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텔의 TSMC 전직 연구개발 고위 임원 영입을 두고 대만 검찰이 기술 유출 가능성을 수사하는 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와 패키징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를 감수하며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텔 18A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 홍보용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대만 TSMC 출신 임원을 영입해 반도체 파운드리와 패키징 사업에서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 대형 고객사 수주를 노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임원이 TSMC의 핵심 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가 불거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인텔의 수주 경쟁력 회복이 다급한 처지에 놓인 상황을 보여준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1일 “인텔은 TSMC에서 연구개발 및 경영 경험을 쌓은 뤄웨이런 전 수석부사장의 경험과 노하우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뤄웨이런은 엔비디아와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와 퀄컴 등 고객사의 반도체 패키징 공정이 인텔에서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TSMC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첨단 파운드리로 생산되는 반도체를 인텔이 패키징하는 형태로 수주 성과를 거두는 데 기여하는 셈이다.
디지타임스는 뤄웨이런이 반도체 공장 운영과 장비 공급망에 오랜 경험을 쌓아 생산 수율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SMC에서 장기간 연구개발 등을 담당하는 임원으로 일하다 7월 퇴직한 뤄웨이런은 최근 인텔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대만에서 TSMC의 반도체 기술 유출 가능성과 관련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만 검찰은 뤄웨이런이 TSMC의 반도체 사업 기밀을 직접 인텔로 유출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수사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디지타임스는 TSMC가 아직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반응을 내놓거나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다만 TSMC가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정황도 알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동안 뤄웨이런의 인텔 합류가 반도체 업계 전반과 대만 정치권에서 큰 논란거리로 떠오르게 될 공산이 크다.
뤄웨이런은 인텔 반도체 제조업 분야에서 약 18년 근무한 뒤 2004년 TSMC로 이직했다.
이후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과 5나노, 3나노, 2나노 등 TSMC가 주력으로 앞세우는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기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타임스는 뤄웨이런이 TSMC와 글로벌 주요 장비 기업들 사이 협력도 강화하며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를 이끄는 역할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요한 업무를 담당했던 만큼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려면 그를 영입하는 일이 필수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자연히 TSMC의 기술 유출과 관련한 의혹을 낳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인텔의 선택에 의문을 나타내는 시각도 나온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 무리한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로 심각한 재무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와 엔비디아, 소프트뱅크 등의 지분 투자를 받아 반전 기회를 노리고 있다.
다만 여전히 대형 파운드리 고객사가 부재하기 때문에 이들을 끌어들일 확실한 승부수가 없다면 앞으로 진행될 연구 및 생산 투자의 성과를 자신하기 어렵다.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 1위 기업인 TSMC 출신의 고위 임원 영입은 인텔이 기존에 TSMC 파운드리를 활용하던 고객사의 신뢰를 얻는 데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도 인텔에 지분 투자를 하기 전까지 TSMC가 인텔과 반도체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기술을 공유하는 방안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이 TSMC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면 파운드리 사업에서 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따라서 인텔이 기술 유출과 관련해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하면서도 뤄웨이런을 영입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디지타임스는 “인텔이 뤄웨이런을 채용하기 전에 법적 검토를 마쳤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과거 중국 SMIC와 관련해 불거진 기술 유출 의혹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디지타임스는 대만과 미국 정부, TSMC와 인텔 사이 복잡한 정치적 관계를 고려한다면 기술 유출 의혹이 소송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