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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새 정부 '전임 그림자 지우기'에 K배터리 긴장, LG엔솔 미국 공장까지 영향권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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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새 정부 '전임 그림자 지우기'에 K배터리 긴장, LG엔솔 미국 공장까지 영향권
▲ 머저르 페테르 헝가리 총리가 23일 부다페스트에서 1956년 혁명 7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헝가리 새 정부가 전임 오르반 빅토르 정부의 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을 뒤집고 환경 규제를 앞세워 배터리 생산 설비 조사를 강화해 현지에 공장을 둔 'K배터리 기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헝가리 새 정부가 중국 셈코프의 헝가리 분리막 공장 가동도 중단시켜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공장도 소재 조달에 차질을 빚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헝가리 정부의 ‘전임 그림자 지우기’ 영향이 대서양 건너 K배터리 미국 공장에까지 퍼지는 모양새다.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헝가리 새 정부는 환경오염 방지를 앞세워 전임 오르반 빅토르 정권에서 추진했던 배터리 공장 유치 정책을 자세히 조사하고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헝가리 새 정부는 전임 오르반 정부가 외국 배터리 기업 투자를 유치하며 추진한 산업 육성 정책을 재검토하고 환경 규제 강화에 나섰다. 

신임 정부는 환경오염을 일으킨 기업에 부과할 벌금을 최대 50억 포린트(약 200억 원)로 인상할 예정이다. 

또 5년 안에 세 차례 환경 규정을 위반하면 연간 순매출의 최소 0.5%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삼진아웃’ 제도도 도입한다. 아울러 내년 1월 배터리 제조, 폐기, 재활용 사업 감독 권한을 가진 독립 환경 기구도 출범한다.

머저르 페테르 총리는 지난 9월3일 부다페스트에서 진행한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규제를 언급하며 “어떤 단일 투자나 단일 투자자를 위해서도 헝가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임 오르반 정부는 2021년 이후 한국과 중국 배터리 기업을 중심으로 약 260억 유로(약 39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헝가리를 유럽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키웠다. 

그러나 공장 주변 환경오염과 주민 건강·안전 문제가 지난 4월 총선 쟁점으로 떠오르며 당시 집권당의 무리한 투자 유치를 둘러싼 비판이 커져 야당이던 티서당(TISZA)이 정권을 잡았다. 

그 뒤 출범한 헝가리 신임 정부의 정책은 일견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떠올리게 하는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지난해 1월 출범한 트럼프 정부가 전임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한 전기차 산업에 대한 보조금 정책 대부분을 축소하거나 폐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전기차 시장은 유럽, 중국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해 위축되고 있는데 헝가리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헝가리 현 여당과 정부는 배터리 업계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외교관들과 배터리 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헝가리 내 생산 거점을 갖춘 삼성SDI와 SK온, 중국 CATL 등 주요 배터리 기업은 새 정부 정책에 이미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머저르 총리는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삼성SDI 괴드 공장 사례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SDI가 2022~2023년 오염물질 배출 기준 초과로 여러 차례 벌금을 부과받았기 때문이다.  
헝가리 새 정부 '전임 그림자 지우기'에 K배터리 긴장, LG엔솔 미국 공장까지 영향권
▲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공동으로 지은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합작공장 앞 도로 인근에 2025년 9월11일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현지 매체 데일리뉴스헝가리에 따르면 SK온도 지난 8월13일 헝가리 공장에서 과거 벌어진 안전 기준 미준수로 인해 1억 포린트(약 4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배터리 소재 기업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9월11일 헝가리 데브레첸 양극재 공장이 본격 양산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현지 당국으로부터 생산 중단 처분을 받았다. 

헝가리 당국은 양극재 제조 과정에서 검은 분말이 유출되고 배관 주변이 밀봉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생산 중단 처분의 이유로 들었다. 위반 사항을 시정하고 다시 점검받아야 생산을 재개할 수 있다. 

이렇듯 K배터리 기업이 헝가리 새 정부 들어 환경 정책 사정권에 든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공장까지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배터리 주 소재 가운데 하나인 분리막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LG에너지솔루션 조지아 공장이 분리막 공급 차질을 겪는 배경으로 중국 셈코프의 헝가리 데브레첸 분리막 공장이 환경오염 문제로 생산 허가를 정지당해 가동을 중단한 점이 꼽혔다.

헝가리 당국은 지난 6월 말 셈코프 공장 주변 우물에서 채취한 물 표본에서 오염 물질인 알루미늄 농도가 법적 허용치를 초과했다는 점을 들어 생산 정지 명령을 내렸다. 

데일리뉴스헝가리에 따르면 해당 명령은 공장의 정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까지 유효하다. 

세계 분리막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셈코프는 헝가리에서 제조한 분리막을 북미와 유럽으로 공급한다. 셈코프는 홈페이지에 LG에너지솔루션을 고객사로 명시하고 있다. 

셈코프는 2022년 11월 유상증자 공시를 통해 당시 삼성SDI도 고객이라고 명시했다. 이후 삼성SDI는 셈코프와 거래를 종료해 이번 헝가리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분리막 공급 차질 영향권에는 들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SK온은 그룹 계열사인 SKIET로부터 공급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셈코프 공장에 분리막을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는다”며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공급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 부품 수입 규제를 강화해 헝가리와 같은 비중국 공장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헝가리 신임 정부의 규제 강화 정책으로 미국에 공장을 둔 한국 배터리나 전기차 기업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헝가리의 규제 강화가 현지 공장에 그치지 않고 미국 등 해외 공장의 배터리 소재 조달에도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인다.

현지 매체 헝가리안컨버티브는 “헝가리에 있는 기존 배터리 공장도 셈코프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 이미 부과된 것과 유사한 사유로 가동 중단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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