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신제품 발표회에서 ‘삼양1963’ 제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양1963’은 단순한 복원 제품이 아니라 삼양의 창업정신을 되살린 명예의 복원이자 진심의 귀환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은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우지는 삼양라면의 풍미를 완성하는 진심의 재료였다. 과거 상처를 넘어 삼양의 자부심과 진정성을 다시 세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양식품은 이날 1963년 출시된 한국 최초 인스턴트라면 ‘삼양라면’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삼양 1963’을 공개했다. 과거 삼양라면 제조 레시피의 핵심이었던 우지를 활용해 면의 고소한 맛과 국물의 깊은 맛 등을 구현하는데 주안점을 둔 제품이다.
원조 라면업체인 삼양라면은 1980년대까지 국내 라면시장에서 70%대의 압도적 점유율을 나타냈으나 1980년대 들어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신라면“ 등을 잇달아 성공시킨 농심에 1985년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양식품의 현재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10% 수준에 그친다. 1989년 ‘공업용 우지를 썼다’는 익명 투서에서 촉발된 ‘우지 파동’ 여파가 컸다.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는 기름에 문제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고, 1995년 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이미 타격을 받았고 삼양식품의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이날은 36년 전 우지사건 고소장이 처음 검찰에 접수된 날이다.
김 부회장은 “한 때 오해로 정말로 상상하지 못하는 큰 어려움을 겪었던 삼양식품이 이제 K푸드의 상징이자 글로벌 브랜드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삼양 1963 출시 발표회는)36년 만에 제자리를 찾는 상징적인 순간이다. 사필귀정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날이 아닐까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삼양식품 조직 내부에는 언젠가는 우지라면을 꼭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성장 속 구성원들의 자신감이 올라오면서 36년 만에 국내에 ‘우지’로 튀긴 라면을 내놓는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이 제품을 3년 이상을 기획하면서 출시시기를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며 “삼양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내부의 자신감도 커졌고, 다 같이 우지라는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됐다는 에너지가 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론 삼양식품이 명예회복만을 위해 신제품을 개발한 것은 아니다.
| ▲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신제품 발표회에 제공된 시식용 ‘삼양1963’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
국내 라면 시장은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강한 시장이다. 기존에 먹던 것을 지속 구매하는 성향이 짙어 신제품이 시장에 안착하기가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 제품군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한다. 불닭볶음면의 해외 판매 호조가 회사 성장을 이끌었지만 단일 브랜드 의존도가 과도할 경우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양식품은 과거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원인이자 애초 자사 라면 제품의 제조 공정의 핵심이었던 우지를 차별화 경쟁력으로 내걸고 국내 시장 판도 뒤집기에 나섰다.
채혜영 삼양식품 신성장브랜드본부 부문장은 “(라면의 면, 스프, 후레이크, 용기 등)모두가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한 가지가 바로 기름”이라며 “1980년대 이후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시도이고, 삼양의 근본이기도 한 ‘우지유탕면’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깊고 진한 국물 맛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지가 최적의 선택이다. 경쟁 우위를 통해 시장점유율(MS)을 가져오겠다”고 덧붙였다.
‘삼양 1963’은 삼양식품 최초의 프리미엄 라면 제품이기도 하다. 우지 가격이 팜유보다 두 배가량 비싼 데다 제조 단가가 높은 액상 스프, 후첨분말후레이크를 적용했다. 김 부회장은 이번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원가 고민 없이 맛있고 품질 좋은 제품을 내자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삼양1963 판매 가격은 마트 정상가 기준 1봉당 1538원이다.
채 본부장은 “과거와 비교해 라면 프리미엄 수요층은 가격에 열려 있고, 통할 수 있는 가격대로 판단하고 있다”며 “우지보다 명확한 시장 차별화 신제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이날 행사에서 신제품 시식 기회도 제공했다.
직접 맛 본 ‘삼양 1963’은 일단 기존 삼양라면과 완전히 다른 맛을 내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면발의 쫄깃한 식감이 뛰어났고, 액상스프의 장맛과 깔끔한 매운 맛이 특징적이었다.
삼양식품은 ‘삼양 1963’ 판매량을 기존 국물 라면 주력 제품인 ‘삼양라면’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정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