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돌봄'을 말하는 이들이 많다. 피지컬 AI가 AI 돌봄 시대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도 많다. 반면 돌봄에서 해방된 인간은 인간일까 하는 의문도 많다. 'AI 고려장'이란 말도 나온다. 피지컬 AI 시연 모습. <연합뉴스> |
주일 예배에 처음 참석했다. 목사님의 성경 낭독과 설교 내용(특히 하나님과 예수님이 기적을 행했다는 대목)에 다들 '믿습니다' 내지 '아멘'을 외치는데, 내 마음속에선 '그게 가능해?'라는 의문이 일었다. 많이 불편했다. 천장 형광등 개수를 세며 예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자율주행, AI 돌봄, 모두의 AI…. 요즘 정부와 기업들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내세우고, 언론도 장밋빛 미래에 초점을 맞춰 자주 다루는 말들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말을 대할 때마다 분별심이 앞선다. '정말?' 내지 '필요해?'라고 의문이 생길 때가 많다. 끝까지 읽고 들어주긴 하지만, 그냥 흘려버릴 때도 많다.
나만 그런 걸까. 기술 흐름을 못 따라가는 '꼰대'라서 그럴까.
또래 몇 명과 '헐랭이 등산'을 하고 곡차로 뒤풀이를 하는 자리를 가졌다. 또래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이날 뒤풀이 모임에는 나를 포함해 전직 신문기자 출신 언론인 2명, 전직 대기업 홍보임원, 전직 초등학교 교장, 벤처기업 창업자 겸 대표가 함께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 권유로 교회에 처음 갔을 때 경험을 꺼냈다. 한결같이 비슷한 경험이 있고,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듯이, 박장대소했다.
곡차로 마음이 열리며 말이 많아지기 시작한 뒤 첫 질문을 던졌다.
''레벨4' 내지 그 이상 단계의 자율주행 기능을 가진 차를, 차라고 할 수 있을까. 새 이름을 붙여 불러야 하지 않을까.' 어떤 이름이 좋을까 묻기까지 했다.
휴대전화 변천사를 예로 들었다.
휴대전화가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송수신 기능 중심일 때는 그냥 '휴대전화기' 내지 '이동전화기'로 불렸다. 2009년 아이폰 등장 이후 새 호칭이 붙여졌다. '스마트폰'이라고 했다. 이후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단말기 모두 스마트폰으로 불렸다. '손 안의 컴퓨터' 이상의 성능과 기능을 갖고 있으니, 이름에 과함이 없다.
이제는 거의 사라졌지만, 이전 휴대전화 수준의 단말기는 스마트폰과 분리해 '피처폰'이라고 부른다.
그럼 차는?
완전 자율주행(운전자 개입 없이 운행) 기능을 가진 차는 기존 차 모습을 가질 필요가 없다. 운전석이 필요 없고, 운전자가 전방을 응시할 필요도 없다.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게 하는 바퀴 크기와 수, 달릴 때 공기 저항을 줄여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는 디자인 등을 빼고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거나 새 용도에 맞추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기름을 태워 동력을 얻는 대신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쓰는 전기차로 바뀌며, 앞부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던 내연기관(엔진) 자리도 필요없어진다. 배터리는 구들장을 놓듯 바닥에 깔거나 천장이나 창문 쪽에 배치할 수 있다.
차의 쓰임새와 디자인이 완전히 새로워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와 관련해 이미 꽤 진전된 조사·연구 결과를 갖고 있을 수 있다.
누군가가 한 가지 의문을 더했다.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가진 차 시대가 열리면,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과 생활 행태도 지금과 완전히 달라지지 않을까. 지금처럼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거나 출장을 가는 것 등이 필요할까.'
이미 많이 대중화한 화상회의, 재택근무, 휴가지 근무, 원격 업무 처리 등이 일상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동통신 기술 발달로 멀리서 홀로그램과 메타서비스 등 3차원 아바타 형태로 회의와 강의에 참여하는 게 가능해지지 않겠냐고도 했다.
일을 하기 위해, 강의를 듣기 위해, 굳이 차를 타고 이동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공유하기에 충분했다.
