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11-21 14: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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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대표 OEM사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이 대미 관세에 따른 실적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대표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한세실업과 영원무역이 미국의 상호관세 압박과 소비 둔화 속에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대미 수출 비중이 높지만 외부 변수의 충격 강도에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영원무역은 안정적 매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한세실업은 수요 둔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글로벌 의류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향후 두 기업의 실적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의류 OEM 산업의 부진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수요가 식은 데다 미국의 상호관세 변수까지 겹치며 업황 회복 속도가 더딘 상태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를 최전방에서 상대하는 OEM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서는 아직 뚜렷한 회복세가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 미국 상황만 놓고 보면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이 이어지면서 소비 여력이 하반기까지 유지될 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의류 OEM 기업 한세실업과 영원무역도 대미 관세 압력의 영향권에 위치해 있다. 다만 두 기업의 분위기는 뚜렷하게 갈린다.
업계에서는 한세실업이 대미 관세 충격의 가장 큰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미국으로의 매출 비중이 85~90%에 이를 정도로 단일 국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주요 고객사도 갭과 타깃, 월마트 등 미국 소비 경기의 방향에 따라 실적이 크게 요동치는 기업들이다.
여기에 미국이 베트남 등 동남아 생산기지에 대한 의류 관세를 잇달아 올리면서 한세실업의 핵심 라인이 압박을 받는 구조가 형성됐다. 지난해 기준 한세실업의 생산지 비중은 베트남 39%, 인도네시아 18%, 니카라과 30%, 과테말라 9%, 미얀마 3% 등이다.
실적은 이미 경고음을 내고 있다.
한세실업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5118억 원, 영업이익은 20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 줄었고 영업이익은 55%나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평균 8~9%에서 4%대로 내려앉았다. 선적 기준 거래(FOB) 관행으로 관세 부담이 제조업체에 넘어가는 구조가 작동한 데다 고객사와의 관세 분담 협상력도 약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한세실업은 대형 고객사들의 관세 분담 요구로 인해 2분기 보편 관세 10% 기준 비용이 이미 실적에 반영됐다. 3분기 관세율이 더 오르며 추가 조정이 진행됐고 내년 분담 비중은 여전히 협의 중이다.
한세실업은 관세가 낮은 지역으로 물량을 옮기고 인건비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사 수주 축소와 비용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원가율 악화라는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대미 관세 영향의 경우 고객사마다 전가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고객사 내에서도 중산층 대상 마트는 매출 감소 폭이 다소 큰 반면 저가 위주 월마트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영원무역이 아크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유통을 맡으며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아크테릭스 안산패션타운점. <아크테릭스>
반면 영원무역은 올 3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호실적을 내며 한세실업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영원무역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2047억 원, 영업이익은 181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2.8%, 영업이익은 73.4%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한 만큼 재고자산도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3분기 영원무역의 재고자산 가운데 제상품 규모는 682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감소했다.
영원무역의 북미쪽으로의 매출 비중은 30% 수준으로 동종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지역을 넓게 분산해 대미 관세 충격을 효과적으로 희석한 구조다.
주요 고객사 역시 노스페이스와 룰루레몬, 엥겔버트스트라우스, 파타고니아, 아크테릭스 등 글로벌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들이다. 이들 브랜드는 경기방어력이 높고 상품 가격 탄력성이 낮아 소비경기 둔화의 영향을 적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고객사의 주문 흐름도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원무역에서 노스페이스와 룰루레몬, 엥겔버트스트라우스, 파타고니아는 각각 10% 중반대 매출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3분기에는 이들 브랜드 모두 주문을 10% 이상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아크테릭스 역시 한 자릿수에 머물던 비중이 10% 이상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브랜드별 주문이 고르게 늘어나면서 관세 부담이 특정 고객사에 쏠리지 않는 구조가 유지됐다는 분석이다.
영원무역에 따르면 미국으로의 수주 비중이 다른 제조업체보다 낮아 관세 인상으로 인한 비용 압력이 제한적이다. 전체 매출도 안정적으로 늘고 있어 비용이 일부 증가하더라도 이익 감소 폭을 흡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연초에는 올해 업황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관세 등의 이슈가 꾸준히 생기고 있다”며 “영원무역의 고객사들은 경기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나 이익률 유지보다는 타 OEM사 대비 선방이 주요 목표”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