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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슈퍼 온난화 물질' 규제 완화, 미국 기후대응 노력 10년 전으로 후퇴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6-05-22 13: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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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슈퍼 온난화 물질' 규제 완화, 미국 기후대응 노력 10년 전으로 후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수소불화탄소 냉매에 관한 규제 완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슈퍼 온난화 물질’이라 불리는 수소불화탄소(HFCs)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을 내놨다. 

수소불화탄소는 식품 냉장 장비의 냉매에 쓰이는 물질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규제 완화가 미국 식품물가 상승을 억제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수소불화탄소 규제가 완화되면 미국이 지난 10년 동안 추진해온 기후대응 노력이 무산될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식품물가 억제에도 이렇다 할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트럼프 수소불화탄소 규제 완화로 24억 달러 절감 효과 장담

21일(현지시각) 폴리티코,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리 젤딘 환경보호청장은 "수소불화탄소 규제를 완화하면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약 24억 달러(약 3조6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수소불화탄소는 주로 냉장 장비의 냉매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사용 규제를 완화하면 대형 마트, 식료품점 등의 식품 유통 비용이 낮아질 것으로 미국 정부는 바라본다.

미국 냉매 유통사 리프리저런트 디포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미국 내 대체 냉매 ‘수소불화올레핀(HFO)-1234yf’의 1캔당 가격은 35~45달러에 이른다. 수소불화탄소 1캔당 가격인 12~13달러보다 약 3배 비싸다.

젤딘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식료품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장비를 퇴출시키려는 무모하고 성급한 행보에 큰 불만과 분노를 표출해왔다”며 “트럼프 정부는 이같은 요구에 부응해 열심히 일하는 미국 가정의 생활비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수소불화탄소는 저렴하지만 지구온난화 효과가 크다는 게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수소불화탄소의 지구온난화지수(기사 하단 설명 참조)는 600에 이른다.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600배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2016년에 맺은 ‘키갈리 의정서(용어설명 참조)’를 통해 수소불화탄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은 2036년까지 2018년 대비 수소불화탄소 생산 및 사용량을 85% 줄여야 한다.

그 뒤 2023년에 바이든 정부는 2027년 1월부터 신규 냉동 및 냉방 장비에 지구온난화지수 150 이하의 냉매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일부 산업용 가스를 제외하면 순수 수소불화탄소 냉매의 지구온난화지수는 600을 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체 냉매를 섞어서 쓰거나 아예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에 트럼프 정부는 해당 규제의 적용 시점을 2032년으로 연기했다. 지난 10년 간 이어온 노력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정책을 내놓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때 나온 해당 규정은 기업들의 특정 고가의 냉매를 채택하도록 강요해 냉매 및 각종 상품의 운송 및 보관 가격을 대폭 상승시켰을 것”이라며 “이 규정 때문에 여러 식료품점들이 문을 닫게 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슈퍼 온난화 물질' 규제 완화, 미국 기후대응 노력 10년 전으로 후퇴
▲ 리 젤딘 미국 환경보호청장이 백악관에서 수소불화탄소 냉매 규제 완화에 관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규제 완화, 식품물가 억제에는 과연 효과 있을까

하지만 이번 수소불화탄소 규제 완화가 트럼프 대통령이 장담한 것만큼 큰 경제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데이비드 오르테가 미국 미시간 주립대 식품경제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가 식료품 가격을 낮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냉장 시설 비용이 전체 식품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르테가 교수는 “현재 식품 물가 상승은 연료비 상승의 영향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미국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규제 완화를 환영한다면서도 가격 인하가 이뤄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형 식품유통업체 ‘크로거’의 그렉 포락 최고경영자(CEO)는 폴리티코를 통해 “이번 조치로 더 빠른 속도로 많은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과 장비 교체 지출을 줄일 수는 있게 될 것”이라면서도 “이미 냉매 전환 준비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이미 단계적으로 수소불화탄소 냉매 퇴출을 준비하는 시점에 규제를 완화한 조치가 단기적으로 수소불화탄소 냉매 수요를 올려 식품 물가를 도리어 높이는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스티븐 유렉 미국 공조·난방·냉동협회(ACRF) 회장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번 규제 완화는 기본적 수요와 공급 원칙에 어긋난다”며 “냉매 가격은 하락하는 대신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확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섣부른 규제완화, 지난 10년간 기울여온 노력 물거품 만들 수도

수소불화탄소 사용 금지는 강력한 기후 대응 정책으로 꼽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따르면 수소불화탄소 배출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지구 기온상승을 0.5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산화탄소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배출되는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을 아예 없애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는 만약 미국이 애초 계획대로 2036년까지 수소불화탄소 배출을 85% 줄인다면 2025년 기준 자국 전력부문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 3년치를 줄인 것과 같은 감축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분석업체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력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6억4천만 톤이다. 이는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두 배가 넘는 막대한 양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규제 완화 조치는 환경적 피해를 포함해 우리나라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수소불화탄소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은 과거에 보인 태도와 사뭇 다르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에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나 수소불화탄소 규제만큼은 강화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2020년 1기 정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수소불화탄소가 미국 국민의 건강을 해친다며 이를 규제하는 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10년간 기울였던 온실가스 감축을 원점으로 되돌린 이번 규제 완화를 놓고 비판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데이비드 도니거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 수석 전략가는 AP통신을 통해 ”이번 조치는 결과적으로 환경과 경제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소비자와 기후에 해를 끼치고 환경적으로 더 안전한 냉매를 요구하는 국제 시장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 용어설명

-지구온난화지수(GWP): 이산화탄소를 1로 두고 세운 기준으로 각 온실가스가 지구 기온을 높이는 것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정량화해 표기한 지수. 대표적으로 메탄은 GWP-80으로 표기되는데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하는 온실 효과를 가졌다는 뜻이다.

-키갈리 의정서: 정식 명칭은 몬트리올 의정서에 관한 개정서다. 2016년에 아프리카 국가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열린 제28차 몬트리올 의정서에 관한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문서로 지구온난화 영향이 심한 수소불화탄소 등 냉매를 규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몬트리올 의정서는 당초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 가스를 규제하기 위해 마련됐기 때문에 키갈리 의정서를 통한 개정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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