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6-05-31 06:0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SK케미칼이 재활용 그린소재 사업에서 유럽연합의 포장재 규제 시행과 이란 전쟁에 따른 플라스틱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겹호재'를 만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재현 SK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2023년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친환경 소재 전환 전략이 빛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 안재현 SK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추진해온 친환경 소재 전환 전략이 빛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31일 SK케미칼에 따르면 재활용 플라스틱 관련 설비 구축과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하며 그린소재 사업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케미칼은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 경쟁력을 높일 목적에서 중국에는 원료혁신센터(FIC)를, 국내에는 재활용혁신센터(RIC)를 조성해 연내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원료혁신센터는 페트병 분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입자를 화학적 재활용 원료로 가공하는 시설이다. 중국 재활용 법인 SK산터우와 연계하면 폐기물 수거부터 고부가 소재 생산까지 포괄하는 리사이클 수직계열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재활용혁신센터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고품질 재활용 원료(r-BHET)를 생산하는 해중합 설비와 기존 친환경 고부가 플라스틱 소재인 코폴리에스터 상업생산 설비를 연결한 복합시설이다. 고객사별 맞춤형 재활용 소재 개발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활용 소재 설비 구축과 함께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SK케미칼이 2025년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화학연구소 연구비 가운데 청정기술 연구비 비중을 2028년까지 50%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실제로 청정기술 연구비는 2022년 108억 원에서 2024년 145억 원으로 34.3% 늘었으며 전체 화학연구소 연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2%에서 54%로 12%포인트 높아졌다.
그린소재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 노력은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SK케미칼은 최근 유럽 재활용 평가기관 리사이클래스(RecyClass)로부터 복합플라스틱 소재 ‘에코트리아 클라로(Ecotria Claro)’와 일반 플라스틱(PET) 소재 스카이펫(SKYPET) 제품군이 PET 재활용 공정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받았다.
유럽연합(EU)의 포장재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이 2026년 8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번 리사이클래스의 평가는 더욱 의미가 크다.
EU는 올해 8월 모든 포장재 내 중금속 함량을 제한하는 규정을 시행하고 2030년부터는 재활용할 수 있는 원료 비율이 70% 이하인 제품의 출시를 금지한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시장 진출이 제한될 수 있는 만큼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는 기존의 자발적 수요에서 의무적 수요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재활용 플라스틱 공급이 한동안 수요를 쫓아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2026년 1340만 톤 규모인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가 2030년까지 1650만 톤으로 23.1% 증가하지만 공급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1620만 톤에 그칠 것으로 바라봤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요구하는 전 가치사슬 추적성과 안정적 상업생산 역량을 갖춘 공급자는 더욱 희소한데 이들의 공급량은 전체 재활용플라스틱의 40% 수준인 720만 톤에 불과하다. 관련 요건을 충족한 SK케미칼의 글로벌 시장 내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공산이 크다.
이란 전쟁에 따른 원유와 석유화학 원료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새로 생산한 '신재 플라스틱' 가격이 급등한 반면 재활용 플라스틱 가격 상승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SK케미칼의 사업 기회 확대에 우호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유럽 음료병용 신재 PET 계약 가격은 4~5월에 걸쳐 톤당 548달러가량 올라 18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재활용 PET는 원료 수급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폐쇄의 직접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가격 상승폭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 재활용 플라스틱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SK케미칼의 글로벌 시장 내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SK케미칼의 '에코트리아 클라로 300'으로 만든 화장품 용기와 대용량 용기의 모습. < SK케미칼 >
이와 관련해 신홍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SK케미칼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제는 신재 PET가 재활용 제품보다 더 비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안재현 사장이 꾸준히 추진해 온 친환경 전환 전략이 성과를 거두는 모양새다.
안 사장은 취임 뒤 석유 기반 원료로 생산되는 기존 플라스틱 제품 매출 비중을 낮추고 재활용 및 바이오 소재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해 왔다.
안 사장은 2023년 중국 그린소재 전문업체 슈에의 화학적 재활용 원료사업 관련 자산을 1300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SK케미칼이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가운데 약 7%를 활용해 재활용 플라스틱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
SK케미칼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플라스틱 재활용 설비 구축과 바이오소재 연구개발에 투입하며 친환경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SK케미칼 그린소재 부문 매출도 안 사장이 회사를 맡은 2023년 1조2852억 원에서 지난해 1조5514억 원으로 20.7% 확대됐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앞으로 그린소재 분야에서 고부가제품 용도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바이오 원료를 기반으로 한 플라스틱 및 리사이클 기술을 개발해 사업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