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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9월] 세계 자원 전쟁에 한국 '무방비', AI·반도체·로봇 미래산업 자원 컨트롤타워 시급

김승용 기자 srkim@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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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9월] 세계 자원 전쟁에 한국 '무방비', AI·반도체·로봇 미래산업 자원 컨트롤타워 시급
▲ 세계 각국은 희토류 등 전략 광물 자원을 국제 통상의 무기로 삼고 있다. 또 인공지능, 반도체, 로봇, 배터리, 방산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광물자원 공급망을 확충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 15년 여간 해외 광물자원 개발 사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중국 내몽골 자치구에 위치한 희토류 광산.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는 지금 총성 없는 자원 전쟁 중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전기차, 배터리, 우주항공, 방산 같은 첨단산업이 국가 패권을 가르는 시대가 됐지만, 그 화려한 첨단산업의 밑바닥에는 예외 없이 광물자원이 자리잡고 있다. 

AI 서비스를 돌리려면 기가와트(GW)급 전력을 삼키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그 전력은 우라늄과 구리, 철 등 각종 자원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도체 하나를 만드는 데도 황산, 갈륨, 게르마늄, 구리, 텅스텐 등 수십 종의 광물자원이 투입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안정적 광물자원 공급망 없이는 애초에 설계도조차 그릴 수 없다. 우주항공과 방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희토류 없이는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 자원들이 특정 국가에 극도로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70%를 장악하고 있고, 미국조차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희토류 화합물과 금속의 약 70%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2025년 4월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로 맞선 뒤, 결국 미국의 관세 유예 합의를 이끌어낸 사건은 자원이 곧 협상력이자 통상 무기가 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해 10월에는 중국이 희토류 관련 기술과 원재료, 장비 전반에 걸친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발표했고, 미·중 정상회담 이후 1년간 유예됐을 뿐 근본적인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은 이같은 자원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데도 '무방비'에 가깝다. 국내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는 금액 기준으로 화합물 61%, 금속 80%에 이른다. 배터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의 중국산 비중은 수입액 기준 87.9%까지 치솟았고, 배터리 소재 국산화율은 14%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이미 55~60% 이상의 국산화율을 달성했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생산은 중단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은 지난 15년 간 사실상 멈춰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약 26조 원 규모로 추진된 공격적 자원외교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락과 맞물려 대규모 손실로 귀결되고, 캐나다 하베스트 석유 개발사 투자를 둘러싼 일부 비리 의혹까지 겹치면서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정치적 낙인이 찍혔다. 

이후 정권을 막론하고 해외 자원개발은 '손대면 큰일 나는 사업'으로 취급됐다. 결국 2016년 이후 국내 공기업의 신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2015년 이후 새로 추진된 사업은 석유공사가 아랍에미리트(UAE) ADNOC과 원유 탐사 및 시추 공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것 등 단 3건에 그쳤다. 

광물자원 확보를 담당해야 할 한국광해광업공단은 누적된 적자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공단법으로 해외 직접투자 자체가 아예 금지된 채 방치돼 왔다. 올해 말이면 자본금 납입 한도가 1639억 원밖에 남지 않을 만큼 재무 여력도 바닥났다.

정부가 올해 2월 광해광업공단의 최대 출자 범위를 50% 이내로 제한하는 안전장치를 두는 조건으로 해외 사업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법 개정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법 개정은 전혀 진척이 없다. 
 
[데스크리포트 9월] 세계 자원 전쟁에 한국 '무방비', AI·반도체·로봇 미래산업 자원 컨트롤타워 시급
▲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6년 6월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최근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통합해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두 공사를 단순 합산하면 자산 약 73조 원, 부채 약 65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공기업이 탄생한다. 

하지만 석유공사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넘어오는 부채 처리와 자원개발 기능의 재설계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조직만 합친 '매머드 공기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두 자원 공기업의 통합이 진짜 의미를 가지려면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조직 개편이 아니라 자원 확보 역량의 복원이 목적이 돼야 한다. 

앞서 1970년대 이후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적극 나섰다가 실패한 일본 정부는 2004년 석유·천연가스 확보 업무를 하던 석유공단과 비철금속광물자원 개발을 담당하던 금속광업사업단을 통합해 석유가스자원공사(JOGMEC)를 출범시켰다. JOGMEC은 석유와 천연가스, 금속광물 개발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탐사부터 투자, 채무보증, 기술지원, 정보 제공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며, 자원 공급망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반도체, 피지컬AI, AI데이터센터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내걸고 내년 21조 3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남권에 80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4기를 짓고, AI데이터센터 구축에는 550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예고돼 있다. 

그런데 이 사업들이 요구하는 전력만 2035년까지 AI데이터센터 18.4기가와트, 반도체 클러스터 6.3기가와트로 총 24.7기가와트에 달한다. 최신형 원전(APR1400) 기준으로 약 18기를 추가로 건설해야 공급 가능한 규모다. 

이 전력을 만들고, 이 공장을 돌리고, 이 배터리와 반도체를 완성할 우라늄, 구리, 리튬, 희토류 등 자원을 누가, 어디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해 줄 것인가에 대한 답은 3대 메가프로젝트 계획 어디에도 담겨 있지 않다.

자원 확보는 손익계산서로만 재단할 문제가 아니다. 한 전문가는 최근 자원안보를 두고 "효율성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낭비처럼 보일 수 있지만, 보험과 비슷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보험은 평소엔 아까운 지출처럼 보이지만 위기가 닥치는 순간 회사의 존립을 가른다. 지금 한국이 첨단산업에 쏟아붓는 수백조 원의 투자도 마찬가지다. 자원이라는 보험 없이 지어 올린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는 중국이 수출 허가서 도장 하나를 늦게 찍는 순간 멈춰버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자원을 무기화하며 첨단산업 패권을 다투는 지금, 우리는 지금 자원 없는 첨단산업 육성만 외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경제 강국 도약 비전을 실현하려면 핵심 광물자원 공급망 확보와 재건이 필수다. 서둘러 국가 자원 전략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자원 공급망 확충에 나서야 한다. 김승용 산업&IT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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