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일(현지시각) 태평양 도서국 투발루 푸나푸티 해안에 모인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사전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를 놓고 글로벌 기후대응 성과를 향한 낮은 기대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공동 개최국인 튀르키예와 호주를 향한 신뢰도 문제가 불거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로이터와 가디언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현지시각 오는 11월9일부터 20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 유엔 기후총회)를 향한 국제적 관심도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태평양 도서국 투발루에서 진행된 유엔 기후총회의 사전회의(pre-COP)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이런 시각의 바탕에 깔려 있다.
통상적으로 유엔 기후총회 사전회의는 원래 각국 정상들이 펼치는 외교의 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유엔 기후총회를 공동 개최하는 호주는 올해 초부터 사전회의 행사를 정상급 외교회의로 격상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태평양 도서국들이 기후변화로 입는 피해를 부각시키고 글로벌 기후대응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여러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기후총회 사전회의에 참석한 국가 정상은 14명에 머물렀다. 이 가운데 기후변화 주요 피해국으로 꼽히는 태평양 도서국을 제외한 지역 정상은 단 둘뿐이었다. 그마저도 동티모르와 모리셔스의 국가 정상으로 기후변화의 주요 피해국인 인도양 도서국 출신이었다.
이에 호주 야당인 자유국민연합은 이번 유엔 기후총회 사전회의를 '외교적 참사'라고 비판했다.
댄 테한 자유국민연합 대변인은 가디언을 통해 "정부의 우스꽝스러운 행사이자 크리스 보웬(현 호주 기후변화부 장관)의 허영심에서 비롯된 프로젝트"라고 지적했다.
로이터와 가디언 등 외신들은 유엔 기후총회 사전회의에 각국 정상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을 놓고 전반적으로 올해 글로벌 기후대응 협력을 향한 국제사회의 낮은 기대감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랄프 레겐바누 바누아투 기후부 장관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유엔 기후총회 사전회의에 애초 더 많은 것을 기대했었다"며 "하지만 태평양 국가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는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우선순위의 부족을 보여주는 사례가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 ▲ 올해 2월에 촬영된 튀르키예 서남부 엘비스탄 석탄 광산과 석탄화력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
그린피스는 5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호주는 태평양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자처하면서도 그 공동체를 위협하는 석탄, 가스 프로젝트를 계속 승인하고 확대시켜 위기를 더 심화시켜선 안 된다"며 "해외에선 기후변화의 시급성을 외치면서 국내 화석연료 확장을 추진하는 것은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호주는 매년 약 1천억 달러(약 134조 원) 규모의 석탄과 가스를 수출하고 있다.
이번 기후총회 사전회의를 개최하기 직전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각)에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가 호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탄 채굴 프로젝트인 '헌터 밸리 운영 지속 프로젝트'를 승인하기도 했다.
레겐바누 장관은 가디언을 통해 "석탄 광산 수명 연장 조치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중요한 시기에 매우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이번 유엔 기후총회 사전회의에 각국 정상의 참석률이 저조한 데에는 실질적 대응 마련보다는 회의의 외양에 집중한 호주의 태도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 익명의 유럽 외교관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호주 정부는 이번 유엔 기후총회 사전회의를 기후대응을 진전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이를 자국의 외교적 성과로 포장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호주와 공동 개최를 맡은 튀르키예도 화석연료 사용 감축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가 올해 4월에 발간한 '튀르키예 전력 부문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올해부터 석탄발전소 전력 구매 보장 제도를 도입해 단기적으로 석탄 발전량이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 기후단체 350.org가 지난달 2일에 내놓은 다른 분석에 따르면 튀르키예의 석탄 및 가스 발전량은 2035년까지 지난해 대비 약 3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가디언은 4일(현지시각) 호주와 튀르키예 모두 이번 유엔 기후총회 사전회의 전에 참여국들에 보낸 서한에서 화석연료 대응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아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드레아스 지버 350.org 정치 전략 책임자는 가디언을 통해 "역사상 최대의 에너지 위기 속에 올해 유엔 기후총회 공동 개최국들이 화석연료라는 핵심 문제를 계속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두 나라는 전환을 주도하기는커녕 여전히 극단적인 속도로 화석연료를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 유엔 기후총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면 호주와 튀르키예가 화석연료 문제에 대응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기후단체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의 빌 헤어 최고경영자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호주의 현 정부는 2022년 집권 이후 수출용 화석연료 개발 사업을 37건 승인했다"며 "튀르키예도 석탄 채굴과 연소를 우선시하며 지역 가스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데 집착하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어 최고경영자는 "호주와 튀르키예 두 나라가 화석연료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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