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1. "박제 기술자가 세금 징수원과 다른 건 가죽만 벗긴다는 점이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이 농담에는 세금에 대한 거부감이 잘 드러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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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금을 좋아하는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없다. 과도한 세금으로 혁명이 일어난 사례도 역사에 부지기수로 있다. <br />
<figure class="image" style="float:right;margin-right:0px; margin-left:15px; margin-top:30px; "><img alt="[데스크리포트 9월] 민주당이 부동산 보유세 올리면 선거 망칠까" height="150" class='lazyload' data-src="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608/20260804164628_198094.jpg" width="300" />
<figcaption><table width=320><tr><td align='left' style='margin:0; padding:0px 0px; color:#306f7f; font-size:12px; font-family:verdana; letter-spacing:-0.1em; line-height:160%; table-layout: fixed; width:180px;'>▲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td></tr></table></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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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정치인들이 가장 꺼리는 주제가 바로 증세 문제다. 선거를 앞두면 특히 더 그렇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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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증세했는데 선거에서 이긴 경우도 여러 차례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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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해 중산층은 놔두고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인상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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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부자에게 '공정한 몫(fair share)'을 부담하게 하겠다"는 원칙을 전면에 내세웠다. 증세했는데도 클린턴은 1996년 대선에서 당당히 재선에 성공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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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사례도 있다. 호주 노동당 정부는 1983년 세제 개혁을 추진했다. 조세 특혜와 공제를 줄여 세금 부담을 공정하게 배분한다는 정책 기조를 내걸었다. 노동당은 1987년 재집권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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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경우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캐나다 자유당 정부는 1993년 집권 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금 부담을 늘렸다. 지출 삭감도 함께 추진하며 재정수지를 빠르게 개선했다. 결국 1997년 재집권에 성공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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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세금 문제에서 세율보다는 공정성 측면이 정치적으로는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책적 목표를 분명히 알리고 국민들의 이해를 널리 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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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거부감이 가장 큰 대표적 세금이라 할 수 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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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으로 종부세 납세자는 정부 집계에 따르면 48만 명가량에 불과하다. 전체 주택 소유자의 3% 정도에 머문다. 그런데도 거부감이 상당하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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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도입의 역사를 보면 이런 점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2005년 처음 종부세가 도입될 당시 정부가 내건 명분은 '조세 정의'였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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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은 보유세를 내야 한다는 명분 자체에는 그 누구도 반대하기 힘들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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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종부세가 부동산 투기의 억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은퇴한 뒤 소득이 없는 사람도 종부세를 내야 한다는 문제가 정치적으로 부각됐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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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여러 시장 상황으로 인해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며 한 집에 오래 살았던 1주택자도 종부세 대상이 됐다. 이에 조세 명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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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말하면 다주택자와 투기 세력이 아니라 일반 국민까지 옥죄는 세금이라는 정치적 낙인까지 붙게 됐다. 이 낙인 뒤에서 결과적으로 투기 수요는 더 활개 칠 수 있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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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1주택자에 대한 과세 조정장치가 마련됐다. 종부세 자체가 위헌은 아니지만 납세자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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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뒤 진보와 보수 정권의 성향에 따라 종부세가 강화되거나 완화되는 일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조세 정의의 확립이라는 종부세의 애초 명분은 크게 옅어졌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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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44100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명</a> 정부가 내놓은 '8.3 부동산 세제 개편안' 가운데 종부세 공제 항목의 일부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수정된 것은 이런 현실적 여론 상황을 고려한 결과로 읽힌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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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애초 8월 발표안과 달리 비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본공제 기준을 공시가격 12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기본공제 기준을 9억 원으로 축소하려다 원래대로 되돌렸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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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유세 부담 상한도 전년 대비 200%로 높이려다 기존의 1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를 놓고 시민사회에서는 '부자 감세' '정책 일관성 훼손' 등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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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로서도 이렇게 한 사정은 분명 있어 보인다. 종부세 공제 기준에서 공시가격 12억은 시세로 따지면 집값 17억~18억 원 수준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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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개편안에서 거론됐던 공제 한도인 공시가격 9억 원은 시세로 13억 원쯤 되고 거주 1주택자에 적용된 14억 원은 시세로 치면 20억 원가량이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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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KB부동산 조사를 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 전체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 원 정도다. 