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양곤 HLB그룹 회장(가운데)이 15일 서울시 여의도에 있는 하나증권 빌딩에서 열린 HLB그룹 IR데이의 통합 Q&A 세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그동안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신약을 직접 판매하고 후속 제품을 병렬 개발하면서 성장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15일 HLB그룹에 따르면 진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통합 기업설명회(IR Day)에서 2030년 글로벌 100대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4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통합 기업설명회에는 HLB를 비롯한 그룹 10개 상장 계열사가 참여했다. HLB와 HLB이노베이션, HLB테라퓨틱스, HLB파나진, HLB제넥스 등 5개 회사가 주요 사업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진 회장은 이날 통합 Q&A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에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는 대신 직접 개발하고 허가받는 길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진 회장은 "그 당시에는 기술수출이 정답이었다"면서도 "기술수출을 하는 건 말 그대로 천수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에 기술을 넘기면 해당 기업이 개발을 마치기를 기다려야 하고 신약의 성패도 외부에 맡기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진 회장은 그동안 신약 개발 과정에서 겪은 실패가 후속 제품 개발을 위한 경험으로 쌓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리픽투 허가를 돌아보며 "작은 꽃 하나는 분명히 피웠는데"라며 "꽃이 계속 열릴 수 있는 나무를 키워왔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단일 신약의 허가보다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후속 신약의 성과를 이어가겠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진 회장이 내세운 직접 상업화 전략의 첫 시험대는 리픽투의 미국 판매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는 9월23일 FDA로부터 담관암 치료제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의 판매허가를 받았다. 특정 유전자 변화가 있는 진행성 담관암 환자 가운데 앞서 치료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하는 항암제다.
HLB는 올해 4분기 리픽투를 미국에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제약사에 판매 권리를 넘기는 대신 엘레바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판매는 의약품 판매에 따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지만 현지 영업조직 운영과 의약품 유통, 보험 적용 등 상업화에 필요한 비용도 직접 부담해야 한다.
특히 리픽투는 특정 유전자 변화가 있는 담관암 환자에게 사용하는 치료제여서 실제 처방으로 이어질 환자를 확보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FDA 허가와 별개로 의료진의 처방과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이 판매 실적을 좌우할 수 있다.
| ▲ HLB가 2026년 4분기 안에 미국에서 담관암 치료제 리픽투의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HLB그룹 사옥 모습. < HLB > |
진 회장은 앞서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허가를 준비하면서 현지 사업 기반을 구축해 왔다. 리픽투의 미국 출시에도 기존에 확보한 인력과 조직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리픽투 판매망은 앞으로 간암 신약의 미국 허가를 받았을 때도 활용할 수 있다.
HLB는 9일 FDA에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하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허가 재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7월 FDA로부터 세 번째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은 지 3개월 만이다.
FDA는 재신청 서류를 검토한 뒤 보완 수준에 따라 2개월 또는 6개월의 심사기간을 정한다. 아직 허가 여부와 심사 완료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진 회장으로서는 리픽투의 미국 판매 실적을 확보하는 동시에 리보세라닙의 허가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리보세라닙까지 미국 시장에 출시하면 이미 구축한 항암제 영업조직을 활용해 판매 제품을 늘릴 수 있다.
HLB도 이번 기업설명회에서 간암 신약 승인 이후 공통 영업망을 활용해 상업화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리픽투 자체의 치료 대상을 확대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리픽투는 특정 유전자 변화가 있는 담관암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허가받았다. HLB는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2(FGFR2) 유전자 변화가 나타나는 다른 고형암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6월 시작한 확장 임상에서는 기존 연구 대상에 추가 환자를 모집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다. 임상 종료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적응증 확대에 성공하면 담관암 이외의 암종에서도 리픽투 처방이 가능해져 판매 대상 환자를 늘릴 수 있다. 다만 추가 임상에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고 FDA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진 회장이 리픽투와 리보세라닙의 상업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후속 신약 개발을 이어가는 것도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HLB그룹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과 개발 회사를 확보해 왔다. 특정 신약의 개발이 지연되더라도 다른 계열사가 별도의 후보물질 개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실제 HLB그룹은 2007년부터 권리를 확보해 개발해 온 리보세라닙의 미국 허가가 반복적으로 지연되는 과정에서 리픽투를 통해 먼저 미국 허가 신약을 확보했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이 세 차례 미국 허가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후속 후보물질의 개발 성과도 올해 말부터 잇따라 가시화될 예정이다.
HLB테라퓨틱스는 신경영양성각막염 치료제 'RGN-259'의 미국 임상 3상 주요 결과를 11월 공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8월 임상시험을 마쳤으며 결과를 확인한 뒤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HLB이노베이션의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테라퓨틱스는 차세대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혈액암 치료제 'SynKIR-310'과 고형암 치료제 'SynKIR-110'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12월 미국혈액학회(ASH)에서 추가 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진 회장이 내세운 2030년 글로벌 100대 제약바이오 기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의 성과를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하는 일이 필요하다.
HLB는 리픽투의 올해 4분기 미국 출시와 후속 적응증 확대 임상의 2028년 종료라는 일정을 제시했다.
19년 동안 신약 개발을 이어온 끝에 첫 미국 허가 항암제를 확보한 진 회장은 이제 신약 판매에서도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진 회장은 이날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학습을 했다"며 "그 나무에서 많은 꽃들이 피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걸 보여드리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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