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형 증권사가 원금 보장. 연 최대 8% 수익률.
증권사 종합투자계좌(IMA)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은행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 ▲ 은행권이 원금을 보장하는 증권사 종합투자계좌(IMA) 출격을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은행들은 증권사와 퇴직연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원금을 지급하는’ 투자상품인 IMA 등장으로 예금시장까지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IMA 1호 사업자로 지정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다음 달인 12월 첫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IMA가 처음 도입되는 만큼 두 증권사 모두 기업금융 여신, 담보대출, 공모주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등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자산을 바탕으로 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IMA는 고객 예치금을 기업금융 관련자산 등에 투자해 나오는 수익을 고객과 나눠 갖는 실적배당형 금융상품이다.
무엇보다 증권사가 원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일반적 투자상품과 차별화된다.
보통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은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 반면 IMA는 고객이 중도해지 않는다면 원금이 ‘보장’되는 구조다.
예금자보호법은 적용되지 않지만 대형 증권사의 자체 신용도, 고객 자산을 분리 보관하는 자기신탁 구조 등 안전장치를 고려하면 사실상 원금 손실 가능성은 없다고 증권업계는 설명한다.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의 상품 예시안을 보면 보수차감 전 목표수익률은 연 4~8%로 제시됐다. 저수익 안정형 상품이라도 기대 수익률이 은행 예금보다 높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벌써부터 “새로운 재테크 통장이 나온다”며 IMA 상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금을 잃는 것이 무서워 투자상품에 관심이 없던 은행 ‘예테크족’에게는 선택지가 넓어진 셈이다.
은행 예금자금은 애초 금리가 살짝만 높아도 고객들이 움직이기 쉽다. 위험부담이 높은 고수익 투자가 아닌 원금 보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형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면서 잘되면 은행 예금의 2배 수익률까지 기대할 수 있는 IMA 상품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
은행들은 이미 같은 은행업권 수신상품뿐 아니라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 등 갈수록 다양해지는 금융상품 선택지와 투자 접근성 확대로 저원가성 예금 확보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증권사 IMA 상품 출시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 전북은행이 첫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JB1·2·3’ 정기예금과 파킹통장인 씨드모아 통장 최고금리를 각각 연 3.00%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북은행> |
실제로 은행들은 최근 정기예금 금리를 약 6개월 만에 3%대로 다시 올리면서 수신방어에 나서고 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기도 했지만 IMA 출격 등 영업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17일 신한my플러스정기예금 12개월 만기 상품 최고금리를 연 2.80%에서 3.10%로 높였다.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첫거래우대정기예금 최고금리를 연 3.00%로 높였다.
이밖에도 전북은행은 ‘JB1·2·3’ 정기예금과 파킹통장인 씨드모아 통장 최고금리를 각각 연 3.00%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 최고금리는 3.20%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12개월 만기) 최고금리는 2.80~3.10%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IMA가 처음 도입되는 새로운 금융투자상품인 데다 은행과 증권은 업권이 다르다 보니 초기 자금이동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오히려 같은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에서 IMA로 이동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 예치금을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배분하는 상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은행 예금금리가 올라버리면 IMA 매력이 조금 상쇄되는 부분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IMA가 원금을 보전하는 특징이 있다 보니 은행권은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