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한유화가 이란 전쟁 여파로 나프타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설비 가동률 하락이 불가피해진 상황에 놓였다.
강길순 대한유화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올해도 화학부문에서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울산지역 나프타분해설비(NCC) 재편안 협상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 ▲ 강길순 대한유화 대표이사 사장이 석유화학 사업 재편안 협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29일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뿐 아니라 나프타를 비롯한 정제제품 수송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나프타 공급의 절반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약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대한유화는 NCC에 투입하는 나프타의 70%를 에쓰오일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다른 국내 업체들과 비교해 안정적 공급망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에쓰오일은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의 인프라를 활용해 홍해 연안 얀부 항구로 원유를 운송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고 있다.
다만 대한유화는 연간 90만 톤 규모 설비를 보유한 울산 지역 최대 NCC 업체인 만큼 공급 불안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한유화의 NCC 가동률은 지난해 평균 91%에서 최근 70% 수준으로 하락했다. 통상 석유화학 산업은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고정비 비중도 높아 가동률 하락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수급난에 따른 나프타 가격 상승도 대한유화 실적에 악영향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대한유화는 나프타를 도입할 때 국제가격에 추가 비용을 더한 가격으로 구매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전 2~5달러 수준이던 추가 비용이 최근에는 50~100달러 수준까지 확대돼 나프타 구매 부담도 추가로 37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한유화가 올해 화학부문에서 4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바라봤다. 대한유화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화학부문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
이에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한유화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900억 원대에서 700억 원 수준으로 63.2%가량 낮춰 잡았다. 발전부문은 실적이 양호하지만 화학부문에 발목이 잡힌다는 것이다.
가동률 하락과 원료 구매비 부담 확대는 강길순 대한유화 대표이사 사장으로 하여금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과 울산 NCC 재편안 마련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른 산업단지들은 이미 재편안을 제출한 상태다. 1호인 대산 산단 110만 톤 감축안은 지난달 정부 지원 승인을 받았고 2호인 여수 산단도 최근 138만 톤에 이르는 감축안을 제출했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최대 370만 톤까지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울산 지역도 설비 용량을 100만 톤 이상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 정부가 전국적으로 최대 370만 톤까지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울산 지역도 설비 용량을 100만 톤 이상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대한유화 울산 온산공장의 모습. <대한유화> |
울산 지역 업체들은 지난해 말 외부 컨설팅 업체의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연간 에틸렌 생산량 66만 톤 규모의 SK지오센트릭 NCC를 폐쇄하는 방안과 3사가 생산량을 나눠 감축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재편안을 구체화하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울산 산단은 다른 산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자체 소비 비중이 높아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여수와 대산 산단의 가동률이 70~80%대에 머문 반면 울산 지역은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90%대 가동률을 유지했다.
건설 중인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를 재편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포함 여부가 확정되더라도 준공 이후 실제 가동 상황을 지켜본 뒤 구체적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강 사장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한 석유화학산업 재편 자율협약식과 올해 석유화학산업협회 신년인사회 참석해 업계의 자율구조조정에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지난해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들어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며 “재편안 수립 시점을 현재로서는 확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