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카오톡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실상 사회 인프라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익 모델과 관련해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톡은 한국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이 사용하는 소위 ‘국민 메신저’다. 관공서 알림, 학교·직장 단체방, 가족·지역 커뮤니티까지, 사실상 사회 인프라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여전히 굳건하다. 2025년 10월 기준 MAU는 4797만 명으로, 몇 년 동안 470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어떤 세대가, 어떤 맥락에서 카카오톡을 쓰는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주류 세대로 부상하게 될 10대와 20대는 여전히 카카오톡을 ‘안 깔면 안 되는 기본 메신저’로 인식하고 있지만, 친한 친구와 나누는 사적 대화, 근황 공유, 약속 조율 등의 기능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DM(다이렉트 메시지)이 대신하고 있다.
21세의 한 대학생은 “카카오톡은 가족·과·동아리 단체방, 오픈카톡, 각종 공과금 알림용 등으로 활용한다”며 “최근 친구들은 카카오톡 프로필도 자주 바꾸지 않고 근황 공유 등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의존하고 있으며 오히려 어른들의 프로필이 자주 바뀐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25세의 대학원생은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오는 것보다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이 올 때가 훨씬 많다”라며 “인스타 스토리를 올리면 그 스토리를 보고 DM으로 연락이 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젊은층에게 카카오톡은 ‘인프라’의 개념에 가까워지고 있고, 정서적 교류 등을 담당하는 채널은 아니라는 뜻이다.
◆ 국민 메신저의 역설, ‘톡 안’ 상업화가 어려워진 구조
카카오는 그동안 카카오톡 내 광고·커머스를 묶은 ‘톡 비즈’를 핵심 성장축으로 삼아 채널, 선물하기, 쇼핑, 예약, 알림톡, 챗봇 등 기능을 카카오톡에 추가하는 방향으로 수익화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공공재에 가까운 커뮤니케이션 인프라가 되면서, 메신저 핵심 화면에 상업 기능을 전면 배치하는 데 구조적 제약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너, 브랜드 메시지, 이벤트나 광고성 알림이 과도해진다고 이용자들이 느끼기 시작하면서 “국민 메신저의 상업화”에 대한 여론 반발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홈 화면에 선물이나 쇼핑 탭을 배치하고, 친구 탭이나 채팅 탭에도 광고를 배치하기 시작하면서도 실제로 대화가 이뤄지는 채팅화면만큼은 절대적으로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노력 역시 이 때문이다.
메신저에 상업적 기능을 넣어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사람들의 체류시간이 가장 긴 채팅 화면에는 상업적 기능을 밀어넣기 어려운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정신아 대표가 “카카오의 플랫폼 트래픽은 대화방에 편중돼있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맥락과 체류 시간을 만들어야 광고·커머스 수익 공간이 열린다고 강조해온 것도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이다.
카카오의 가장 큰 자산은 카카오톡에 모여 있는 대화·관계 등의 데이터지만, 정보 탐색·쇼핑·콘텐츠 소비 등 소위 ‘발견형 트래픽’ 측면의 경쟁력은 경쟁사인 네이버와 글로벌 플랫폼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 꾸준히 카카오톡의 트래픽을 ‘챗 트래픽’에서 ‘맥락형·발견형 트래픽’으로 옮겨가려는 시도를 해 왔다.
정 대표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대화 방에 편중돼 있던 플랫폼 트래픽 구성이 다른 탭으로도 확장되면서 카카오톡 플랫폼 전반에서 트래픽 질이 한층 더 향상됐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대화방에만 몰려 있던 트래픽을 다른 탭으로 분산시키면서 광고·커머스로 연결될 수 있는 발견형 트래픽을 늘리고 있다는 의미에서 ‘트래픽 질이 향상됐다’고 평가한 셈이다
◆ 친구탭 개편 역풍, 카카오톡 정체성의 벽
문제는 정 대표가 말하는 ‘트래픽 질의 향상’ 속에서 이용자들의 반발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래픽 질의 향상과 이용자들의 반발이 충돌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올해 9월 발생한 친구탭 개편 사태다.
카카오는 출시 15년 만에 최대 수준의 UI 변화를 시도하며, 친구탭을 격자형 SNS 피드 형태로 바꿨다. 카카오톡을 ‘채팅앱’이 아닌 ‘일상 공유 공간’으로 키우기 위한 시도였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카카오의 예상과 달랐다. 애플리케이션 마켓의 리뷰글에는 “메신저가 아니라 SNS가 됐다”, “인스타그램을 흉내 낸다”는 비판이 쇄도했고, 카카오톡의 앱 평가 점수는 1점대로 하락했다.
결국 카카오는 개편 일주일 만에 친구탭을 복원하겠다고 선언했으며 12월 진행될 업데이트에서 기존 친구 리스트를 기본 화면으로 되돌리고, 격자형 피드는 옵션으로 남기기로 했다.
IT업계에서는 카카오톡 친구탭 개편 사건이 사실상 카카오톡이 ‘사회 인프라’의 성격을 갖게 됐다는 것을 알려준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메신저의 첫 화면을 건드리는 시도가 단순한 기능 개선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생활 리듬과 관계 구조를 바꾸는 개입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정신아 대표의 고민이 “카카오톡 안에서 얼마나 더 수익을 짜낼 것인가”라는 문제를 벗어나 “카카오라는 그룹이 메신저를 넘어 어떤 구조로 돈을 벌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는 이유다.
◆ 고민의 축 이동, ‘카카오톡의 상업화’에서 ‘그룹 구조의 AI 전환’으로
정신아 대표는 취임 직후 132개였던 계열사를 1년 반 만에 99개로 줄였고, 최근에는 주주서한을 통해 연말까지 계열사를 80여 개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비핵심·저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AI·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정신아 대표의 이런 움직임은 카카오톡 자체로 돈을 버는 방식이 아니라 카카오톡을 일종의 ‘관문’으로 삼아 그룹 전체의 AI서비스·검색·커머스·콘텐츠를 연결하는 플랫폼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카카오톡은 점점 수익을 내는 공간에서 카카오그룹의 모든 사업을 연결해주는 AI 기반 플랫폼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카카오의 AI 통합 브랜드 ‘카나나’는
정신아 대표의 이런 구상을 잘 드러내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직접 카카오톡 안에서 상점·콘텐츠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대신, AI 에이전트가 필요 정보를 찾아 연결해 주고 그 과정에서 광고·수수료·구독 등의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톡 채팅창을 상업 기능으로 채우지 않고도, 카카오 생태계 전체에서 발생하는 ‘AI 연결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모델이 가능해진다. 카카오톡은 에이전트가 작동하는 거점,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모이는 인프라로서 기능하고 수익은 카카오톡의 밖에 있는 서비스와의 결합에서 발생하는 구조인 셈이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AI에이전트의 수익은 네 가지 분야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개수수료 수익, 광고 매출, B2B수익, 구독 수익이다”라며 “AI에이전트 도입에 따라 매출의 상방이 열릴 수 있는 수익원은 구독 수익이라고 판단되는데, 카카오그룹에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있고, 이들을 구독 요금제에 통합한다면 강력한 구독 모델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