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실효성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3명의 노동자가 매몰돼 숨진 ‘삼표산업 골재 채취장 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일이 촉매가 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4년이 넘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비율이 일반 형사 사건보다 현저히 낮고, 법 시행 뒤 산업재해 발생 감소 효과도 미비해 실효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재명 정부는 이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 취지대로 작동도록 법이 규정한 ‘경영 책임자’ 개념을 명확히 하는 등 법제를 보완하고, 일관된 양형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원에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양대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에 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며 추가 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일단 비판의 초점은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에 맞춰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전날 성명을 내고 “법원은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축소 해석하며 책임을 현장 관리자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이 판결은 앞으로 이어질 모든 재판에서 총수들이 내밀 ‘최우선 면죄부’가 될 것”이라며 “법을 형해화하는 협소한 해석을 중단하고, 중대재해의 중대성에 걸맞은 엄정한 양형 기준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같은날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 판단은 사업을 총괄하는 경영책임자를 협소하게 해석한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실질적 경영권을 쥔 경영책임자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하면 책임을 묻는 것을 뼈대로 한다.
앞서 2022년 1월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검찰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보고 정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법 시행 2일 만에 발생한 ‘1호 사건’이다.
하지만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 이영은 판사는 전날 “피고인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의무를 구체적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정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당시 삼표산업 대표이사였던 이종신 전 대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에 양주사업소장 현장 책임자들만 사고 책임을 물게 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둘러싼 문제는 사고 예방과 처벌 양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분석 통계에 따르면 산재 피해 노동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인 2018년 10만2305명에서 2024년 14만2771명으로 증가했다.
또 국회입법조사처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지난해 7월까지 전체 사건 1252건을 조사한 결과 무죄 선고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의 3배에 이르렀다. 유죄가 선고된다고 해도 집행유예 비율은 85.7%로 일반 형사사건의 2.3배에 달했다. 벌금의 경우도 50개 법인 벌금 평균액수는 1억1140만 원으로 그 가운데 이례적인 20억 원짜리 1건을 제외하면 평균 7280만 원 수준이었다.
당초 기업들이 우려했던 ‘과잉 처벌’ 공포가 무색할 만큼 법원이 경영책임자들에게 관대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전수조사 결과를 분석해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안으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법령 및 기준 정비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관 질적·양적 확대 △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실효성있는 경제적 제재 방안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에 별도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산재 사망 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하는 등 산재 사고 근절에 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고용노동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9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본격 시행단계에 들어갔다. 종합대책에는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법인에 대한 과징금을 도입하고 건설사 영업정지 기간을 강화하는 등 실효성 있는 경제적 재제를 부과하고, 산업안전감독관을 대폭 확충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중대산업처벌법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고통노동부가 징벌적 과징금 부과에 나선 것이다.
이번 정도원 회장 무죄 판결은 현재 모호하게 규정된 법상 '경영책임자' 규정을 명확화하는 논의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은 '경영책임자 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해당 규정에 사업의 안전보건에 관한 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지위·직위를 불문하고 그 범위에 있어 경영책임자로 보도록 하고 과징금 제도를 신설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다만 아직 국회 상임위 심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법조계와 노동계에서는 중대처벌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체적 양형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에 대한 집행유예율이 87.14%에 달하는 상황은 기업 행동을 심각하게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며 “합의에 따른 유족 측 처벌 불원 의사를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면 기업들이 예방에 필요한 안전 투자를 사후 합의 비용으로 대체하고 경영진의 책임을 감형하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용부는 지난해부터 대법원 양형위와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 신설을 위해 협의해왔고, 양형위는 지난달 이를 올해 하반기 중점 과업으로 추가하기로 의결했다. 판사가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양형 기준에 중대산업재해가 포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형위원회는 올해 4월27일부터 1년 동안 국민적 관심과 범죄의 중요성, 실무상 필요성, 범죄의 발생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양형기준안 작성에 착수한다. 허원석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4년이 넘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비율이 일반 형사 사건보다 현저히 낮고, 법 시행 뒤 산업재해 발생 감소 효과도 미비해 실효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 구조당국이 2022년 2월2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이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 취지대로 작동도록 법이 규정한 ‘경영 책임자’ 개념을 명확히 하는 등 법제를 보완하고, 일관된 양형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원에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양대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에 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며 추가 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일단 비판의 초점은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에 맞춰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전날 성명을 내고 “법원은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축소 해석하며 책임을 현장 관리자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이 판결은 앞으로 이어질 모든 재판에서 총수들이 내밀 ‘최우선 면죄부’가 될 것”이라며 “법을 형해화하는 협소한 해석을 중단하고, 중대재해의 중대성에 걸맞은 엄정한 양형 기준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같은날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 판단은 사업을 총괄하는 경영책임자를 협소하게 해석한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실질적 경영권을 쥔 경영책임자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하면 책임을 묻는 것을 뼈대로 한다.
앞서 2022년 1월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검찰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보고 정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법 시행 2일 만에 발생한 ‘1호 사건’이다.
하지만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 이영은 판사는 전날 “피고인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의무를 구체적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정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당시 삼표산업 대표이사였던 이종신 전 대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에 양주사업소장 현장 책임자들만 사고 책임을 물게 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둘러싼 문제는 사고 예방과 처벌 양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분석 통계에 따르면 산재 피해 노동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인 2018년 10만2305명에서 2024년 14만2771명으로 증가했다.
또 국회입법조사처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지난해 7월까지 전체 사건 1252건을 조사한 결과 무죄 선고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의 3배에 이르렀다. 유죄가 선고된다고 해도 집행유예 비율은 85.7%로 일반 형사사건의 2.3배에 달했다. 벌금의 경우도 50개 법인 벌금 평균액수는 1억1140만 원으로 그 가운데 이례적인 20억 원짜리 1건을 제외하면 평균 7280만 원 수준이었다.
당초 기업들이 우려했던 ‘과잉 처벌’ 공포가 무색할 만큼 법원이 경영책임자들에게 관대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전수조사 결과를 분석해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안으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법령 및 기준 정비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관 질적·양적 확대 △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실효성있는 경제적 제재 방안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에 별도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산재 사망 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하는 등 산재 사고 근절에 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고용노동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9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본격 시행단계에 들어갔다. 종합대책에는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법인에 대한 과징금을 도입하고 건설사 영업정지 기간을 강화하는 등 실효성 있는 경제적 재제를 부과하고, 산업안전감독관을 대폭 확충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중대산업처벌법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고통노동부가 징벌적 과징금 부과에 나선 것이다.
이번 정도원 회장 무죄 판결은 현재 모호하게 규정된 법상 '경영책임자' 규정을 명확화하는 논의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은 '경영책임자 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해당 규정에 사업의 안전보건에 관한 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지위·직위를 불문하고 그 범위에 있어 경영책임자로 보도록 하고 과징금 제도를 신설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다만 아직 국회 상임위 심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법조계와 노동계에서는 중대처벌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체적 양형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에 대한 집행유예율이 87.14%에 달하는 상황은 기업 행동을 심각하게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며 “합의에 따른 유족 측 처벌 불원 의사를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면 기업들이 예방에 필요한 안전 투자를 사후 합의 비용으로 대체하고 경영진의 책임을 감형하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용부는 지난해부터 대법원 양형위와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 신설을 위해 협의해왔고, 양형위는 지난달 이를 올해 하반기 중점 과업으로 추가하기로 의결했다. 판사가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양형 기준에 중대산업재해가 포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형위원회는 올해 4월27일부터 1년 동안 국민적 관심과 범죄의 중요성, 실무상 필요성, 범죄의 발생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양형기준안 작성에 착수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