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AI 선두 기업들의 'AI 속도 조절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제미나이로 생성한 AI 이미지> |
게다가 중국에서 HBM 사용량을 현재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AI 모델이 공개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기술 변화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AI 속도 조절론이나 저비용의 AI 모델이 글로벌 기업들의 직접적 AI 투자 감축, 또는 메모리 구매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만큼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4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AI 기업 수장들이 안전성을 위해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I 속도 조절론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각)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는 프런티어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We Must Pace the Frontier)'라는 제목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AI가 스스로 다음 세대 AI를 만드는 '재귀적 자기개선(RSI)' 단계에 진입하며 발전 속도가 폭발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AI 모델 능력을 개선하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하며 상주 외부평가자, 업계 공동안전기준, 국제공조 등을 제안했다.
이에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은 "자명한 멸종 위험은 용납할 수 없다"며 AI 속도 조절에 동의했고, 안전 작업 때문에 올해 오픈AI의 기업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에 아모데이 CEO의 글을 공유하며 "다리오가 맞다"고 밝혔다.
만약 향후 앤트로픽이나 오픈AI가 개발하는 '최선단 AI 모델'의 학습 주기가 길어지고 AI를 이용한 AI 연구에 제한이 생긴다면, AI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AI 개발 속도 조절론은 클라우드 AI 밸류체인의 대규모 투자 지출 수혜를 받았던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을 단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요소"라며 "중국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해당 논의가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 ▲ 중국 AI 기업 '딥시크'가 11일 HBM과 SSD 사용량을 각각 기존의 4분의 1과 8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신형 AI 모델 'V4.1 플래시'를 선보였다. <연합뉴스> |
딥시크는 지난 11일 HBM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용량을 각각 기존의 4분의 1과 8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신형 AI 모델 'V4.1 플래시'를 선보였다.
성능 면에서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최상위 모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가격이 100만 토큰당 최저 0.15달러 수준에 불과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부각되고 있다. 오픈AI의 최신 AI 모델 'GPT-6 아스트라' 대비 비용이 1~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IT 매체 신랑커지는 딥시크 V4.1 플래시를 두고 '메모리 킬러'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V4.1 플래시가 AI 서비스의 '단가'를 대폭 낮춰준다면, AI의 접근성을 높여 오히려 메모리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술 효율이 높아져 비용이 낮아지면 수요가 늘어나는 '제본스의 역설'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투자전문 매체 인사이더몽키는 13일 "만약 비용 절감으로 인한 사용량 증가 속도가 토큰당 필요한 메모리 용량 감소 속도보다 빠르다면, HBM과 D램은 더 많이 판매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AI 기업의 속도 조절도 AI 투자 감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란 분석이 나온다.
AI 모델의 안전 검증이 강화되면 특정 모델의 출시와 매출 인식이 일부 늦어질 수는 있지만, 데이터센터 구축이나 HBM 발주 자체가 축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앤트로픽은 지난 5월 650억 달러(약 87조 원)의 자금을 추가 조달하며 투자 확대를 준비하고 있고, 오픈AI는 2030년까지 컴퓨팅 확보에 최대 7500억 달러(약 1천조 원)를 지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3일(미국 현지시각) AI 속도 조절과 관련해 "AI에서 이기는 쪽이 승리하기 때문에 나는 이 방식을 유지하고 싶다"며 AI 개발에서 중국보다 앞서나갈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AI 속도 조절론이 실제 반도체 수요를 흔들려면 모델 출시 지연에 그치지 않고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자) 설비투자(CAPEX) 하향,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문 취소, HBM 계약 재협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확인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2023년 이후 AI 안전 논쟁이 산업 전체의 훈련 중단이나 반도체 발주 축소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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