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대표는 롯데하이마트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손실을 본 2022년 말 수장에 올랐다. 당시 가전업황이 매우 악화한 탓에 실적이 곤두박질했는데 이런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놓고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남 대표가 바로 직전 맡았던 계열사도 비슷한 처지였다는 점에서 ‘험지 전문 CEO’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남 대표는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에 선임되기 전 3년 동안 롯데슈퍼를 맡았는데 이 시기 롯데슈퍼는 단 한 차례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남 대표는 롯데하이마트에 부임한 지 1년 만인 2023년 영업이익 82억 원을 내면서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웠다. ‘남창희 매직’이라는 말도 이 때 생겼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7억 원을 내면서 다소 부진했지만 통상임금 이슈와 관련한 일회성 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영업이익을 한 번 더 끌어올린 셈이나 다름없었다.
올해까지 영업이익을 개선한다면 남 대표가 부임한 뒤 3년 연속으로 롯데하이마트가 흑자를 달성하게 되는 셈이다.
남 대표가 롯데하이마트를 맡은 시기가 공교롭게도 국내 가전시장의 규모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런 성과의 의미는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가전시장 규모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재택 활동의 증가로 2020년 63조 원에서 2021년 65조8천억 원까지 늘었다가 2022년 62조2천억 원, 2023년 61조 원, 2024년 58조8천억 원으로 후퇴했다. 올해 상반기 시장 규모는 28조7천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더 줄었다.
남 대표가 롯데하이마트의 체질 개선에 집중한 것이 실적 반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남 대표는 롯데하이마트의 주력 사업을 단순한 가전 판매가 아닌 가전 평생케어 쪽으로 이동시켰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2023년 점포당 월 175건에 그쳤던 안심케어 방문 건수는 2024년 점포당 365건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주요 브랜드 이외의 자체브랜드에 힘을 준 것도 실적 반등을 견인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고가 브랜드 제품보다 성능이 못하더라도 꼭 필요한 기능은 넣어 가격을 절반 이하로 줄인 제품에 2030대 고객들이 지갑을 열었다는 것이다.
남 대표는 이밖에 부진한 점포 폐점, 현장 직원들의 전문역량 강화 등에도 힘을 쏟았다.
▲ 롯데하이마트는 남창희 대표이사 체제 아래에서 벌어진 강력한 체질 개선에 힘입어 올해까지 3년 연속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롯데하이마트 본사.
남 대표가 지난해 말 실시된 강도 높은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 때 무난히 사내이사 임기를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경영 역량을 높게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소한 것은 아니다. 롯데하이마트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보면 남 대표의 연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힘들다.
롯데하이마트 주가는 올해 6%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72% 넘게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22년 7월 하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을 주관하면서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 지표로 시가총액을 제시한 바 있다.
신 회장은 당시 “자본시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원하는 성장과 수익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달라”며 “자본시장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신 회장의 당시 발언을 놓고 롯데그룹 CEO의 주요 경영능력 평가 기준에 사실상 ‘주가’가 포함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시선도 많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남 대표가 실적 반등과 목표 초과 달성에 역량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 관리가 미흡했다는 점이 인사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존재하는 셈이다.
올해 롯데그룹의 다른 계열사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롯데지주가 40% 가까이 상승했다.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은 각각 20% 넘게 주가가 올랐으며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웰푸드 주가는 각각 5%, 4%대 상승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