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수급을 줄이는 해법을 놓고는 수급 횟수에 따라 급여를 깎는 방식과 실업급여 수급에 필요한 피보험 단위기간을 늘리는 방안, 구직활동 관리와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이 함께 논의돼 왔다.
| ▲ 정부가 실업급여 반복수급을 줄이기 위해 구직활동 관리를 강화하는 가운데 수급요건 조정과 단기·불안정 고용구조 개선도 앞으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실업급여 신청 창구. <연합뉴스> |
이재명 정부는 현재 구직활동 관리와 재취업 지원 강화에 무게를 두면서 앞으로 지급요건과 지급일수 개편도 추가로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가입기간을 현행 180일(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리는 구체적 방안에는 기간제 등 취약근로자의 수급요건 충족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반복수급 억제와 고용안전망 보호를 함께 고려한 제도 설계가 과제로 남아 있다.
3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최근 5년 동안 실업급여를 3차례 이상 받은 반복수급자는 11만3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에게 지급된 구직급여는 약 6천억 원이었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반복수급 자체를 곧바로 제도 악용으로 보는 데는 선을 긋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반복수급자에게 지급된 약 6천억 원은 지난해 전체 구직급여 12조4천억 원의 4.9%에 이른다. 반복수급자의 36.5%는 60세 이상, 65.1%는 월소득 300만 원 미만이었다. 공공 일자리 등이 포함된 공공행정 종사자 비중도 22.4%였다.
고용부는 전날 실업급여 반복수급자 관련 기사에 대한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임시직 비중이 높은 한국 노동시장 구조 때문에 불가피하게 반복수급이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의 대책은 반복수급자의 급여 자체를 직접 깎기보다 구직활동 관리와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는 데 우선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용부가 9월1일 발표한 '고용보험 제도개편 방안'에는 구직급여 지급방식을 주 7일에서 무급휴일을 제외한 주 6일로 바꾸고 상한액을 하한액의 103%에 연동하며 조기재취업수당 지급 대상을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월 지급액은 줄지만 총 지급액과 총 지급일수는 유지된다. 최저임금 수준 노동자가 일할 때 받는 임금보다 구직급여 월 수급액이 많아지는 현상을 해소하고 재취업 유인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반복수급자에 대해서는 지난해 3월부터 실업인정 주기를 4주에서 2주로 줄이고 실업인정 때마다 고용센터에 출석해 대면상담을 받도록 했다. 올해 3월에는 60~64세 반복수급자의 자원봉사와 단기 취업특강 등 단순 활동 인정 횟수를 최대 2회로 제한했다.
8월 발표한 '국가 고용서비스 혁신방안'에서는 반복수급자 등을 '취업활동 마일리지'의 단계적 적용 대상으로 정했다. 개인별 취업활동 목표를 세우고 면접과 직업훈련 등에 점수를 부여하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허위·형식적 구직활동 의심 사례를 집중 점검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정부는 구직급여의 재취업 기능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지급요건과 지급일수 개편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기로 했다.
쟁점은 지급요건을 어떤 방식으로 손볼 것이냐는 지점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구직급여를 받기 위해 필요한 피보험 단위기간을 현행 180일에서 12개월로 늘리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반복수급 이후 급여를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진입요건 자체를 높이는 것이다.
한석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개정안은 근로유인을 높이며 장기고용을 증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고,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수급 요건을 지나치게 강화하는 것은 구직급여 지급의 취지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도 해당 방안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기간제 근로자 등 고용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동자가 수급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지고 실직자가 적절한 구직활동 없이 다시 불안정한 일자리로 이동하면서 노동시장 불평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고용보험 도입 당시 구직급여 수급을 위한 피보험 단위기간은 이직 전 18개월 가운데 12개월이었지만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180일로 완화됐다.
반복수급자의 급여를 직접 줄이는 방식도 이미 정부가 수년 동안 추진해 온 선택지다.
| ▲ 울산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연합뉴스> |
정부는 2021년 5년 동안 3회 이상 구직급여를 받는 반복수급자의 급여를 횟수에 따라 감액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2024년에는 같은 취지의 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이직일 이전 5년 동안 2회 이상 구직급여를 받은 뒤 다시 수급하면 급여일액을 최대 50% 범위에서 감액하고 대기기간을 최대 4주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정부는 피보험 단위기간 가운데 90일 이상 일용근로자나 단기 예술인·노무제공자로 일한 경우 등을 반복수급 횟수에서 제외하도록 예외를 뒀다. 이와 함께 단기 근속한 구직급여 수급자 비율이 높고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구직급여 지급액이 많은 사업장에는 사업주가 부담하는 실업급여 보험료를 추가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반복수급자에 대한 급여 감액과 함께 반복수급과 연관된 단기 근속이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에도 추가 보험료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었다.
앞으로 실업급여 제도개편에서는 반복수급을 줄일 필요성과 단기·불안정 고용으로 불가피하게 실업을 반복하는 노동자의 고용안전망을 어떻게 함께 고려할지가 핵심 과제로 남았다.
반복수급 횟수에 따라 급여를 감액하거나 수급에 필요한 가입기간을 늘리는 방안은 반복수급을 억제하기 위한 직접적 수단인 반면 실업 위험이 높은 취약계층의 구직급여 접근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따져야 한다.
수급요건 조정과 함께 반복수급을 유발하는 단기·불안정 고용구조를 어떻게 손볼지도 과제다. 고용부는 전날 보도설명자료에서 "불가피한 반복수급을 유발하는 노동시장 구조적 원인을 살펴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정부가 단기 근속자가 많은 사업장에 추가 보험료 부담을 두는 방안을 반복수급자 감액안과 함께 추진했던 만큼 향후 제도개편에서 수급요건 조정과 함께 사업장 측 대책을 얼마나 구체화할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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