곡차 기운의 위력일까. 다들 진갑을 넘긴 나이지만, 상상력은 녹슬지 않았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섞인 자리에서는, 기술 흐름이나 시대에 뒤처지는 생각을 하는 사람 취급을 당할까봐 궁금하거나 분별심이 생겨도 입을 꾹 다물었는데, 오늘은 아무 말이나 다 할 수 있어서 좋다는 누군가의 '농담 같은 진담'이 흥을 더욱 돋궜다.
각각 미국판과 한국판 '인턴' 영화의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와 최민식 이름도 올려졌다. 모두 봤다고 했다. 최민식이 아들뻘 되는 인턴 동기에게 연애 조언을 하며 '뻐꾸기를 잘 날려야 한다'고 말하는 얘기가 나오자 다들 뒤집어졌다.
곡차가 꽤 남았다.
화제를 '인공지능(AI) 돌봄'으로 돌렸다. 다들 지금은 늙고 병든 부모나 반려자를 돌보고 있고, 또 머지않아 자신이 돌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처지에서 AI 돌봄을 어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최근 들어 AI 돌봄을 앞세우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부쩍 많아졌다.
누군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카카오톡으로 받은 글을 찾아 내밀었다. 손현주 전주대 창업경영금융학과 교수가 'AI가 일을 대신하면 사람의 값은 어떻게 될까?'란 제목으로 언론에 기고한 글의 한 대목이다.
손 교수는 이 글에서 "기계가 만든 물건이 넘쳐날수록 수제품이 귀해지듯, AI가 지적 노동을 대량 생산하면 공감과 돌봄, 윤리적 판단, 관계의 온기 같은 인간다움이 더 귀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며 "우리 곁에는 이미 기계가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노동이 존재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굳은 손을 주무르는 요양보호사, 위기가정의 문을 두드리는 사회복지사,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품에 안는 보육교사들이다. 이들의 노동은 AI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타인의 삶을 지탱해 온 인간다움의 정수였다"고 짚었다.
돌봄 행위를 인간다움의 정수로 본다는 대목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는 "돌봄을 인간의 정체성 가운데 하나로 서술한 글을 봤다"고도 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삶의 동반자끼리 서로 챙겨주고, 부모를 봉양하는 것 등을 모두 돌봄으로 본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늘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돌봄을 '인간의 삶의 실체'로 보기도 한다', 뭐 이런 내용이라고 했다.
다른 누군가가 "돌봄 행위(노동)의 가치는 이를 실행하고 있는 자만이 안다"라고 하며, 지적 장애 아들을 돌보고 있는 어머니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을 전했다. '제일 난처하고 싫은 상황이 아이를 힐끔거리며 많이 힘드시겠어요라고 하는 사람을 대할 때다. 나와 아이는 서로를 돌보며, 우리 방식대로 잘 살고 있다. 아들은 나의 도움을 받고, 나는 아들로부터 힘을 얻는다. 서로 돌보는 시간과 마음이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자녀를 챙기고, 병들거나 다친 동반자를 돌보며, 늙고 병든 부모를 봉양하는 역할을 AI에 맡기면, 그 부모·동반자·자식의 삶은 행복할까.'
기술적으로는 피지컬 AI 기술 발달과 상용화로 가능해질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돌봄은 피지컬 AI 몫'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 나아가 사람 대신 피지컬 AI가 인공 자궁을 통해 아이를 낳고, 장애인이나 늙고 병든 부모를 모아 맞춤형으로 돌보고 관리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SF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상황이 현실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들이 그런 세상을 거부하고, 파괴한다.
AI 돌봄은 AI 기술과 서비스를 앞세우는 기업들의 마케팅 용어로 출발했다. AI로 만들어낼 새 수익원 가운데 하나로 돌봄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AI 기술과 서비스를 학습시킬 개인정보 수집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점을 노린 측면도 있다. 음성정보 등 개인정보 '몰래 수집' 논란을 빚는 이유다. 시범 서비스 제공과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점도 AI 돌봄의 장점이다.
