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4대 시중은행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우리은행은 유일하게 순이익이 뒷걸음질하면서 경쟁 은행들과 실적 격차가 한층 더 벌어졌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 기준) 1조3730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이 8.5%,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1.7%씩 순이익을 늘린 것과 대조적이다.
순이익 체급 차이도 커졌다. 다른 은행들이 일제히 2조 원대 순이익을 거둔 반면 우리은행은 1조 원대에 머물렀다. 3위인 하나은행과 격차도 지난해 상반기 5274억 원에서 올해 7481억 원으로 확대됐다.
상반기 우리은행의 순이익 감소는 비이자이익 급감이 이끌었다.
수수료이익과 외환·파생상품손익은 늘었으나 유가증권 관련 실적이 지난해 상반기 4042억 원 흑자에서 올해 2884억 원 적자로 돌아서며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따라 비이자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6598억 원에서 올해 3927억 원으로 40.5% 급감했다.
유가증권 관련 손익은 금리와 환율 등 금융시장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상반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여파로 은행권 전반의 유가증권 관련 실적이 악화됐지만 이를 방어할 이자이익 기반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경쟁 은행들은 우리은행의 두 배를 웃도는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유가증권 관련 실적 부진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비이자이익 감소를 상쇄할 만큼 이자이익이 늘지 않아 순이익이 줄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이자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했음에도 비이자이익 감소 폭이 이를 뛰어넘으면서 전체 순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다만 핵심 비이자수익원인 수수료이익이 큰 폭으로 늘면서 비이자이익 회복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수수료이익은 1년 전보다 27.8% 증가해 신한은행(25.9%)과 하나은행(22.4%) 증가율을 웃돌았다. KB국민은행(36.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4대 은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자산관리(WM) 부문의 신탁수수료와 펀드수수료가 상반기 각각 87.7%, 83.7% 증가했고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의 인수·자문수수료도 73.8% 늘었다.
여기에 하반기에는 이자이익 증가세도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의 2분기 순이자마진은 1.51%로 1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기준금리가 올랐음에도 순이자마진 상승이 주춤했던 것은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에 대비해 4~5월 정기예금을 미리 확보하면서 조달비용이 먼저 반영됐기 때문이다.
상반기 우리은행은 6개월 미만 단기예금 비중을 낮추고 변동금리 및 3개월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된 대출 비중을 높여 금리 상승기에 이자수익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는 구조를 다졌다.
이에 따라 상반기 미리 늘려둔 예금 비용 부담은 점차 줄어들고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이자수익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우리금융지주는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되면 순이자마진 확대 폭도 다시 커질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25 bp(1bp=0.01%포인트) 오를 경우 연간 순이자이익은 약 1600억 원 증가하고 순이자마진은 4bp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행장이 추진해 온 생산적 금융 확대 전략도 하반기 실적 개선을 뒷받침할 요인으로 꼽힌다.
생산적 금융은 금융권 자금을 가계대출과 부동산 등에서 미래성장산업 등 실물 경제로 공급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말한다. 특히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엄격해진 상황에서 기업금융 확대는 대출 자산 성장과 이자이익 증가를 동시에 이끌 핵심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 행장은 우리금융지주의 생산적 금융 전략에 따라 신성장산업 여신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협약 보증서대출 등을 중심으로 기업금융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했다.
다만 기업금융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수익성과 건전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은 과제로 꼽힌다. 대기업 중심 대출을 우량 중소기업과 신성장산업으로 확대하면서도 건전성 관리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생산적 금융 경쟁 심화에 따른 마진 훼손 우려를 두고 “생산적 금융이 궁극적으로 기업대출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그간 쌓아온 기업대출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오랜 기간 기업금융 경쟁력을 축적해 온 만큼 경쟁 심화 속에서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정 행장도 24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영업 생산성을 끌어올려 실적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진완 행장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지금까지의 변화를 WON the way, 우리만의 방식으로 흔들림 없이 이어가 하반기 확실한 성과를 만들고 경쟁 은행과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자”며 “그간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목표를 향해 끝까지 도전해달라”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