강남 11개 구 평균은 약 20억 원이고 강북 14개 구는 12억 원이 조금 안 된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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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세와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정책까지 고려하면 자칫 25개 서울 자치구 가운데 대부분 지역에서 종부세를 부담하는 가구가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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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집 한 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 더 내게 생겼다는 볼멘소리가 퍼질 우려가 다분했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 불로소득에 공정하게 과세한다는 명분이 흔들릴 수 있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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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1주택 보유자의 종부세 공제 기준을 12억 원으로 기존대로 되돌린 건 정부의 현실적 타협안으로 볼 여지가 있는 셈이다. <br />
<figure class="image" style="float:left;margin-left:0px; margin-right:15px; margin-top:30px; "><img alt="[데스크리포트 9월] 민주당이 부동산 보유세 올리면 선거 망칠까" height="150" class='lazyload' data-src="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609/20260908083230_232241.jpg" width="300" />
<figcaption><table width=320><tr><td align='left' style='margin:0; padding:0px 0px; color:#306f7f; font-size:12px; font-family:verdana; letter-spacing:-0.1em; line-height:160%; table-layout: fixed; width:180px;'>▲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바뀐 부동산 세제 관련 안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td></tr></table></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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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44100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명</a> 정부는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라는 방침에 따라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마련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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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 주택 중심으로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한다는 게 정부 세제 개편안의 핵심이다. 특히 세제 혜택에서 '거주'를 강조해 '똘똘한 한 채'로 대표되는 투기적 수요를 막고자 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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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 1세대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4억 원으로 유지해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차등 기조를 분명히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또 초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율을 높여가는 정책도 유지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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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의 과세표준에 영향을 주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70%로 이전보다 10%포인트 높이는 방안도 그대로 뒀다. 보유 기간에 따른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거주 기간에 따른 공제로 전환하는 정책도 이어가기로 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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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공제 한도를 원래대로 돌려서 일견 정책이 크게 후퇴한 것으로 비쳤지만 사실 집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에 조세 정의를 실현하려는 정책 기조는 대부분 유지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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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려할 만한 대목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련 보도를 보면 국회 심의 과정에 이러한 정부의 조세 정의 기조까지 뿌리째 흔들려 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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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를 거쳤다지만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국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물론 민주당이 보도에 나오는 내용을 아직 공식화한 건 아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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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주택 비거주자의 공제 한도도 14억 원으로 올려야 한다거나, 공정시장가액비율도 기존처럼 60%로 유지해야 한다는 등 일각의 목소리는 자칫 공정 과세 원칙을 뒤흔들 소지가 다분하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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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는 내년 중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진행될 공산이 큰 데다 2028년 총선까지 있다는 점을 고려한 움직임으로 읽힌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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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44100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명</a> 정부 출범 뒤 치솟은 집값과 이에 따른 지지율 하락 추세는 원칙을 국민에게 설득해 정면 돌파해야 하는 게 맞다. 주택 보유세가 자동차세나 근로소득세보다 못한 현재의 상황을 바꿔내야 조세 정의가 서고 결과적으로 돈이 부동산에만 몰리지 않고 증시 같은 생산적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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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와 함께 주택 공급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국민을 향해 거듭 설명하고 실행력을 보이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또 대출 규제로 집을 사지 못하는 실수요자의 어려움을 보듬는 금융정책도 더 다듬어 내놔야 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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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역사를 보면 민주당은 정책적 원칙을 분명히 세웠을 때 국민적 지지를 받았고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질 때 지리멸렬했다.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 원칙을 민주당이 세제 개편안 국회 심의 과정에서 흔든다고 해서 안 올 표가 오는 것도, 올 표가 떠나는 것도 아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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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이 세무사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정부의 세제개편이 맞는 소리인데 큰 그림을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이 쓴소리를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44100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명</a>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여당 고위관계자들은 새겨들어야 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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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승리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서 쟁취하는 게 아니다. 원칙을 세우고 실행하되 이를 국민에게 널리, 성실하게 알려 공감대를 얻는 일이 중요하다. 박창욱 건설&에너지부장 겸 글로벌&기후대응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