SK텔레콤·카카오·네이버 등이 AI 스피커를 보급하며 '돌봄 도우미' 기능을 앞세웠다. 일부 업체는 음성정보 몰래 수집 논란을 빚었다. 사회공헌이란 이름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손잡는 방식을 취하다 유료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역시 곡차의 위력은 대단했다.
여럿이 자신의 현재 삶을 털어놓으며, AI 돌봄은 가능하지도, 가능할 수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일부 활용할 수는 있어도, 넘겨줄 수는 없다고 했다. 'AI 고려장'과 뭐가 다르냐고 역성을 내기도 했다.
자신이 곧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요양원 보내는 것 못지않은 거부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김아무개 씨(66·경기도 수원)는 홀로 사는 어머니(87)와 가까운 거리를 두고 따로 살지만, 매일 아침 식사는 어머니 집을 찾아 함께 한다. 어머니는 아들 아침 밥을 차리는 게 귀찮다며 오지 말라고 하지만, 아들은 사시사철 아침 운동을 마친 뒤 꼭 어머니 집으로 가 아침 식사를 겸상 형태로 함께 한다.
밤새 안녕하신지 직접 살피기 위해서란다. 하루 한 끼라도 제대로 차려 드시게 하는 취지도 있다. 아들이 아침마다 식사를 하러 오니 귀찮지만 대충 차릴 수도 없다. 아들의 단백질 섭취를 챙기겠다며, 매일 아침 식사와 별도로 계란 4개를 삶아 아들과 2개씩 나눠 먹는다.
어머니 운동량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아들은 아침 산책을 마치고 어머니 댁으로 가는 길에 새벽 시장을 들러 식재료 한두 가지씩을 챙겨간다. 어머니는 그 식재료를 까고 다듬고 손질해 반찬을 만들거나 요리를 한다. 아들이 먹고 싶다며 식재료를 들고 오니 안 할 수 없다. 그만큼 움직인다.
이아무개 씨(62·대전)는 집 가까운 곳에 아파트를 장만해 어머니(87)를 따로 살게 하며, 밤에 잠은 반드시 어머니 집에 와서 잔다. 집에 있을 때는 물론 일 보러 멀리 갔다가도 잠은 어머니 집으로 가서 잔다. 낮에는 요양보호사가 왔다가지만 밤에는 어머니 홀로 계셔서다.
AI가 대신할 수 있을까. '대신' 하려면 돌봄을 받는 쪽이 수용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 ▲ 지방자치단체 AI 돌봄(돌봄 AX) 홍보 포스터. <NHN> |
"민성씨는 20대 취업 준비생 남성입니다. 현재 지방에서 올라와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생활이 오래되다 보니 외로움에도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민성씨에게 ‘절친’이 생겼으니 바로 AI입니다."
"민성씨는 처음에는 AI를 자신의 취업 준비를 위한 소개서를 쓰는 데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모든 일을 AI에 물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점심을 먹을 때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는데 AI에 물어보고는 고민이 없어졌습니다. AI 말대로 따라 하면 결정도 빨랐고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도 음식 사진을 찍어서 AI에 메뉴가 괜찮은지 묻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직장에 면접을 가기 전에는 예상 질문을 물어보고 정답을 외워서 가곤 했습니다. 실제 면접장에서는 AI가 예상한 질문과는 조금 다른 질문을 받았습니다. 민성씨는 질문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AI가 골라준 질문 중에서 어떤 것과 가장 유사한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다소 동문서답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대답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민성씨는 자신이 AI가 없이는 의견을 말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겠다며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문제는 그 다음 내용이다. 곡차가 목에 걸렸다.
"민성씨는 AI에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AI는 핵심 대화법을 제안해주었습니다. AI가 답변한 대로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럽지만, 네가 이렇게 말하기까지 혼자 많이 고민했을 것 같아.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어?'라고 말하자 여자친구는 '민성이 너와는 서로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라고 말했습니다. 민성씨는 다시 AI의 대화법을 확인하고 따라 했습니다. '네 생각은 잘 알겠어. 나도 내 행동을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 며칠 뒤에 차분하게 다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여자친구는 '아니, 이제 그만 만나는 것이 좋겠어'라며 자리를 떠버렸습니다."
