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원 기자 prelude@businesspost.co.kr2026-05-21 16: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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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부사장이 주요 해외법인에서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성과를 통해 경영권 승계의 명분을 쌓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여겨진다.
▲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부사장(사진)이 미국·캐나다에 이어 중국 홍콩법인에서도 임원직을 맡으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앞길이 녹록하지는 않아 보인다. 농심이 확실하게 성과를 내야 할 북미와 중국 등에서 보인 최근 실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21일 농심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신상열 부사장이 미국·캐나다에 이어 중국 홍콩법인에서도 임원직을 맡은 것은 오너3세로서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한 일종의 업적을 쌓는 작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 부사장은 신춘호 농심그룹 창업주의 장손이자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2019년 농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2021년 상무로 승진했고 2024년 전무, 2026년 부사장으로 연달아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후계자로서 내세울 만한 대표적 성과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식품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해외 사업은 신 부사장에게 최적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K푸드가 K컬처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만큼 이 훈풍에만 잘 올라타 성과를 낸다면 오너3세 경영인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수 라면 시장은 사실상 폭발적인 외형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한국의 라면 소비량은 1년 기준으로 1인당 평균 78개로 베트남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베트남 라면 크기가 한국보다 작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이 소비량 1위 국가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더 많은 라면을 팔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라면을 서민 식품으로 분류해 엄격하게 소비자 가격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의 수익성 개선도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농심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농심은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하고 매출 7조3천억 원,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2025년 3월 세웠다.
신 부사장이 다음 오너경영인으로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과 농심의 글로벌 시장 진출 필요성이 겹친 것이다.
신 부사장은 실제로 역할을 확대하며 글로벌 성과를 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8월 농심홀딩스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에 올랐고 올해 4월에는 농심 홍콩법인 임원도 맡았다. 농심홀딩스아메리카는 농심의 미국·캐나다법인을 총괄하는 지주사, 농심 홍콩법인은 농심 상하이·칭다오·선양 등 주요 법인을 거느리며 사실상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회사다.
농심에 따르면 신 부사장은 농심 홍콩법인에서 별도 직책을 맡지는 않지만 농심 미래사업실장으로서 중국 사업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 부사장이 역할을 맡게 된 회사는 모두 농심에게 중요한 해외 법인이다. 농심은 2025년 해외 사업과 관련해 미국·캐나다에서 전체 매출의 51.7%를 냈다. 중국은 해외 매출의 27.3%를 담당했다.
농심 해외사업의 뼈대나 다름없는 회사들이라 볼 수 있는 만큼 신 부사장은 이를 통해 글로벌 사업 성장동력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부사장(당시 전무, 오른쪽)과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 사장(당시 부사장, 왼쪽 두 번째)이 지난해 5월16일 서울 신대방동 농심 본사 3층 아트리움에서 임직원이 함께 회사 미래 비전과 현안을 공유하는 '타운홀 미팅'에 참가하고 있다.
문제는 신 부사장의 글로벌 행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농심 중국법인은 2023~2024년의 2년 동안 매출이 뒷걸음질했다. 2025년에는 매출 3696억 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매출이 정점을 찍었던 2022년 매출 3898억 원보다 5.2%가량 낮은 수치다.
북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농심의 2025년 미국·캐나다법인 매출은 6120억 원으로 2024년보다 1.8% 감소했다.
농심이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러시아 라면 시장 역시 상황이 만만치 않다. 경쟁사인 팔도가 도시락이라는 제품으로 수십 년 전부터 진출해 라면의 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도는 러시아 용기면 시장에서 6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이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농심 관계자는 "러시아 라면 시장의 방향성이 점차 프리미엄 라인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농심은 충분히 러시아 라면 시장에 진출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심은 경쟁사보다 해외에서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농심은 2025년 해외에서 내부거래를 제외하고 매출 1조602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보다 10.5% 오른 것인데 이는 경쟁사인 삼양식품이 면스낵 부문에서만 2025년 해외 매출 1조8239억 원을 거두면서 2024년보다 39.6% 증가한 실적을 낸 것에 뒤지는 성적표다. 전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