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했던 블랙리스트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장기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 CXMT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경쟁사들에 기술력을 점차 따라잡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규제마저 완화되면 D램과 낸드플래시 호황에 중장기 수혜를 낙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26일(현지시각)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중국의 D램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확대는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S&P글로벌은 세계 D램 시장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일제히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에 주력하기 시작하며 자동차를 비롯한 다른 산업에 타격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고객사들은 공급 부족 심화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주문 물량을 대폭 늘려 재고를 쌓아두려는 움직임도 파악되고 있다.
자연히 이는 메모리반도체 품귀 현상과 가격 상승세를 심화시키며 공급망 악순환을 이끌었다.
S&P글로벌은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중국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 및 YMTC의 D램과 HBM 생산 확대 계획이 점차 주목받게 됐다고 진단했다.
CXMT는 D램, YMTC는 낸드플래시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중국 내수시장에 사업을 크게 의존하고 있어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미국 전자제품 업체들마저 중국 제조사들과 공급 논의를 타진하는 사례가 파악되고 있다.
S&P글로벌은 “CXMT가 최근 선보인 최신 DDR5 규격 D램은 한국 반도체 경쟁사들에 필적하는 성능을 보여줬다”며 “HBM 생산 계획에도 더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CXMT는 상하이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등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 확대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YMTC는 주력 제품이던 낸드플래시를 넘어 D램 시장으로 진출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S&P글로벌은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내수시장 및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점유율을 점차 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분간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한국 경쟁사들의 점유율을 빼앗는 수준에 그치겠지만 아시아 및 유럽 시장까지 진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 중국 YMTC의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홍보용 이미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단가 상승 효과로 전례 없는 호황기 효과를 누리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단축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S&P글로벌은 미국 고객사들도 잠재적 대안으로 중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을 고려하는 사례가 파악됐다며 수급처 다변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특히 자동차 제조사들 사이에서 아시아나 유럽 등 미국 이외 지역에 판매하는 차량에는 중국 기업의 반도체를 탑재하려는 데 더욱 적극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마저 직접 나서 자국 기업들의 중국산 메모리반도체 확보를 도우려는 움직임도 파악된다.
S&P글로벌은 미국 국방부가 CXMT와 YMTC를 블랙리스트 목록에서 제외하려는 정황이 파악된 만큼 몇 주 안에 이러한 조치가 공식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현재 미국은 중국 인민해방군과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기업들을 규제 대상에 포함해 미국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이 규제에 CXMT와 YMTC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조치가 이뤄진다면 미국 기업들이 마음 놓고 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를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아직 확정된 조치가 아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분명한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품귀 현상에 역대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적과 주가 모두 가파른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극심한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중국 업체들의 진출 확대를 자극하는 반작용을 낳으며 최근의 시장 상황은 중장기 관점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제조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단기간에 생산을 크게 늘리며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공급 과잉을 이끌어 점유율을 넓히는 전략을 쓰기 때문이다.
S&P글로벌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D램은 단기적으로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제품 시장에 흡수될 것”이라며 “그러나 향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자동차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