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융합 발전 설비인 초전도 토카막이 4월15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건설되고 있다. <뉴시스> |
미국도 핵융합 상용화 시점을 2030년대 중반으로 제시하고 지원체계를 강화해 두 강대국 사이에 핵융합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에너지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핵융합을 국가 차원의 중점 기술로 지정하면서 민간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매체 차이징의 최근 보도를 보면 중국에서는 올해 들어 최소 12개의 민간 핵융합 기업이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특히 상하이에 기반을 둔 핵융합 기업 노바퓨전X는 지난 4월 7억 위안(약 1400억 원)의 투자를 받은 뒤 8월 12억 위안(약 2420억 원)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노바퓨전X는 핵융합 기술과 관련해 반응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 투입량보다 에너지 산출량이 더 많은 에너지 순증 상태 달성을 2029년까지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너지 순증 상태 달성은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기술적 관문이다.
중국 정부도 핵융합 산업에 적극 투자하며 민간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특별경쟁연구프로젝트(SCSP)가 지난해 10월6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핵융합 기술에 65억 달러(약 8조8천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에너지부가 핵융합 상용화 프로젝트에 지원한 금액과 비교해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노바퓨전X의 궈허우양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국가와 민간 투자자로부터 재정 지원을 탄탄하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용해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표준 대기압에서는 1억 도 이상 초고열이 발생해야만 원자핵이 결합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술 난도가 높아 아직 개발에 성공한 국가가 없다.
그러나 핵융합은 연료 공급이 중단되면 반응이 즉시 멈춰 핵분열 방식에 기반한 기존 원전과 비교해 폭발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달리 날씨에도 구애받지 않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중국 내 투자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중국의 핵융합 기술 투자 확대는 데이터센터 증가로 중국 내 전력 수요가 급증한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조사업체 우드맥킨지는 중국 내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이 올해부터 2030년까지 4배 증가해 774테라와트시(TWh)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이에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발표한 2026~2030년 15차 5개년 경제 계획에서 핵융합을 인공지능(AI)과 양자 기술 등과 함께 8대 집중 개발 분야로 지정해 육성 의지를 보였다.
중국 정부가 태양광과 전기차 등 산업을 육성했던 전략을 핵융합 기술 분야에서 사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규모 정부 지원으로 공급망을 장악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을 재현하려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 헬리온에너지 직원이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에 있는 설비 내에서 지게자초 핵융합 발전 시험 장비를 옮기고 있다. <헬리온에너지> |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중국 당국은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에 적용했던 전략을 핵융합에도 그대로 적용해 인공지능 시대에 에너지원을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도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핵융합 관련 투자가 활발하다.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6월10일 발표한 핵융합 과학·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미국 내 핵융합 산업이 유치한 민간 누적 투자액은 100억 달러(약 13조5천억 원)를 웃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30년대 중반까지 상용화된 핵융합 발전소 배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자국 민간기업의 핵융합 기술개발 성과에 따라 자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마일스톤)과 국립연구소의 장비·컴퓨팅 인프라를 민간기업에 개방하는 프로그램(INFUSE)도 병행하고 있다.
마일스톤 예산은 2022~2027년 동안 모두 4억1500만 달러(약 5600억 원)로 책정됐다.
이러한 정책을 발판으로 미국 기업도 핵융합 상용화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 기반을 둔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연구진은 2022년 8월 실험실에서 사상 최초로 핵융합 점화에 성공했다. 핵융합 점화란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연료를 다시 가열해 핵융합 반응이 스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헬리온에너지와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 및 테아에너지 등은 각자 방식을 활용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는 2030년대 초 버지니아주에서 첫 번째 핵융합 발전소를 가동해 구글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헬리온에너지 또한 2028년 워싱턴주 핵융합 발전소를 가동해 마이크로소프트에 전력 공급을 목표하고 있다.
특히 헬리온에너지는 핵융합 기업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대형 장치(토카막) 대신 소형 핵융합로를 사용해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려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중국 모두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핵융합 기술 개발과 투자를 강화하고 있어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핵융합은 통상 에너지 순증 상태에서 핵융합 점화, 상용 발전으로 나아가는 게 기술적 과제지만 미국과 중국은 활용하는 기술 방식이 서로 달라 현재로서는 어느 나라가 더 앞서 간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핵융합산업협회(FIA)는 지난 8월13일 에너지부 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을 통해 “미국이 상업용 핵융합 분야를 선도하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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