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가명정보 원스톱 지원센터' 운영 사업자를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당초 공모 내용엔 포함되지 않았던 '컨소시엄 지원' 형식을 슬쩍 추가하면서, 코스콤이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밀어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경쟁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다른 3개 사업자들은 공모 방식에 '컨소시엄 지원' 형태가 추가된 사실을 전혀 몰랐고, 사업자가 선정된 뒤에야 개인정보위 등 일부 관련 누리집 모집 공고에서 '컨소시엄 지원' 방식이 추가된 것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데이터 처리 전문업체와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한 코스콤이 총 4개 지원 사업자 가운데 평가점수 88점으로 최고점을 받으며 사업자에 선정됐다.
| ▲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법적 근거 없이 코스콤을 '가명정보 원스톱 지원센터' 운영기관으로 선정한 가운데, 선정 절차의 공정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연합뉴스> |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형연 조국혁신당 의원이 개인정보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명정보 원스톱 지원센터를 직접 규정하거나 법적 지정 기관으로 정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고 인정했다.
개인정보위는 올해 4월1일 코스콤을 가명정보 처리를 위한 원스톱 지원센터 운영 사업자로 선정했다. 지난 5월 운영을 시작한 센터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의 가명처리와 적정성 평가 등을 통합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개인정보위 측은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의2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가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전 등의 목적을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나, 이를 위해 가명정보 처리를 위한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거나 위탁 사업자로 지정할 수 있는 법률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 측은 김형연 의원실 질의에 "개인정보 보호법 제3절(가명정보의 처리에 관한 특례)에 따라 가명정보 제도를 운영 중이며, 제도의 안전하고 유용한 활용을 위해 공모·심사를 거쳐 운영기관을 선정했다"면서도 "현행법 상 지원센터를 직접 규정하거나 법적 지원 기관으로 정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고 답변했다.
개인정보위는 가명정보 처리 지원센터 운영 근거와 지정 요건, 관리·감독 규정 등을 담은 법령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 법 개정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적 근거가 없고, 법령 개정 전인데도 개인정보위가 가명정보 지원센터 사업자를 선정해 지원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사업자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당초 지원센터 입찰 공모에는 컨소시엄 방식의 지원 여부가 안내되지 않았다. 지난 2월6일 게시된 공모 계획서에는 가명처리와 적정성 검토 업무를 위탁사업비로 외부에 맡길 수 없으며, 해당 업무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가명정보 처리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코스콤이 데이터 처리 전문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공모 절차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 관계자는 "공모 계획서에 가명처리와 적정성 검토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컨소시엄 구성이 어려운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컨소시엄 참여가 가능했다면 공모 단계부터 이를 명확히 안내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개인정보위·한국인터넷진흥원(KISA)·가명정보지원플랫폼 등 3개 누리집에 공모가 게시된 지 일주일 만인 2월13일 가명정보 지원 플랫폼 게시글에만 컨소시엄 형태의 참여가 가능하다는 안내가 추가됐다. 수정 사실과 시점도 별도 표시하지 않았다.
이후 코스콤은 가명정보 컨설팅 기업 데이타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4개 입찰 기업 가운데 평가점수 1위로 사업자에 선정됐다. 반면 한전KDN, 유피에스데이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등 3개 사업자는 단독 지원했다.
공모 입찰 평가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사압자 선정결과 보고서에서 코스콤에 대해 "금융기업으로 개인(가명)정보 관련 경험 부족을 컨설팅사(데이타스) 협력으로 보강했다"고 평가했다.
| ▲ 가명정보 원스톱 지원센터 공모 과정에서 컨소시엄 참여 안내가 일부 누리집에만 추가된 가운데 가명정보 처리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코스콤이 데이터 처리 전문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절차적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
불투명한 공모 안내 과정의 문제점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감사실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KISA 감사실은 컨소시엄 참여 관련 안내가 개인정보위 담당자 요청으로 일부 누리집에만 추가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해당 안내가 공모 참여 희망자의 지원방식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인 만큼, 수정일시와 내용을 명확히 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법적 지원 근거가 없는데도 가명정보 원스톱 지원센터 사업자를 선정한 것과 관련해 "시책(시범) 사업은 법에 명시적인 근거를 두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꼭 법적 근거가 없어도 추진할 있다"며 "현행법에 센터를 직접 규정한 조항이 없더라도 사업 운영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코스콤 선정 과정에 대해서는 "컨소시엄에 특별히 가점을 준 것도 아니고, 컨소시엄만 가능하도록 제한한 것도 아니다. 컨소시엄 참여 여부에 따라 가점이나 감점 없이 평가했다"며 "컨소시엄 관련 안내는 문의가 많아 추가로 보충해 설명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관련 법령에 규정이 없더라도 정부 기관이 시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개인정보위 측 주장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를 도입하기 앞서 타당성 검증을 위해 시범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기본적으로 민간 기업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할 경우엔 형평성, 특혜 의혹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법적 근거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시범 사업이라고 해서 법률상 근거가 없어도 된다고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관련 법령과 시행령에서 사업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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