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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사회

정부 '자살위험' 전방위 대응 나선다, 학교·금융 이어 미디어까지 정책 접점 확대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6-08-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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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상담·치료와 긴급대응 체계를 확충하는 동시에 학교와 금융기관, 언론·온라인 플랫폼 등 일상 영역으로 자살예방 정책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청소년에게는 학교를, 경제적 위기에 빠진 사람에게는 채무상담과 금융정보를 자살예방의 접점으로 활용한다. 일반인들이 자주 접하는 신문 기사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미디어에서도 자살예방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다만 미디어 분야는 언론사와 콘텐츠 제작자, 국내외 플랫폼의 관행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의 현장 작동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자살위험' 전방위 대응 나선다, 학교·금융 이어 미디어까지 정책 접점 확대
▲ 정부가 학교와 금융기관에 이어 언론·온라인 플랫폼 등 미디어 환경으로 자살예방 정책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홍보물. <이제석광고연구소>



2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부는 자살을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유해정보 노출 등 위험요인별로 관계부처가 개입하는 '통합 예방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6월 학생·청소년 대책과 7월14일 경제적 위기자 대책에 이어 지난달 28일 '미디어·온라인 분야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 대책'과 '자살 긴급대응 강화방안'을 내놨다. 이들 대책은 정부가 5월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범정부 자살예방 종합기획단'을 출범한 뒤 순차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9대 분야별 자살예방 대책'의 일부다.

정부는 분야별 대책을 시급한 현안 해소와 경제적·사회적·정서적 위기 해소로 구분하고 학생·청소년, 경제적 위기자, 자살 긴급대응, 자살 장소, 고립·위기가구, 돌봄·간병 부담, 미디어·온라인, 특수직군, 범죄피해자 등 9개 분야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분야별 대책에서는 각 분야의 정보와 제도를 활용해 자살위험을 조기에 포착하고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하려는 흐름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경제적 위기자 대책에서는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상담 대표번호 1375를 마련하고 금융정보와 건강보험료 납부정보 등 비금융정보를 결합한 위기자 발굴모형을 개발하기로 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먼저 발견한 뒤 채무조정과 고용·복지 지원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미디어·온라인 대책은 자살위험을 높일 수 있는 정보가 만들어지고 확산하는 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2023년 12월 한 유명 연예인이 숨진 뒤 2개월 동안 자살사망자는 2616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5.8% 증가했다. 동일한 방식을 이용한 사망자는 395명에서 824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자살예방 보도준칙 위반에 따른 언론 자율심의기구의 주의·경고 건수도 2023년 564건에서 2025년 1024건으로 증가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신고된 온라인 자살유발정보는 같은 기간 30만3636건에서 60만3383건으로 거의 두 배가 됐다.

정부는 기존 보도준칙과 언론계 자율심의 체계에 위반 매체 공개와 제재·지원사업 연계를 더해 준칙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매체별 보도준칙 위반 건수를 분기마다 공개하고, 위반이 일정 횟수 이상 누적된 매체에 대해서는 제재 수위를 높인다. 연간 위반 건수가 일정 기준을 넘은 매체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언론사가 기사 작성 단계에서 보도준칙을 점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을 올해 말까지 개발하고, 유명인 등 주요 자살사건은 관련 교육을 이수한 기자가 취재·보도하는 관행도 추진한다.

정책 대상은 언론 기사에서 영상 콘텐츠와 온라인 플랫폼으로 넓어진다. 

정부는 OTT 사업자가 영화와 드라마의 등급을 자체 분류할 때 자살·자해 장면의 모방 위험을 적절히 고려했는지 사후관리를 강화한다. 자살의 방법과 도구를 자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자살을 미화하는 방송에는 심의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영상 제작현장에서 자살장면 가이드라인이 활용될 수 있도록 배포·확산한다.

아울러 정부는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유통되는 자살유발정보를 AI로 상시 탐지하는 24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자살유발정보 등 불법정보로 24시간 서면심의 대상을 넓힌 데 이어, 심의 전이라도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긴급조치권 도입도 추진한다.
 
정부 '자살위험' 전방위 대응 나선다, 학교·금융 이어 미디어까지 정책 접점 확대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 첫번째)이 5월6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범정부 자살 예방 대책 추진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디어·온라인 대책의 성패는 자살유발정보를 얼마나 많이 적발하고 차단했는지 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언론사와 콘텐츠 제작자, 플랫폼이 실제 보도·제작·유통 관행을 바꾸고 위험 신호를 보인 이용자에게 도움받을 방법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같은 날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자살 긴급대응 강화방안은 위기 포착부터 출동·치료, 퇴원 후 관리와 일상회복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별도의 핵심 대책이다. 미디어·온라인 대책과는 온라인에서 위험 신호를 보인 이용자를 실제 상담과 보호로 연결하는 지점에서 맞닿는다.

정부는 '자살·자해' 등 위험 키워드를 검색한 이용자에게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안내와 공익광고 등 예방 콘텐츠가 SNS 알고리즘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되도록 플랫폼과 협의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그동안 발표된 분야별 대책이 위기요인의 발굴과 환경 개선 등 사전 예방에 집중했다면 긴급대응 방안은 목전의 위기에 즉각 대응해 생명을 구하는 최전선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긴급대응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 2025년 109 상담전화에는 35만2천 건이 걸려 왔지만 응대율은 47.3%에 그쳤다. 경찰과 소방이 연간 5만1천 건의 자살시도 사건에 출동한 데 비해 자살예방센터 전문인력의 현장 출동은 3738건, 약 7%에 머물렀다.

정부는 올해 5월 103명이던 109 상담인력을 10월까지 200명으로 늘리고 경찰과 정신건강 전문인력이 함께 출동하는 합동대응팀을 확대하기로 했다. 귀가 전에 단기 상담과 보호, 사례관리 연계를 받을 수 있는 일시보호 서비스도 시범 운영한다.

미디어·온라인 대책의 실행 기반을 마련하는 일도 과제로 남아 있다. AI 기반 24시간 모니터링센터 설치는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와 협의 중이며, 심의 전에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긴급조치권 도입에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9대 분야별 대책을 통해 자살예방의 접점을 학교와 금융기관, 미디어 등 생활 현장으로 넓히고 있다. 미디어 분야에서는 언론사와 콘텐츠 제작자, 플랫폼의 보도·제작·유통 관행이 실제로 바뀌고, 위험 신호를 보인 이용자에게 도움 정보가 제때 제공돼 상담과 현장 보호로 연결되는지가 정책 효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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