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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공공기관 지방이전 '저지 파업' 불가 방침, '배치전환 반대' 내세운 우회로 열리나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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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고용노동부가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저지하기 위한 파업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지만 배치전환을 둘러싼 쟁의는 가능해 이를 통해 사실상 지방이전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결정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인력 배치는 실제 현장에서 맞물리는 만큼 두 사안을 명확히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부 공공기관 지방이전 '저지 파업' 불가 방침, '배치전환 반대' 내세운 우회로 열리나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8월18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연 '졸속적인 국책은행 지방이전 시도 규탄 기자회견'에서 윤석구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노동부 설명자료와 법조계 분석을 종합하면 노동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결정 자체와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로조건 변화를 구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가 내건 요구의 실제 목적이 합법 파업 여부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3일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약 350곳을 대상으로 지방이전 가능성을 검토해 올해 4분기 2차 이전 계획을 확정하고 2027년부터 선도기관 이전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도권 잔류 최소화'를 원칙으로 1차 이전 당시의 수도권 잔류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 반드시 수도권에 남아야 하는 기관을 제외하고 모두 이전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정부 발표 당일인 3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시행지침)을 내고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른 쟁의 대상 판단 기준을 구체화했다.

발표된 시행지침을 이번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적용하면 지방이전에 따른 배치전환 관련 사항이 쟁의 대상이 될 수 있어 노조가 사실상 지방이전 저지 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노동부는 9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공공기관 지방이전 결정 자체는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노조가 지방이전 철회를 의무교섭 사항으로 요구할 수 없으며 지방이전을 저지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파업한다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노동부도 배치전환 등 인력운영 계획이 구체화돼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관련 사항은 교섭과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법적 구분에도 배치전환 관련 쟁의가 지방이전 일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조가 지방이전 철회를 요구안에서 제외하고 '강제 배치전환 반대'나 배치 대상·기준 변경, 이전수당과 주거·통근 지원 등을 요구하며 쟁의에 나설 수도 있다. 배치전환을 둘러싼 교섭과 쟁의가 장기화하면 기관의 지방이전 일정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세종은 8일 공개한 노동부 시행지침 분석에서 사업경영상 결정이 구조조정이나 배치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침이 교섭과 쟁의행위의 시점을 늦추는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봤다. 노동계가 시행지침의 기준을 의식해 이를 우회할 수 있도록 교섭 대상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배치전환 문제를 내건 파업이 모두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노동부 시행지침은 쟁의 목적이 여러 개이고 그 가운데 일부가 정당하지 않을 때 대법원 판례에 따라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을 따져 정당성을 판단하도록 했다.
 
노동부 공공기관 지방이전 '저지 파업' 불가 방침, '배치전환 반대' 내세운 우회로 열리나
▲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법무부-성평등가족부 등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의 실질적 목적이 지방이전 계획을 철회시키는 데 있고 배치전환 요구는 이를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면 파업의 정당성이 부정될 수 있다. 반대로 이전 결정을 전제로 배치전환 기준이나 근로조건 보전을 요구한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 쟁의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

결국 노조가 내건 요구의 문구뿐 아니라 교섭 과정과 쟁의행위의 경위, 실제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배치전환 관련 요구가 지방이전을 우회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것인지를 사전에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배치전환 관련 사항이 쟁의 대상이 되는 시점도 각 기관의 배치전환 계획이 구체화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 기관이 구체적인 인력운영안을 수립 중이거나 결정한 사실이 확인돼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단계부터 관련 사항이 교섭과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부 시행지침이 법적 불확실성을 모두 없애지는 못한다. 시행지침은 노동위원회의 조정과 행정지도, 부당노동행위 사건 처리 등에 활용되는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 기준으로 법원 판결에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노동위원회가 노조에 교섭 요구를 수정하도록 권고하거나 행정지도를 하더라도 노조가 쟁의행위에 들어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면 파업의 최종 정당성은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배치전환을 둘러싼 갈등과 이전 일정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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