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정부가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 공급망을 공격적으로 육성해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노리고 있다는 싱크탱크의 분석이 나왔다. CXMT 기업로고. <연합뉴스> |
중국이 대규모 물량 공세에 이어 소재와 부품, 장비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산업 전략을 반도체에도 적용하며 글로벌 주도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14일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내고 “인공지능(AI) 메모리반도체 호황은 한국이 기술 선도 국가라는 점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하자 관련 공급망에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며 큰 수혜를 보고 있다.
ITIF는 특히 세계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폭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ITIF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한국을 추격하기 위한 기반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어 위협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이 아직 한국과 동등한 수준에 올라왔다고 보기 어렵지만 정부 차원의 공격적 지원으로 생산 능력과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고 있어 격차를 좁힐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거대한 중국의 내수시장 기반도 현지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에 기여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결국 ITIF는 “한국의 경쟁력은 단기간에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ITIF는 한국이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기술 측면에서 선두를 지키더라도 중국의 공급망에 의존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그동안 자동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핵심 소재와 부품, 장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전 세계 공급망을 사실상 주도하는 위치에 놓였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한국이 배터리 첨단 기술력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지만 생산 규모에서는 CATL과 BYD 등 중국 기업에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도 중요한 선례로 꼽혔다.
| ▲ 중국 허페이에 위치한 CXMT 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
ITIF는 한국이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에 경제를 더욱 의존하고 있는 점을 현실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1~7월 전체 수출 증가액 가운데 약 73%가 반도체에서 발생했다는 한국 정부의 통계가 근거로 제시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제 성장을 사실상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ITIF는 이러한 반도체 호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증가에 그치지 않고 관련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한국도 자체적으로 소재와 장비, 부품 산업의 역량을 키워 대응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공급망에 의존이 높아지는 일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우는 중국 정부와 한국이 직접적으로 경쟁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따라서 ITIF는 한국이 첨단 기술 역량을 키운 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동맹국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 강국이기 때문에 한국과 산업 협력을 강화한다면 ‘규모의 경제’ 효과를 앞세우는 중국에 맞설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ITIF는 한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도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을 축소하겠다는 목표를 중심에 두고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누리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호황은 이러한 전략을 추진할 좋은 기회로 지목됐다. 막대한 재원을 활용해 기술 역량을 높이고 공급망에도 투자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ITIF는 결국 “한국의 경쟁력에 비관론을 앞세우기는 아직 이르다”며 “다만 현재의 호황기가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을 넘어 소재와 장비, 소프트웨어 등 산업 전반의 경쟁력으로 확대될 수 있어야 중국의 압박에도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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