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5-09-16 12: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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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가 오히려 주가부양을 저해하고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경제단체에서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6일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5가지 측면에서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신중히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 대한상공회의소가 16일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우선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결국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유인이 약화되어, 결과적으로 취득에 따른 주가부양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기주식 취득은 시장에 기업의 주가 저평가 신호를 내보내, 주가 상승에 대한 주주의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임직원 보상, 자금조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자기주식의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활용 범위가 급격히 제한되어 취득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소각에 의한 단발적 주가 상승 기대에 매몰될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 기업의 반복적인 자기주식 취득을 통한 주가부양 효과를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기주식 소각을 법으로 의무화한 국가도 드문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과 일본, 미국의 델라웨어주와 뉴욕주 등은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자유롭게 보유,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반면 독일은 자본금의 1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3년 이내 처분 의무를 부과하며 해당 기간 내 처분하지 못하면 소각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주 역시 취득한 자기주식을 미발행주식으로 간주해 사실상 소각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시가총액 상위 30위 기업들의 자기주식 보유 비중은 우리나라의 시총 상위 30개사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영국·일본의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90곳 가운데 58개 회사(64.4%)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평균으로 비교한 경우에도 미국(24.54%), 일본(5.43%), 영국(4.93%)에 비해 우리나라의 보유 비중(2.31%)이 적었다.
또 대한상의는 소각을 의무화하면 주요 산업분야의 구조조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측은 “특히 석유화학업종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시급한데 기업 간 상호주 보유를 통해 전략적으로 제휴한 경우 합병 과정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하게 될 수 있다”며 “이렇게 취득한 자기주식이 소각돼야 한다면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정목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까지 소각하면 자본이 감소하여 업력별 고유사업도 못하게 되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합병 등의 과정에서 취득하는 자기주식은 자본금에 해당해 소각 시 상법상 감자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자본금이 줄어들면 자기자본비율,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신용등급이 하락해 대출과 투자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자기주식을 의무적으로 소각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경영권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3%룰(대주주 의결권 제한)이 도입되고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상법 개정으로 외국계 헤지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기주식 규제보다는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논의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할 경우 자본시장 발전에 오히려 역행하고 부작용만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을 전제로 자기주식 소각 의무보다는 처분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