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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인도에 기후피해 책임 묻는 네팔, 유엔 기금으로 부분 지원 받는데 그칠 가능성 높아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6-09-03 11: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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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인도에 기후피해 책임 묻는 네팔, 유엔 기금으로 부분 지원 받는데 그칠 가능성 높아
▲ 2일(현지시각) 홍수 참사로 피해를 입은 네팔 다당구에서 피해자 수색 및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네팔 정부가 최근 발생한 대규모 홍수 참사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며 미국, 중국, 인도 등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국에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네팔은 유엔 산하의 기금을 통해 부분적 배상을 받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시시르 카날 네팔 외무장관이 현지매체 '칸티푸르TV'와 인터뷰에서 중국, 미국, 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대국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카날 장관은 "중국, 미국, 인도는 기후변화에 매우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고 그 피해의 대가를 소국들이 감당하게 했다"며 "우리는 국제 무대에서 이 문제를 명시적이고 강력하게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소 1천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산되는 이번 네팔 홍수 참사의 원인은 기후변화로 지목되고 있다. 화석연료를 태워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구를 뜨겁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녹은 빙하수가 급격히 유입돼 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카날 장관은 "네팔은 국제적으로 당당하게 이를 정의의 문제로써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홍수 문제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된 중국, 미국, 인도 3개국은 2025년 기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에 달한다. 이들 3국이 기후변화에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은 학계와 시민사회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시민단체들도 네팔의 이번 요구는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국제 시민단체 200여 곳으로 구성된 연합체 '기후 정의 요구를 위한 글로벌 캠페인'은 성명을 통해 "네팔은 온실가스 오염국들을 대신해 배출량을 줄일 수 없는 국가"라며 "네팔이 다른 국가가 원인을 제공한 위기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부채를 끌어안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번에 네팔의 지목을 받은 3개국이 실제로 피해를 배상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공식적으로 기후위기가 실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올해 초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등 각종 기후 관련 국제기구에서도 탈퇴했다.

인도는 최근 몇 년 동안 자국이 개발도상국이라는 점을 들어 기후변화 책임에 관한 문제에서 책임을 면제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때문에 2024년에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는 프랑스 등 선진국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미국・중국・인도에 기후피해 책임 묻는 네팔, 유엔 기금으로 부분 지원 받는데 그칠 가능성 높아
▲ 2일(현지시각) 네팔 홍수 참사 현장에서 중국에서 파견된 복구 인력들이 피해 복구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은 자국도 이번 홍수 참사의 피해자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으나 가장 책임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온실가스 배출 문제 외에도 사전에 홍수 발생 가능성을 탐지하고도 이를 네팔 측에 알리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중국이 위성 관측 등을 통해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빙하호의 변화를 탐지하고도 해당 데이터를 네팔과 공유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네팔은 지난 5월부터 중국과 정보 공유와 재난 감시 협력을 논의해왔으나 중국이 실무적인 문제를 들어 이를 계속 미뤘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문제로는 현재 네팔 홍수 참사의 원인이 기후변화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정 재난의 원인이 기후변화라는 것이 인정되려면 공신력 있는 기관의 '기후변화 기여도 분석 연구(귀속 연구)'가 수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기여도 분석 연구는 특정 재난의 발생 강도 및 확률이 기후변화로 인해 얼마나 올랐는지 수치로 확인해 제시하는 연구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네덜란드 왕립 기상청이 합작해 운영하고 있는 '세계기상특성(WWA)'이 이같은 연구를 수행한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네팔이 이번 참사 피해와 관련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유엔의 '손실과 피해 기금'뿐일 것으로 보인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2022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최초 합의된 기금으로 과거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큰 선진국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는 빈곤국들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이 기금의 공식 목적이 극한 기상이나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는 개발도상국을 돕는 것이어서 피해 원인을 공식적으로 입증할 필요는 없다. 

2023년에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통해 설립이 확정됐으며 미국, 독일, 아랍에미리트 등 국가들이 약 8억2천만 달러(약 1조1100억 원)를 내놓을 것을 약속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네팔 정부는 이번 참사 피해 규모를 약 50억 달러(약 6조8천억 원)로 추산했다.

하지만 손실과 피해 기금을 통해 모두 피해액을 지원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리처드 셔먼 전 손실과 피해 기금 이사회 공동 이사장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네팔 홍수 참사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없다"며 "기후변화를 야기한 국가들이 그 약속한 기금 지원을 단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국가들에 줘야 하는 지원금까지 고려하면 손실과 피해 기금에서 꺼내줄 수 있는 자금 지원 규모는 2천만 달러(약 272억 원)로 추산된다"며 "이 정도 금액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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