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하청 근로자 2명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실에서 열린 '반도체 초격차의 그늘:삼성전자 사내하도급 노동실태 연구' 토론회에서 하청 노동차 차별 실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특히 위험의 외주화·계약 조건에 따른 사내 복지 격차 등 근로 문화의 '초격차'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실에서 정혜경·손솔 진보당 국회의원 주최로 '반도체 초격차의 그늘:삼성전자 사내하도급 노동실태 연구'를 주제로 한 삼성전자 하청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좌장은 홍석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이 맡았으며, 실태조사 결과 발표는 신석진 진보정책연구원장이 담당했다.
이외에 토론자로 오민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 엄미야 금속노조 경기지부 전 사무국장,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백영식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총괄과장이 참석했다. 현장 증언자로는 김민규, 오신봉 삼성전자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자리했다.
신석진 연구원장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처음엔 격차를 확인하려고 (삼성전자 사내하도급 노동실태) 연구를 시작했다"며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기술력뿐만이 아닌 중의적 의미로 정규직과 사내 하도급의 '초격차'를 발견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번 연구는 2026년 5월 말부터 8월까지 경기도 기흥·화성·평택 3개 삼성전자 반도체 캠퍼스의 사내협력사 노동자 15명(설비 PM·특수가스·공정지원 물류·배기세정 등 4대 직종, 1년차부터 20년 이상 근속자까지)을 심층 면접하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 감사보고서와 실제 급여명세서 실물을 교차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태 조사 결과, 삼성전자의 하청노동자 문제는 크게 △고용불안 △연대책임형 평가·인센티브 제도 △정규직·하청노동자 간 차별 △위험의 외주화 등으로 축약된다.
진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하루 출입인원 6만8천 명 가운데 사내하청은 2만3천 명(33.8%)으로 삼성전자 소속 직원 1만6천 명(23.5%)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도급계약을 통해 처리하는 업무량이 많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하도급 계약을 1년 단위로 갱신한다.
신 원장은 "최근 만난 삼성전자 하청노동자들 얘기를 들어본 결과, 예외 없이 1년 단위 도급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7~8년 전만 해도 5년짜리 계약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고, 최근엔 6개월 단위 초단기 계약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계약 기간을 하청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을 만들 엄두를 내기가 어렵고 만들었다가는 회사 전체가, 또 라인 계약이 통째로 날아가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청 근로자 인센티브 등급제가 노동 착취를 유발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사업장에 상주하는 협력사 임직원의 작업품질 향상, 사업장 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우수 협력회사를 선정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제도를 시행한 2010년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장에 상주하는 1·2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지금까지 약 8천억 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이 인센티브 제도가 노동자의 연대책임을 묻고, 현장 문제를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에 응한 한 하청 노동자는 "한 하청업체 직원이 계단에서 넘어져 하루 병가를 썼는데, 원래는 A등급을 받았어야 했는데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그 노동자는 (같은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 역적이 됐다"고 말했다.
현장 증언에 나선 김민규 노동자도 "우리 회사에서 2025년 6월경 작업 중 찢어짐 사고가 발생해 병원 치료를 받고, 절차대로 산재 처리를 했는데, 뒤늦게 삼성이 알고나서 '왜 보고를 안 했냐'며 상반기 안전 인센티브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가 안전 점검에서 마이너스 점수를 받으면 그 사람은 회사에서 거의 매장될 정도의 질타를 받는다"며 "다쳐도 삼키게 되고, 아파도 그냥 개인 보험으로 처리하고, 산재로 처리하지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 ▲ 신석진 진보정책연구원 원장 등 공동연구진이 발간한 '반도체 초격차의 그늘, 삼성전자 사내하도급 노동 실태 연구' 보고서에 실린 삼성전자 임직원과 하청업체 직원의 셔틀버스 승차장 비교 모습. <진보정책연구원 제공> |
셔틀버스·구내식당·휴게실 등 정규직과 하청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근무 조건뿐만 아니라 방진복 색상도 다르다.
신 원장은 "7~8년 전까지는 방진복 색이 전부 흰색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색을 달리했다"며 "언론 보도가 나갈 때는 파란색(하청) 인력을 지우고 뉴스에는 흰색(정규직)만 보이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보이지 않는 계급제'라고 표현했다. 연구에 응한 한 노동자는 신입 교육에서 파트장이 정규직과 하청을 "양반집 딸과 머슴"이라고 표현했다고 증언했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도 거론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 유독가스·화학물질 취급, 고소작업 등 고위험 업무는 하청 노동자에게 외주화돼 있으며, 그에 따른 책임 소재는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2018년 기흥사업장 6-3 라인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로 협력사 직원 2명이 숨졌지만, 2심에서 삼성전자는 벌금 300만 원 처벌을 받는 데 그쳤고, 직원·하청법인은 무죄를 받았다.
현재 반도체 호황으로 물량이 증가했지만, 도급단가가 동결된 채 물량만 최대 1.5배 늘어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하청 근로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하청업체 노동자는 한 달 새 골절 2명, 인대 파열 1명이 발생했는데도 "다쳐도 티 내지 말고 휴직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증언했다.
김민규 노동자는 "현장 노동자들은 계약을 유지하지 못하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필요한 것은 고용 안정과 산재 신고 시에도 노동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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