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정국 BGF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이 이끄는 BGF가 홍정혁 BGF 사장이 인수와 대규모 투자까지 주도해온 소재기업 KNW를 직접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그동안 유통과 소재로 나뉘어 있던 홍정국·홍정혁 형제의 역할 구도에도 변화 가능성이 생겼다. 사진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
그동안 BGF그룹의 핵심 분야인 유통사업은 형인 홍정국 부회장이 담당하고, 신사업인 소재사업은 동생인 홍정혁 사장이 나눠 가지는 형태로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동생이 공들인 소재사업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 소재사업을 형인 홍정국 부회장이 직접 관리하는 형태로 지배구조가 재편되면서 두 형제의 역할 분담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BGF그룹의 지배구조와 임원 겸직 현황을 종합하면 홍정국 부회장이 이끄는 BGF는 앞으로 기존 유통회사인 BGF리테일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소재 회사 BGF에코머티리얼즈뿐 아니라 반도체 소재기업 KNW까지 직접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
BGF는 7일 공시를 통해 BGF에코머티리얼즈가 보유한 KNW 보통주 911만3891주(56.9%)를 817억5160만 원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BGF→BGF에코머티리얼즈→KNW→BGF에코스페셜티'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BGF→KNW→BGF에코스페셜티'로 한 단계 줄어든다.
단순히 계열 단계를 하나 줄이는 것을 넘어 그동안 홍정혁 사장 쪽 소재사업으로 묶여 있던 반도체 소재사업이 지주사 바로 아래로 이동한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홍정혁 사장은 KNW가 BGF그룹에 들어온 과정부터 깊숙이 관여해왔다.
홍정혁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BGF에코머티리얼즈는 2023년 KNW 구주 인수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56.75%를 확보했다. 당시 사업결합 이전대가는 약 1135억 원이었다.
KNW 인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중심이던 BGF에코머티리얼즈의 사업영역을 전자·자동차 부품소재와 반도체 소재까지 넓히는 계기가 됐다.
인수 이후에도 자금 투입은 이어졌다.
BGF에코머티리얼즈는 2024년 7월 KNW가 발행한 500억 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같은 해 KNW의 자회사 BGF에코스페셜티는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약 1500억 원을 투입해 무수불산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무수불산은 반도체·2차전지 등에 쓰이는 핵심 불소계 원료다.
홍정혁 사장은 당시 울산시와 체결한 투자협약에도 직접 참석했다. 약 2년의 투자 끝에 무수불산 공장은 올해 9월 완공됐다. 생산능력은 연간 5만 톤으로 국내 무수불산 수요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홍정혁 사장 입장에서는 KNW 인수부터 신규 생산시설 구축까지 공을 들인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확인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KNW를 지주사에 내주게 된 셈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 ▲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이사(왼쪽 세 번째)와 김두겸 울산시장(왼쪽 네 번째)이 2024년 8월20일 울산시청 접견실에서 1500억 원 규모의 반도체소재 생산공장 신설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울산시> |
6월 말 기준 BGF가 직접 보유한 국내 자회사는 BGF리테일과 BGF에코머티리얼즈 두 곳이었다. BGF리테일이 편의점과 물류·식품·택배 등 유통사업을 담당하고 BGF에코머티리얼즈가 소재사업을 맡는 구조였다.
그동안 그룹 안에서도 두 형제의 행보는 이런 사업구조와 맞물려 구분돼 왔다.
홍정국 부회장은 BGF 대표이사와 BGF리테일 부회장을 겸하며 편의점 CU를 중심으로 유통사업을 챙겼다. 홍정혁 사장은 BGF에서 기획·글로벌 업무를 총괄하는 동시에 BGF에코머티리얼즈를 비롯한 소재 계열사 대표를 맡으며 소재사업 확장에 무게를 실었다.
BGF가 2024년 지배구조를 재편했을 때도 이런 흐름은 오히려 선명해졌다.
당시 BGF는 직접 보유하던 BGF네트웍스와 동부로지스, 하이로지스, 화인로지텍 지분을 BGF리테일에 넘겼다. 광고·택배·물류 등 편의점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를 BGF리테일 쪽으로 모은 것이다.
같은 시기 BGF는 반대편에 있는 BGF에코머티리얼즈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400억 원을 투입했다. BGF의 BGF에코머티리얼즈 지분율은 70% 수준까지 높아졌다.
유통 연관사업은 BGF리테일에 모으고 소재사업에는 자금을 넣는 재편이 이뤄진 지 2년여 만에 이번에는 소재 가운데 반도체 축을 BGF가 직접 가져오는 방향으로 구조가 달라진 것이다.
다만 이번 재편을 홍정국 부회장이 홍정혁 사장으로부터 반도체 소재사업의 경영권까지 넘겨받는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6월 말 기준 홍정혁 사장은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뿐 아니라 BGF에코솔루션 대표와 BGF에코스페셜티 대표도 겸하고 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홍정혁 사장의 직책이나 BGF에코스페셜티 경영체계를 변경한다는 내용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사업적 필요성도 분명하다.
현재 구조에서 KNW는 BGF의 손자회사, BGF에코스페셜티는 증손회사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증손회사를 두려면 원칙적으로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해 BGF에코스페셜티가 외부 투자자를 주주로 유치하는 데 제약이 있다.
KNW가 BGF의 직접 자회사로 올라오면 BGF에코스페셜티는 손자회사가 된다. 향후 무수불산 사업에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경우 외부 지분투자를 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다.
아직 수익성을 안정시키지 못한 반도체 소재사업의 투자 부담을 지주사가 직접 관리하려는 의미도 있다.
BGF에코스페셜티는 2024년 영업손실 25억 원, 2025년 4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반도체 소재부문은 매출 230억 원, 영업손실 35억 원을 기록했다. 1500억 원 규모 무수불산 공장이 이제 막 가동 단계에 들어선 만큼 앞으로 추가 자금조달과 수익성 확보가 동시에 필요한 상황이다.
BGF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각 사업 부문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그룹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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