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 사장이 2023년 3월29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2023 청정원 희망의 나무 나누기'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상> |
△4연임과 오너가에서의 역할
대상은 2026년 3월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정배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승인받았다. 임정배는 이로써 2029년 3월까지 대표이사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임정배가 대상을 오랜 기간 이끌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연 오너일가의 전폭적 지지와 신뢰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능력이 출중한 전문경영인이라 하더라도 4연임은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오너3세가 보다 부담이 적은 환경에서 경영 전면에 설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는 핵심 역할을 임정배가 하고 있다고 바라본다.
임정배가 대표로 재임한 기간은 오너3세인
임상민 부사장이 회사 안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시기와 맞물린다.
임상민 부사장은 2016년 12월 전무로 승진한 뒤 2023년 3월 부사장에 올랐다. 단계적으로 직급을 높이며 경영 전면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식품BU·소재BU 전략담당, 대상홍콩 전략담당 등을 맡았고 2020년에는 대상 사내이사에도 올랐다.
이 기간 임정배는 대상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회사를 연결기준 연매출 4조 원대 회사로 키워냈다.
2025년 대상은 연결기준 매출 4조401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보다 3.4% 증가한 규모다. 임정배가 대상의 수장으로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당시인 2017년과 비교하면 8년 동안 매출이 50% 가까이 확대했다.
현재의 성장 속도라면
임상민 부사장이 대표 자리를 넘겨 받을 즈음에는 ‘5조 클럽’에 들어갈 가능성도 예측된다.
다만 국내에서 전분당 리스크가 떠오르며 오너 승계에 변수가 생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식료품 가격을 둘러싸고 대대적 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대상도 전분당 부문에서 10조원 대 담합 혐의를 받아 과징금 2341억4100만 원을 부과받았다. 혐의를 받은 4개사 중 가장 많은 과징금이다.
전분당은 대상 소재 사업부문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다. 과징금과 평판 손상에 따라 실적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전분당 가격 담합에 따른 공정위 과징금 예상액을 ‘그 밖의 기타충당부채’ 항목에 3753억 원 선반영하면서 영업외비용이 늘어난 점도 회사의 순손실 전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임정배는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임정배는 관련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임상민 부사장에게 보다 안정적 경영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 안건 가운데 공정위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이 포함된 점도 규제 리스크 대응을 강화하려는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임상민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시점과 관련해서는 시장의 의견이 나뉜다.
임 부사장은 1980년생으로 현재 4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임창욱 명예회장이 1949년생으로 30대 후반이던 1987년 그룹 회장에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임 부사장 역시 나이와 경력 측면에서 사장 승진 및 대표이사 선임 가능성도 낮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상 관계자는 “대상은 1990년대 이후 30년 가까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임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계획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임정배는 매출 확대에도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로 인해 임기 연장과 더불어 한층 커진 부담을 안게 됐다.
대상은 2025년 매출 4조 원대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1693억 원으로 2024년보다 4.4% 감소했다.
순손실은 3031억 원으로 손실 폭이 커지며 적자로 전환했다.
식품 부문은 대상네트웍스 축육사업 양수 효과를 빼면 매출이 전년 수준에 머물렀고 초기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됐다. 소재 부문에서는 주력 품목인 라이신이 중국산 물량 유입으로, 전분당은 주류·음료업계 수요 위축으로 각각 부진했다.
3년 연속 부채가 증가한 데다 자산 규모까지 줄면서 2025년 말 부채비율은 217.2%로 200%를 넘어섰다. 1조 원 안팎이던 이익잉여금도 7천억 원대로 줄었다.
△AI·디지털 전환 추진
대상은 2025년 10월 AI업체와 손잡고 자체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개발해 계열사 전반에 도입했다.
대상은 2026년을 ‘AI 기반 업무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AI 에이전트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임정배는 2026년 3월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사적 AI 전환을 통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 효율성과 시장 대응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재확인했다.
재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디지털 전환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만큼 투자 우선순위와 속도를 둘러싼 경영적 판단이 중요해졌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한 신사업 확대
대상은 의약 바이오 등을 미래 동력으로 짚고 이들 신사업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정배는 바이오 산업과 관련해
임상민 부사장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지원하기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바이오 사업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바이오 사업을 새롭게 모색하고 있다.
대상은 2025년 12월 독일의 의약용 아미노산 전문기업 아미노 유한회사(AMINO GmbH) 지분 100%를 502억여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1958년 설립된 아미노는 의료용 수액제, 환자식, 바이오의약품용 세포배지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업체다.
임정배는 “이번 인수는 기존 소재 사업에서 축적한 아미노산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의약 바이오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적 투자”라고 말했다.
