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딥시크가 오는 4월 저비용·고성능의 멀티모달 AI 모델 ‘딥시크-V4’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AI 패권 경쟁과 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차세대 AI 모델 ‘딥시크-V4’ 출시로 글로벌 AI 시장에 긴장감을 다시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딥시크는 저비용·고성능 전략으로 AI 시장에 충격을 안겼는데, 이번 신모델도 유사한 경쟁력으로 미국 중심의 AI 판도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정보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딥시크는 차세대 AI 모델 딥시크-V4를 4월에 공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술 분석가이자 박스마이닝 설립자 마이클 구는 지난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X에 올린 글에 “딥시크-V4는 4월에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인공지능 업계 전체가 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딥시크-V4는 당초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에 맞춰 3월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정이 다소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는 딥시크-V4를 이미지·영상·오디오를 통합하는 멀티모달 모델로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딥시크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시각 콘텐츠 처리와 AI 검색 기능을 보완하는 데 주력했으며, 검색 역량 강화를 위해 바이두와의 협력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IT 전문매체 기키가젯은 딥시크-V4의 멀티모달 기능을 두고 “AI 혁신의 선도적 모델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며 “개발자와 연구자, 일반 사용자 모두에게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고 의료, 교육, 금융, 기술 등 다양한 산업 전반에서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발자 플랫폼에 정체불명의 AI 모델이 등장하자 업계에서는 이를 딥시크-V4로 추정하는 관측을 내놨지만, 이후 해당 모델은 딥시크가 아닌 중국 샤오미가 개발한 모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딥시크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고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낮은 비용 구조로 AI 모델 개발의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초 공개된 딥시크-R1은 학습 비용이 600만 달러 미만으로 알려지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2024년 인공지능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딥시크 개발진은 최신 모델 훈련에 약 560만 달러(약 84억 원)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GPT-4의 약 7800만 달러(약 1173억 원), 제미나이 울트라의 1억9100만 달러(약 2873억 원)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미국 프런티어 모델 대비 약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 같은 충격은 당시 금융 시장에도 즉각 반영됐다.
고성능·저비용을 앞세운 딥시크 AI 모델이 등장하자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만에 약 17% 급락했고, 시가총액 약 5890억 달러(약 886조 원)가 증발하면서 AI 인프라 투자 구조 전반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됐다.
딥시크 AI 모델의 파급력은 신제품 경쟁을 넘어 글로벌 AI 패권 구도와 직결돼 기존 글로벌 AI 질서 자체를 흔드는 성격도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전략 컨설팅 기관 옥스퍼드 인사이트의 ‘2025 정부 AI 준비도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AI 경쟁 구도는 사실상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는 ‘양극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벤처투자·연구 생태계를 기반으로 세계 1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이 빠르게 격차를 좁히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2024년 기준 AI 연구 논문 수에서 미국과 유럽을 합친 수준에 근접했고, 50편 이상의 AI 논문을 발표한 기관도 156곳이 넘는 분산형 연구 생태계를 구축했다.
중국은 모델 개발을 넘어 AI 풀스택 자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화웨이의 AI 반도체, SMI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 1400억 달러 규모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등을 통해 서방 AI 인프라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AI 기술 전반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평가되는 가운데 딥시크는 단순한 스타트업을 넘어 중국식 AI 전략을 상징하는 사례로 해석된다.
| ▲ 딥시크-V4 출시는 국내 AI 시장에 가격 경쟁 압박을 키우며 도입 확대가 예상되지만 보안 우려로 확산 속도는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클 구 X 갈무리> |
딥시크-V4 출시 영향은 국내 시장에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이동통신 3사 등 주요 기업들이 멀티모달 AI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저렴한 글로벌 모델이 등장할 경우 가격 경쟁 압박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과 중견 기업들은 비용 절감 효과를 고려해 딥시크 모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국계 AI에 대한 데이터 주권과 보안 우려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기업과 금융·공공 부문에서는 데이터 저장 위치와 활용 방식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딥시크 AI 모델 도입에 신중한 접근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이미 한 번 저비용 고성능으로 시장에 충격을 준 경험이 있는 만큼 V4가 공개되면 또 한 번 AI 서비스 경쟁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도 “실제 성능과 완성도는 출시 이후 평가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