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EUV 공정에 쓰이는 펠리클 기술 개발을 본격화한다. 이는 ASML의 하이NA EUV 장비 도입 시기를 늦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SML의 하이NA EUV 장비 내부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에 쓰이는 펠리클 기술을 자체 개발해 상용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네덜란드 ASML에 의존을 낮추려는 목적이다.
이는 고가의 ‘하이NA’ EUV 장비 도입 필요성을 낮출 뿐만 아니라 반도체 생산 수율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해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할 잠재력을 안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0일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TSMC가 대만에 위치한 8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 공장 3곳을 통합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현재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에 주로 활용되는 12인치 웨이퍼 공장과 비교해 효율성이 낮은 6인치 및 8인치 공장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6인치 공장은 첨단 반도체 패키징 설비로 전환되며 8인치 공장 3곳은 EUV 공정에 사용되는 펠리클을 자체 개발하는 설비로 바뀐다.
펠리클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회로가 그려진 표면을 보호하는 얇은 막 형태의 소재다. 먼지나 이물질 등이 유입돼 결함이 발생하는 일을 막는다.
네덜란드 ASML의 장비를 활용하는 EUV는 강한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이기 때문에 일반 펠리클을 활용할 수 없다. 이는 자연히 수율 저하 등으로 이어진다.
TSMC가 EUV 전용 펠리클을 개발해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것은 이런 단점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이를 통해 EUV 공정 기반의 첨단 반도체 수율을 높이고 생산 비용을 줄이는 등 효율성을 높여 파운드리 경쟁사와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UV용 펠리클 자체 개발은 ASML에 기술 의존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SML은 현재 TSMC와 삼성전자 등 고객사를 대상으로 신형 하이NA EUV 장비 공급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하이NA EUV는 가격이 최대 3억5천만 달러(약 4864억 원) 안팎으로 추정돼 기존 EUV 장비의 2배를 넘는다.
자연히 TSMC와 같은 기업이 반도체 수율 향상과 생산성 개선을 위해 하이NA 장비 도입을 서두르기는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결국 자체적으로 EUV 펠리클을 상용화해 반도체 생산에 도립한다면 하이NA EUV 장비의 도입을 더 늦출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TSMC는 이미 수 년 전부터 EUV 펠리클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설비 투자 계획이 추진되는 것은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뤄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고가의 신형 하이NA EUV 장비를 도입할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되면 이는 결과적으로 ASML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