대상은 앞서 2025년 11월 100% 자회사 ‘대상마리비온’을 신규 설립했다. 대상마리비온은 해양 미세조류를 활용한 블루바이오 사업을 펼치게 된다.
관련해 대상홀딩스는 싱가포르에 산테라 바이오홀딩스를 세워 21억 원 가량을, 중국 쑤저우에 바이오 법인을 설립해 20억원을 각각 투입하기도 했다.
△식육사업 가치사슬 구축
대상이 식육과 관련 생산, 가공, 유통, 간편식까지 사업의 가치사슬을 연계 구축해오고 있다.
대상은 2025년 2월 참푸드를 인수했다. 250억 원을 투입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참푸드는 양념포장육 전문업을 펼치고 있다.
이번 인수는 식육 유통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미 2024년 12월 축산물 수입도매업체인 대상네트웍스의 영업부문을 양수하고 육가공 사업을 본격화하는 채비를 해왔다.
일각에선 이를 효율화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축육사업은 앞서 2019년 디에스앤, 2021년 혜성프로비전, 크리스탈팜스 등의 인수와 지분 확대를 통해 다져왔던 사업의 축이기도 하다.
△해외사업 확대
임정배 체제의 가장 큰 성과로는 글로벌 사업 확대가 꼽힌다.
대상은 김치 브랜드 ‘종가’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임정배는 종가의 해외 생산 기지 구축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상은 국내 수출 이외에도 미국과 중국, 폴란드, 베트남 등 4개 국가에서 김치를 생산한다. 더불어 폴란드에서 현재 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추가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종가 김치 수출액은 2017년 약 3200만 달러에서 2025년 약 9천만 달러로 증가했다. 2025년 국내 전체 김치 수출액 가운데 종가 비중은 55%였다.
앞서 대상은 미국에 식품업계 최초로 김치공장을 세우고 2022년 LA공장을 완공했다.
대상은 이미 250억 원 가량을 투자해 설립한 중국 롄윈강 공장을 2020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해왔다. 대상은 중국에서 김치, 컵떡볶이, 밀키트 등을 앞세워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출을 2배 가까이 늘렸다.
대상은 베트남에서도 2020년 10월 4번째 생산공장 ‘하이즈엉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한식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중동 지역 공략에도 힘을 줬다.
대상은 2020년 11월 카타르의 주요 유통마트에 자사 제품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종가집 김치와 두부, 떡류 등 신선식품을 현지 주요 유통채널인 카르푸와 룰루 등 모두 21개 점포에서 판매했다.
이라크에서는 김치와 컵쌀국수, 장류, 조미김 등 상온식품을 쿠르드족이 사는 쿠르디스탄 지역의 까르푸, 마지디몰 등에 입점시켰다.
△대표이사 첫 선임
임정배는 2020년부터 대표이사로 대상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대상의 전신인 미원통상에 입사했다.
미원통상이 대상에 흡수합병된 후 경영혁신본부 재무팀장, 경영지원본부 조달팀장을 거쳐 유럽법인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기획관리본부장, 온라인사업부장으로 있다가 대상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3년만에 대상으로 복귀해 전략기획본부장, 식품BU 각자대표를 맡았다.
2018년 사장으로 승진한 뒤 대상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대상그룹의 지주사 대상홀딩스에선 현재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동반성장 노력
대상은 중소기업과 협력하고 상생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상은 2019년 11월6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동반성장주간 정부포상 시상식에서 자발적 상생협력부문 국무총리 표창과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표창을 동시에 수상했다.
앞서 같은 해 8월 식품업계 최초로 임직원 전용 쇼핑몰인 ‘동반성장몰’을 열었다.
대상은 2019년부터 3년 동안 협력 중소기업과 종업원에게 모두 405억 원 규모로 격차 해소형 상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대상은 2017~2019년 3연속 동반성장지수 식품업계부문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대상 B2B 식품사업 강화
임정배는 대상의 식품BU 각자대표 당시부터 B2B사업 강화를 강조했다.
대상은 B2B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2019년 5월1일 완전자회사인 ‘대상베스트코’를 흡수합병했다. 대상베스트코는 2010년 설립된 회사로 식자재유통을 전문으로 한다.
임정배는 식품BU 각자대표로 있던 당시 2019년 신년사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B2B사업부문 보다는 B2C부문에 집중하였으나 B2C부문은 급변하는 환경변화와 경쟁 심화로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2019년에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B2B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병 전 대상과 대상베스트코의 B2B사업 매출은 각각 연간 5200억 원, 4800억 원 수준이었다. 대상은 대상베스트코와 합병해 2023년까지 B2B사업에서 연간 매출 2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