만 허비할 뿐 채용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시장에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명확히 파악하고, 정확히 어떤 일을 시킬지 정교한 직무 기술서(JD)를 만들어 헤드헌팅회사에 제시해야 한다. 커리어케어의 컨설턴트들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에게는 JD를 사전에 파악해서 적임자를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 채용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경영진들의 리텐션(Retention) 전략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해외 기업이나 다른 대기업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정당하게 대우해야 한다. 장기근속하게 만드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인재전쟁에서 승리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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