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KB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자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약식 간담회에서 연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 원칙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 ▲ KB금융그룹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앞세워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부문장 겸 WM·SME부문장을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하면서 연말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1층에서 열린 약식 간담회에 참석한 이재근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자. <비즈니스포스트> |
KB금융이 이 후보자를 차기 회장으로 '깜짝' 낙점해 새 시대를 예고하면서 올해 말 그룹 계열사 대표 인사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 후보자의 선정 이유로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앞세웠다. 더군다나 KB금융은 올해 말 주요 계열사 대표 12명 가운데 10명의 임기가 끝난다.
이번 인사 대상에는 KB국민은행장을 포함해 KB증권 WM부문,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KB라이프생명, KB자산운용 등 은행과 카드, 보험, 증권과 자산운용 등 주요 사업분야 계열사 대표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2025년 말 새롭게 선임된 강진두 KB증권 IB부문 대표와 곽산업 KB저축은행 대표만 1년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결국 이 후보자의 깜짝 발탁에 이어 그룹 전반의 혁신과 체질전환을 위한 대규모 인적쇄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상 밖의 회장 교체에 계열사들도 그룹의 경영 방향과 인사 기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KB국민은행은 다음 주 추석 연휴를 앞둔 23일 이사회를 연다. KB국민은행 이사회는 안건이 있을 때마다, 최소 2달에 한 번은 이사회를 열고 있지만 이번 회의는 이 후보자가 차기 회장으로 발탁된 뒤 열리는 것인 만큼 그룹 리더십 교체에 따른 경영 환경의 변화 등에 관한 논의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현직인 양종희 회장이 아닌 이 후보자의 선임 자체가 세대교체의 상징성을 지닌다고 평가한다.
1966년생, 만 60세의 이 후보자가 회장에 오르면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젊은 수장이 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961년생,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1959년생,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956년생이다. 많게는 경쟁지주보다 10살이 젊은 회장인 셈이다.
KB금융 내부로 눈을 돌려도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이환주 KB국민은행장(1964년생), 성채현 KB부동산신탁 대표(1965년생), 박찬용 KB데이타시스템(1965년생) 등은 이 후보자보다 나이가 많다.
윤법렬 KB인베스트먼트 대표(1972년생)를 제외하면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1968년생), 이홍구 KB증권 WM부문 대표(1965년생),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1967년생), 정문철 KB라이프생명 대표(1968년생), 빈중일 KB캐피탈 대표(1968년생),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1969년생) 등도 모두 1960년대생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이를 세대교체의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세대교체의 새로운 정의를 내놓으며 혁신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의사결정을 좀 더 신속하고 책임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젊은 세대교체라고 생각한다”며 “나이에 국한하지 않고 역량과 전문성, 직원들과 어떻게 호흡하는지, 조직원들의 헌신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인지를 고민하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 후보자가 그리는 KB금융의 변화에 걸맞은 전문성과 새로운 리더십이 연말 인사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 후보자는 특히 이날 인공지능(AI)과 디지털의 급격한 변화를 언급하며 앞으로 3~5년을 “금융그룹의 명운이 달려 있는 시기”라고 바라봤다.
AI를 필두로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금융산업의 대격변기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고 변화를 이끌 수 있느냐가 이 후보자가 말한 ‘젊은 세대교체’의 핵심인 셈이다.
| ▲ KB금융그룹은 2026년 12월 계열사 11곳의 대표이사 12명 가운데 10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 KB금융 > |
이 후보자는 KB국민은행장 시절에도 ‘젊고 역동적 조직’을 강조하면서 나이나 연공서열보다는 능력과 성과에 무게를 둔 인사 철학을 보여왔다.
2022년 5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최연소로 국민은행장에 처음 선임됐을 당시에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능력에 따라 보임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문화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KB국민은행장 출신인 만큼 비은행 계열사 인사 기조에 변화가 나타날지도 이목을 끈다.
양종희 회장은 KB손해보험 대표를 지내고 지주 회장에 오른 인물로 은행장 경험이 없다. 양 회장은 취임 뒤 비은행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는 동시에 비은행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도 은행 출신 인사를 배치하기보다 각 계열사 내부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인물을 중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와 이홍구 KB증권 WM부문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등도 각 계열사에서 주요 보직을 거쳐 대표에 오른 내부 출신 인사들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회장에 오르면 KB금융은 다시 KB국민은행장 출신 회장이 그룹을 이끌게 된다.
이 후보자는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한 뒤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장과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2022년부터 3년 동안 KB국민은행장을 지냈다. KB금융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은행 임원 출신들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구체적 조직 인사 구상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후보자는 “지난 금요일 후보자가 돼 아직 인사를 어떻게 할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계열사 대표 선임은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라는 이사회 소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KB금융 회장이 계열사 대추위 위원장을 맡는 만큼 이 후보자가 정식 취임한 뒤 처음으로 이뤄지는 올해 말 계열사 대표 인사는 새 회장의 경영철학과 인사 방향을 확인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화준 회추위 위원장은 11일 이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발표하면서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이끌 적임자로 이재근 부문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관계 법령 등에서 정한 임원 자격요건 심사와 10월2일 회추위·이사회 추천 절차를 거쳐 11월20일 열릴 예정인 임시 주주총회에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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