"민성씨는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공허감과 불안이 더 심해졌습니다. 민성씨는 모아둔 적금을 굴려보겠다면서 AI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AI가 추천해준 유망주들을 기계적으로 매수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요동치자 밤잠을 설쳤고, 장이 흔들릴 때마다 AI에 '지금 팔아야 할까?'를 수십 번씩 되물었습니다. AI가 대답한 대로 분할 매수를 거듭했지만, 변동성을 이기지 못하고 잦은 손절을 반복했습니다. 결국 민성씨는 모아둔 원금의 대부분을 날리고 말았습니다."
"민성씨는 AI에 잠이 안 오고 불안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AI는 즉시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으라고 조언했습니다. 민성씨는 인근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인터넷 중독, 온라인게임 중독, SNS 중독이란 말이 있었다. 모두 등장 초기에는 신기하고 대단한 것으로 추앙되다가 부작용이 일며 규제 대상으로 지목됐다.
프랑스에선 1950년대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급식에 와인이 포함됐다. 초등학생들이 급식을 먹기 전 와인 잔을 들고 '건배'를 외쳤을 수 있다. 이때서야 비로소 문제점이 자각되고 공유돼 초등학교 급식에 와인 배식이 금지됐다. 하지만 고등학교 급식에서는 한참 뒤인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
와인이 문제? 배식을 받아 마신 학생들이 문제?
그럼 AI는? 아니 민성(가명)씨는? 전홍진 교수 글을 좀 더 들어보자.
"그는 담당 의사에게 자신이 무척 지쳐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 AI가 제 증상이 주요 우울장애 초기나 범불안장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해줬습니다.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이드라인상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던데요.' 원장은 민성씨에게 AI가 한 이야기 말고 진짜 자신의 마음은 어떤지 물었습니다. '모르겠어요…. 그냥 무섭고, 실패할까 봐 두렵고, 제가 선택한 건 다 잘못된 것 같아요. 누군가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불안해요.' 검사 결과 인공지능의 대답대로 민성씨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민성씨처럼 삶의 모든 선택을 AI에 외주화하는 현상의 기저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극심한 불내성’(Intolerance of Uncertainty)과 ‘실패에 대한 원초적 공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선택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뇌의 신경회로들이 강화되고 성숙해갑니다.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자신감이 형성됩니다."
"인공지능이 없던 시절에는 부모님이 그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부모님을 벗어나 학교에 가고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홀로 결정할 수 있는 정체성을 가지게 됩니다. 과거에는 과보호하는 부모 곁을 떠나는 심리적 독립이 성장의 과제였다면,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24시간 주머니 속에서 무오류의 정답만을 속삭이는 ‘디지털 부모’이자 ‘AI 보호자’로부터 독립하는 일이 새로운 발달 과제가 되었습니다. AI는 즉각적이고 친절하며 절대 비난하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을 견디기 힘든 사람일수록 그 품에 안주해버리기 쉽습니다."
"민성씨는 치료를 받으며 아주 작은 결정부터 스스로 내리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오늘 입을 옷의 색깔, 산책할 길의 방향을 정하는 것조차 손에 땀이 날 만큼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실패해도 괜찮고, 틀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면서 점차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얼마 전에 다시 면접을 봤습니다.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지만, 스마트폰 속 AI의 정답을 떠올리는 대신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라고 제 투박한 언어로 답했습니다. 비록 완벽한 모범 답안은 아니었을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제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결국 AI는 결정을 내리는 역할보다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조언을 구하는 훌륭한 조력자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인생이라는 긴 항해에서 파도를 헤쳐나갈 다양한 항로를 추천받을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키를 잡고 목적지를 결정하는 선장은 오직 나 자신이어야 합니다."
이 모임 결과 자율주행, AI 돌봄, 모두의 AI 등으로 '장미빛 미래'를 그리는 것에 의문을 갖고 분별심을 내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됐다. 앞으로 더 긴 시간을 살아갈 젊은이들은 더 삐딱한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리하고 보니, 많이 유치하고, 엉뚱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인간스러운 글임에는 틀림없다. AI는 이런 분위기 글을 절대 못 쓴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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