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국내 전기차 판매량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09% 증가한 가운데 테슬라마저 누르고 국내 전기차 판매 순위 1위 자리를 꿰찼다.
| ▲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9월14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상용차 박람회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기아> |
정치권에서는 중국산 전기차가 안방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자,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전기차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가 전기차 국내생산세액공제 혜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다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 맹주 지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전기차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아는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 기아 전기차 국내 판매는 1만3169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86.5% 증가했다. 10월까지 누적 판매는 11만735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9.0%가 늘었다.
10월까지 친환경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0.3%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3%포인트가 증가했다.
현대차도 올해 전기차 판매가 늘었지만, 기아 전기차 판매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올해 10월까지 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 6만2687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24.7% 증가했다. 하지만 기아 전기차가 현대차보다 2배 가까이 더 팔린 셈이다.
기아 전기차는 한 차종에 쏠리지 않고 전체 라인업에서 고른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송 대표는 2020년 취임 직후부터 전기차 대중화와 글로벌 전기차 최상위 브랜드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 ▲ 기아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 <기아> |
현재 기아가 판매 중인 전기차는 레이EV, EV3, EV4, EV5, EV6, EV9, PV5, 봉고EV 등이다. 10월까지 누적 판매에서 봉고EV를 제외하고 모든 차종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기아는 전기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올해 내수 시장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누적 기준 국내 판매가 48만7308대로 1년 전보다 7.4% 증가했다.
앞서 기아는 지난 10월30일 진행된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 3년 동안 전기차 원가를 매년 10%씩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치권에서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전기차를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기아의 전기차 가격 경쟁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 방안이 담겼지만, 전기차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소재, 인공지능 로봇 부품 등 6개 분야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빠르게 늘면서 3개월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중국산 승용 전기차는 11만2417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11.81% 증가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43.5%로 8.4%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국산 승용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48.7%로 6.2%포인트 감소하면서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 ▲ 기아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5'. <기아> |
앞서 국내 진출한 BYD, 지커에 이어 샤오펑과 체리자동차 등 다른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까지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이달 안에 전기차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전기차를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이 20여 건 발의돼 있다.
법안마다 세액공제 비율은 다르지만 생산 비용의 10%~25% 수준에서 세액을 공제해 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기차 1대당 400만 원 공제해 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기아는 국내 완성차 제조사 가운데 가장 촘촘한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국내생산세액공제가 적용되면 직접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기아 전기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다. 10월까지 2만9823대 판매됐다. 준중형 SUV EV5가 2만8263대로 2위를 차지했다.
EV3 판매 가격은 3995만 원부터, EV5는 4155만 원부터 시작한다.
국내생산세액공제가 적용되면 EV3와 EV5는 3천만 원 초·중반대까지 가격이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비야디)의 중형 SUV 씨라이언6가 3750만 원, 중형 세단 씰이 3990만 원부터 판매 가격이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전기차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기아 전기차 판매가 좋은 흐름을 보이는 지금이 오히려 정책적 지원을 통해 시장을 선점할 시점”이라며 “국내에서 전기차 보조금뿐만 아니라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과 부품업체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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