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6-07-13 16: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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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펄어비스가 올해 '붉은사막'의 흥행으로 곳간을 채웠지만, 차기작까지 최소 2년의 공백이 예상되면서 내년부터 실적이 다시 꺾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차기작들이 아직 모두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 다시 신작 공백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의 게임 개발 프로젝트가 궤도에 올라야 핵심 인력을 다음 프로젝트로 옮기는 회사의 개발 구조가 신작 사이클을 지연시키는 주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펄어비스는 지난 7일 과천 사옥에서 주주간담회를 열고 주요 신작 출시 계획을 일부 공개했다. 사진은 펄어비스의 경기도 과천 사옥 '홈 원'. <펄어비스>
13일 게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붉은사막’의 판매가 점차 둔화하는 상황에서 차기작까지 이어질 수년의 매출 공백을 메워야 하는 과제를 다시 안게 됐다.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신작 ‘붉은사막’은 올해 3월 출시 83일 만에 누적 판매량 600만 장을 돌파하며, 한국 게임업계에는 불모지였던 글로벌 AAA급 콘솔 게임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신작 흥행에 힘입어 회사의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는 8790억~9754억 원, 영업이익은 4876억~5726억 원으로 제시됏다. 여기에 자회사 CCP 게임즈의 매각 대금까지 더해지면서 현금 보유액은 연말엔 1조 원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패키지 게임의 초기 폭발적 판매량이 이미 완만해진 만큼 시장의 시선은 벌써 ‘차기 흥행 게임’으로 옮겨간 분위기다.
AAA급 게임은 개발 기간이 워낙 길고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후속작 개발이 지연되거나 흥행에 실패할 경우 다시 실적 악화에 빠질 공산이 크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판매량과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며 “내년 이익 역시 추가다운로드콘텐츠(DLC) 출시를 예상해도 올해보다 감익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앞서 펄어비스는 붉은사막을 7년의 개발 기간 끝에 출시했다. 당초 2022년 출시를 목표로 했으나 두 차례나 일정이 연기된 끝에 올해 3월에서야 정식 출시됐다. 그 과정에서 펄어비스는 긴 신작 공백기를 견디지 못하고 2023년부터 3년 연속 연간 적자를 내기도 했다.
주주들이 펄어비스의 차기 신작 개발 진척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작 지연이 곧 실적 공백으로 이어졌던 경험이 주주들에게 학습된 셈이다.
다만 회사가 지난 7일 경기도 과천 본사에서 개최한 주주 간담회 당시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차기 신작들은 여전히 초기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차기작 ‘도깨비’는 초기 개발 단계인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있고, 또 다른 신작 ‘플랜 8’은 콘셉트를 구체화하는 단계다.
회사가 공개한 차기작 ‘도깨비’의 출시 예정 시점은 2028년 하반기다.
이 게임은 앞서 붉은사막보다 ‘더 큰 게임’이라고 언급된 바 있다. 패키지 게임 특성상 매출이 출시 분기를 정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때까지의 공백기 실적 방어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 다음 신작 ‘플랜 8’은 개발 극초기 단계다. 허 대표는 플랜 8에 대해 “콘셉트와 방향성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현 세대에 맞는 콘셉트를 개발(디벨롭)하고 있는 단계”라며 “도깨비 개발이 일정 수준 올라가면 핵심 인력이 플랜 8으로 이동하면서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도깨비와 플랜 8은 2019년 지스타에서 도깨비, 붉은사막과 함께 처음 공개된 작품이다. 7년이 지난 지금도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사진)는 ‘붉은사막’의 판매가 점차 둔화하는 상화에서 차기작 출시까지 2년 이상 실적 공백을 메워야 하는 과제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펄어비스>
신작 진척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펄어비스 특유의 개발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한 프로젝트가 일정 궤도에 오르면 핵심 인력을 다음 프로젝트로 이동시키는 방식을 택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의 라이브 서비스 유지 인력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개발 인력 자원이 하나의 신작에 완전히 묶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방식은 인력과 자원을 한곳에 집중해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돌릴 여력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작 파이프라인이 직렬로 늘어서면서, 한 작품이 지연되면 그 뒤의 모든 차기작 일정이 연쇄적으로 밀리게 된다.
당장 개발 인력 이동부터 붉은사막의 서비스 관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앞서 회사 측은 “붉은사막 출시 이후 많은 개발 인력을 도깨비 팀에 투입해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붉은사막은 출시 이후 20차례 이상 패치가 이어지며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출시 초기 지적받은 조작감과 최적화 문제를 보완하는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고, 대대적인 개선 작업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7일 간담회에서 회사 관계자는 “붉은사막의 초반 몰입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연출을 추가하는 등 스토리를 총체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후반부를 포함해 개선 작업을 진행 중으로, 추후 스토리 개편 관련 안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