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모방' 혐의로 대표 구속된 블루엘리펀트 매장 가보니, 소비자는 여전히 '가성비 젠틀몬스터'에 발길

▲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블루엘리펀트 스페이스 성수' 매장 전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디자인 모방’ 혐의로 대표가 구속됐지만 매장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 없었다. 아이웨어 기업인 블루엘리펀트의 스태프들은 본격적으로 오후 방문객이 몰리기 전 저마다 안경닦이를 들고 매장 곳곳을 관리하고 있었다.

27일 오전 서울 성수동 ‘블루엘리펀트 스페이스 성수’는 정오가 가까워지자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방문객이 빠르게 늘었다. 대표 구속 소식이 소비자 발길을 눈에 띄게 줄이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은 “직원 대부분이 외국어 응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블루엘리펀트는 최근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와의 법적 분쟁 탓에 타격을 받았다. 지난 13일 최진우 전 블루엘리펀트 대표가 부정경쟁방지법 및 디자인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젠틀몬스터 측은 블루엘리펀트 제품 다수가 자사 제품을 그대로 베낀 ‘데드 카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두 기업의 제품을 3차원 스캐닝 방식으로 비교한 결과 80여 개 중 33개가 95~99% 수준의 유사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서울 명동 매장 인테리어 역시 젠틀몬스터의 중국 상하이 매장을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장 현장은 ‘논란’보다 ‘소비’가 먼저였다. 
 
[현장] '모방' 혐의로 대표 구속된 블루엘리펀트 매장 가보니, 소비자는 여전히 '가성비 젠틀몬스터'에 발길

▲ 블루엘리펀트 스페이스 성수 매장에는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방문객이 몰렸다. <비즈니스포스트>


블루엘리펀트는 5만 원대 가격을 앞세워 ‘가성비 젠틀몬스터’로 불린다. 반면 젠틀몬스터는 20만~30만 원대 가격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가격 차이는 구매 과정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블루엘리펀트 스페이스 성수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젠틀몬스터 매장 에서 만난 한 일본인 가족은 딸의 선글라스를 고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 30만 원짜리 안경인 만큼 매장 직원의 추천과 설명, 가족들의 의견까지 꼼꼼히 듣는 모습이었다. 

반면 블루엘리펀트는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성비젠틀몬스터라'는 해시태그가 붙을 만큼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비교적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성수동 연무장길 중심에 위치한 블루엘리펀트 스페이스 성수는 약 3300㎡(1천 평) 규모, 4개 층으로 구성된 대형 매장이다. 폐공장을 개조한 공간은 카페를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 형태로 운영된다. 

반면 젠틀몬스터는 서울 성수동에 새로 조성한 사옥 5개 층 건물 가운데 2층에 아이웨어 매장을 두고 상위 층에는 탬버린즈와 어티슈 등 계열 브랜드를 배치했다. 두 브랜드 모두 플래그십 공간을 통해 ‘아이웨어 메가스토어’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아이웨어는 제조원가 대비 판매가가 높은 고마진 상품으로 꼽힌다. 

블루엘리펀트가 2024년 보인 매출원가율도 23% 수준이다. 5만 원 제품 기준 약 1만1500원가량이 원가라는 의미다. 

블루엘리펀트는 가성비 젠틀몬스터라는 명성에 힘입어 2022년 9억 원, 2023년 57억 원, 2024년 300억 원으로 매출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억 원에서 128억 원으로 늘었다. 

해외 소비자 비중도 높다. 성수 등 관광 상권에 대형 매장을 낸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진출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모방' 혐의로 대표 구속된 블루엘리펀트 매장 가보니, 소비자는 여전히 '가성비 젠틀몬스터'에 발길

▲ 젠틀몬스터 매장에서 27일 방문객이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이번 분쟁이 향후 투자 유치 일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적 분쟁이 공식화되기 전까지 블루엘리펀트는 글로벌 투자를 발판으로 차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아왔다.

블루엘리펀트는 이날 공식 자료를 통해 이번 분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며 'K아이웨어' 분야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루엘리펀트 관계자는 "최진우 전 대표는이번 사안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며 "유인철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고경민 최고법률책임자(CRO)를 공동 대표로 선임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정상적인 경영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향후 블루엘리펀트의 브랜드 이미지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아류 이미지가 고착될 경우 소비자가 다른 대안 브랜드로 이동할 수 있다.

블루엘리펀트 관계자는 “이번 사안의 쟁점은 등록 디자인권 침해 여부가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되는 ‘상품 형태’를 모방했는지 여부”라며 “젠틀몬스터 측에 금전적 손해가 있고 당사의 책임이 인정된다면 성실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