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 AI시대 맞아 25년 만에 전력산업 구조개편 시동, '발전5사 통합' 넘어 '한전 지주사' 재편론도
-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와 탄소중립·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전력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정부가 발전5사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다.여당에서는 이를 넘어 한전을 중심으로 전력산업 전반을 재설계하자는 구상이 제시되고 있다. 2001년 발전부문 분할 이후 약 25년간 이어진 전력산업 체제가 '천지개벽'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셈이다.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AI시대,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향모색'이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관으로 열렸다.김 의원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AI 시대를 대비하는 바람직한 전력산업 구조'를 주제로 직접 발제에도 나서, 전력산업 개편에 있어 발전공기업 통합에 그치지 않고 한전을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그는 한전을 지주회사로 승격하고 그 아래 송배전·판매 기능을 담당하는 한전과 화력발전 5개사를 1~2개사 수준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부문을 편입한 발전회사를 두되 원자력의 특수성을 고려해 한수원은 별도로 유지하는 내용도 담았다.김 의원은 여기에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규제위원회 설치와 계통한계가격(SMP) 제도의 근본적 재설계 또는 전면 대체, 전기요금 체계 개혁 등을 함께 추진해 한전을 에너지전환을 주도할 '내셔널 챔피언(National Champion)'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김 의원은 △한전의 국가 지분을 51% 이상으로 유지하고△독립 전력규제위원회가 전기요금 결정을 맡도록 하며△SMP 중심의 전력시장을 원가정산 방식으로 개편하고 △전력거래소를 '에너지시스템운영자'로 전환하는 내용 등을 별도 특별법에 담는 방안도 제시했다.한전의 구조개편 필요성 자체에는 정부와 여권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개편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지를 놓고는 아직 최종 방향이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다.김 의원은 이날 발전사 통합을 넘어 한전 지주회사 재편과 전력시장·요금·규제체계 개편까지 포괄하는 보다 광범위한 구상을 제시한 것인데, 정부는 현재 발전5사 구조개편을 위한 연구용역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기후부가 올해 2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연구용역에서 삼일회계법인은 △발전5사 1사 통합 △권역별 2~3사 통합 △지주회사+권역별 2~3개 자회사 등 세 방안을 비교한 뒤 5개 발전사를 하나의 회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권고했다.이와 별도로 전력시장의 규제·감독체계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할지도 향후 구조개편의 쟁점으로 꼽힌다.기후부는 전력시장 감시와 그리드코드 관리, 전력데이터 관리 등을 담당하는 독립 전문기관인 '전력감독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전기사업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4월16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시대발전공기업역할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정부가 구상하는 체계에서는 기후부가 정책, 전기위원회가 심의·의결, 전력감독원이 조사·감독,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집행·운영을 각각 담당한다.발전공기업의 소유·조직구조뿐 아니라 전력산업의 규제와 운영을 아우르는 거버넌스 전체가 동시에 개편 논의에 들어간 셈이다.거버넌스와 관련해 김 의원은 일본 전력·가스거래감시위원회(EGSC)와 영국 에너지규제기관(Ofgem)과 같은 독립 규제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독립 규제위원회가 원가에 기반한 투명한 요금체계와 공정경쟁 규칙을 설계하고 정부의 요금결정과 시장감시 기능을 분리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노동계에서는 발전공기업 통합 자체와 통합 방식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발전3사 노조 등이 참여하는 전력연맹은 2월3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서울 남서울본부에서 3년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발전공기업 통합과 신재생 분리 구상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했다.전력연맹은 결의문에서 "통합에는 찬성하되, 석탄화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발전 부문을 별도 기관으로 분리하는 방식에 반대한다"며 "우리 발전사 노조는 신재생에너지 부문 분리가 정부 정책 방향으로 명확히 확인되는 즉시, 조직적 집단행동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발전공기업 미래와 노동자, 지역의 정의로운 전환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각계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만큼 향후 구조개편의 최종 형태가 나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실제 기후부는 6월 중간보고 당시에는 7월 중 발전공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7월14일 발전5사 사장단 간담회에서는 '올해 안에' 구조개편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