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회장은 2022년 기업설명회에서 방적·편직·염색설비 구축을 위해 2026년까지 과테말라에 약 3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설명회에서도 중남미 생산기지를 활용해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당시 그는 “중미에서 생산하면 납품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트렌드 변화에 맞춰 스타일이나 수량을 빠르게 조정할 수 있다”며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고객사들이 중미 생산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생산 확대 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한세실업의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생산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역기반 스코프1·2 합산 기준으로 2024년 1만5964톤에서 2025년 1만8098톤으로 13.4% 증가했다. 한세실업은 온실가스 산정 대상 사업장이 13곳 늘어난 점을 증가 원인으로 제시했다.
스코프1은 공장 보일러와 생산설비에서 연료를 직접 사용하며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스코프2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배출량이다. 지역기반 방식은 공장이 위치한 국가나 지역의 평균 전력 생산구조를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한다.
세부적으로 스코프1 배출량은 2024년 2250톤에서 2025년 1580톤으로 29.8% 감소했다. 반면 스코프2 배출량은 같은 기간 1만3714톤에서 1만6518톤으로 20.4% 증가했다. 사업장 확대에 따른 전력 관련 배출 증가가 연료 사용 감소에 따른 감축분을 웃돌면서 전체 배출량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과테말라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세실업이 외부 업체에서 구매하던 원단을 자체 생산하면 공급망에서 발생하던 방적·편직·염색 단계의 배출 일부가 한세실업 사업장의 스코프1·2에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염색 등 습식 공정은 물을 데우고 증기를 만드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론 과테말라에서 원단을 생산하면 아시아에서 중미 봉제공장까지 원단을 운송하는 물량과 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 공장의 스코프1·2는 늘더라도 원재료·외부 협력업체·국제운송 등에서 나오는 스코프3 배출량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김 부회장이 수직계열화의 탄소효율을 입증하려면 과테말라 공장의 배출 증가분과 국제운송 감소분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과테말라 공장 가동에 따른 생산 확대가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장 설계와 운영 초기 단계부터 공정 효율화 및 탄소 저감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있다”며 “베트남 3공장에서 이미 효율성이 검증된 '친환경 염색 프로세스'를 과테말라 공장에도 도입해 화석연료 사용과 직결되는 스팀 및 물 사용량을 선제적으로 감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과테말라 공장이 사실상 북미 수출기지라는 점도 탄소관리의 중요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한세실업은 갭을 비롯해 타깃·월마트 등 북미 기업에 의류를 공급한다. 갭과 타깃은 2030년까지 공급망 배출량을 2017년보다 각각 32.5%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월마트도 ‘프로젝트 기가톤’을 통해 협력업체의 공급망 감축목표 설정과 실적 보고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탄소공시 강화도 공급망 데이터 확보의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협력업체와 물류 등에서 발생하는 스코프3 배출량까지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북미 대형 패션·유통기업이 생산업체에 구체적 배출자료를 요구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 한세실업 과테말라 법인. <한세실업 홈페이지 갈무리>
한세실업 관계자는 “'2029년 온실가스 46.6% 감축'이라는 전사적 목표 달성을 위해 과테말라 공장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법인 차원의 종합적 탄소 저감 포트폴리오를 추진하고 있다”며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생산설비 효율화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도입 다각화, 친환경 전기보일러 운영, REC 구매 등 각 국가와 사업장 특성에 맞는 다양한 감축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부회장도 나름 탄소감축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는 수직계열화와 디지털 공급망, 의류 재활용 체계를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으로 함께 제시해왔다.
한세실업은 자체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HAMS’를 전사 사업장에 구축했다. 설비 가동률과 에너지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과 원부자재 투입,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생산설비 전환도 확대했다.
한세실업은 니카라과·미얀마·인도네시아·베트남 생산법인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2025년 말까지 누적 809톤의 온실가스를 줄였다. 2025년 기준 태양광 사용 비중은 니카라과 법인에서 전체 에너지의 22%, 미얀마 법인에서 55%를 차지했다.
한세실업은 2025년 베트남·인도네시아·과테말라에서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5781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것으로 산정했다. 이 같은 재생에너지 조달 실적을 반영한 시장기반 스코프1·2 배출량은 2025년 1만2321톤으로 지역기반 배출량보다 5777톤 적었다.
그러나 시장기반 총 배출량은 2024년보다 9.3% 증가했다. 태양광과 REC 등을 확대했지만 생산거점 증가에 따른 전체 배출량 상승까지 막지는 못한 셈이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