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안 극적 타결에도 '부글부글', 5억 이상 성과급 격차에 사업부별 갈등 폭발 직전

▲ 삼성전자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메모리 사업부 등 특정 사업부에만 유리하다는 내부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극적으로 타결했지만, 성과급 배분 비율이 메모리 사업부 등 특정 부서에만 유리하다며 반발하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과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성과급 차이는 최대 5억4천만 원, DS부문 내 부서별 성과급 차이는 3억9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노노 갈등을 넘어 노조 와해 등 내홍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노사가 지난 20일 밤 10시30분경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 아래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잠정 협의하면서, 일단 총파업이라는 최대 리스크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임금협상에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사측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됐다.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DS부문에만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기로 했다. 제도의 유효기간은 올해부터 10년 간이며, 성과급 상한은 폐지된다. 

마련된 재원의 40%는 DS 부문에 공통적으로 지급하고, 60%는 DS 내 흑자 사업부(올해는 메모리사업부)에만 별도 지급한다. 공통 조직의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다. 성과급은 자사주로 지급된다.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가 영업이익이라고 추정하면, 올해 예상 영업이익 300조 원 가운데 31조5천억 원을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2026~2028년에는 DS 영업이익 200조 원 달성, 2029~2035년에는 DS 영업이익 100조 원 달성이라는 전제가 달려있다. 

이 가운데 40%인 약 12조6천억 원이 DS 부문 전체 인원인 7만8천 명에 돌아가면, 1인당 약 1억6천만 원을 받게 된다. 

나머지 60%(약18조9천억 원)는 메모리 사업부 약 2만8천 명에 1인당 최대 약 3억8천만 원씩 지급된다. 공통 조직 3만 명에는 1인당 2억7천만 원씩 돌아간다.  

기존 OPI 1.5%는 DS 부문과 DX 부문에 최대 5천만 원씩(연봉 1억 원 기준)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DX 부문에는 1인당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가 지급된다. 

이를 종합하면, DS부문 메모리 사업부는 약 6억 원, 공통 조직은 4억3천만 원,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2억1천만 원, DX 부문은 최대 5600만 원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안 극적 타결에도 '부글부글', 5억 이상 성과급 격차에 사업부별 갈등 폭발 직전

▲ 지난 20일 밤 11시경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입금교섭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왼쪽)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같은 성과급 격차에 일부 직원들 사이에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도출 이후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홈페이지에 올라온 '3차 총회 공고' 게시글에는 비메모리 사업부 직원이라고 밝힌 작성자들이 "비메모리는 버린다는 거죠?", "메모리 더 받기에만 치중했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 된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어 "인당 총 성과금 계산해봐도 메모리나 공통은 비메모리의 3배 정도 높은 수준을 받을 것"이라며 "결국 회사의 제1목표, 비메모리를 버리고 노조 와해를 가져온다에 근접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DX 부문 소속 직원들도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DX 부문 직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DX 부문은 상한 폐지가 있는 OPI가 그대로 적용되는 점 등이 크게 아쉽다"며 "내일 표결 시작 전까지 내부 의견을 모을 순 없겠지만, 최대한 부결로 투표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와해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초기업노조 홈페이지 댓글을 단 한 작성자는 이번 투표를 끝으로 노조를 탈퇴하겠다며 "비메모리를 버린 건 사측의 꼼수인데 아쉽다. 아마 많은 비메모리 조합원들이 탈퇴할 것으로 투표는 가결되어도 노조는 곧 와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잠정합의안은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표결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노조원 과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고, 그 중 절반 이상이 가결에 투표해야 하는데, 메모리 사업부와 공통 사업부 인원이 초기업노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월31일 기준으로 DS 부문 메모리 사업부와 공통 조직은 전체 노조원 중 약 54%를 차지한다. 최근 초기업노조 소속 DX 직원 4천 명이 노조를 탈퇴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 비율은 더 커졌을 확률이 높다.  

다만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더라도, 초기업노조 집행부는 '비메모리와 DX 부문을 홀대했다'는 비판과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최승호 위원장은 21일 삼성전자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오늘 시스템LSI/파운드리, 공통조직, 메모리 분들에게 응원, 불만 등 연락을 받았다"며 "사실 어느 정도는 이렇게 될 수 있다고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을 다했지만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고 결과가 모두를 만족드릴 수 없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21일 낸 입장문에서 "이번 합의안이 조합원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잠정합의안 투표의 결과로 조합원분들이 주신 초기업 노조의 성적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편 DX 부문 조합원들이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한 '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도출되며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잠정합의안 표결이 부결될 경우 가처분 신청 판단이 유의미하지만, 가결될 경우 교섭 중지 신청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DX 조합원들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이돈호 법무법인 노바 변호사는 "사실상 표결이 가결될 가능성이 80~90%인 상황에서 가처분 신청이 유지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