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전자가 2027년 구글과 AMD에 6세대 HBM을 본격적으로 공급하면서, LTA 협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제미나이로 생성한 AI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구글과 AMD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합산 수요가 2027년 엔비디아의 HBM 수요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AMD의 HBM 최대 공급사인 만큼, HBM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은 구글과 AMD의 HBM 매입 확대를 바탕으로, 올해 말 빅테크와의 HBM4(6세대) 장기공급계약(LTA)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2027년 HBM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HBM 출하량의 50% 이상을 흡수하던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구글을 비롯한 다른 빅테크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엔비디아는 2026년 HBM 수요에서 58%의 과반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2027년에는 41%까지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구글과 AMD의 HBM 수요 점유율은 올해 각각 18%, 7%에서 31%, 12%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구글과 AMD의 내년 합산 HBM 수요 점유율이 43%로, 엔비디아 41%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UBS는 "2027년 엔비디아는 1100만 개, 구글은 910만 개의 HBM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며, AMD와 아마존웹서비스(AWS) HBM 수요도 상향 조정한다"며 "내년 HBM 시장 규모는 약 587억 기가비트(Gb)로 올해보다 77%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과 AMD의 HBM 수요 급증은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두 회사의 HBM 최대 공급사이기 때문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구글 내 메모리 점유율은 서버용 메모리에서 약 50%, HBM의 경우 약 80%로 추정된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AMD의 AI칩 'MI350'에 HBM3E 12단 제품을 전량 공급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했으며, AMD가 올해 하반기부터 오픈AI에 공급하는 'MI450'에도 HBM4 물량의 상당 비중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오픈AI-AMD 동맹의 최대 수혜를 받을 것"이라며 "향후 삼성전자의 AMD용 HBM 매출은 2025년 대비 최소 5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왼쪽)과 리사 수 AMD CEO가 2026년 3월18일 삼성전자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지인 평택 팹에서 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
구글과 AMD의 HBM 수요 급증은 삼성전자가 2027년 공급분의 HBM LTA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엔비디아 물량에 의존하면서 메모리 제조사가 가격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면, 내년부터는 더 많은 HBM을 요구하는 고객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결정력이 메모리 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8월 기준 HBM3E(5세대) 36기가바이트(GB) 제품 현물 가격은 2100달러(약 280만 원) 수준으로, 올해 HBM3E LTA 가격으로 알려진 50만~70만 원과 비교해 4~5배 높다. HBM4도 LTA 가격과 현물 가격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물 가격 상승을 감안해 내년 공급할 HBM4 LTA 가격을 대폭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올해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4 공급 단가도 경쟁사 대비 15%가량의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027년 가장 공격적으로 HBM 가격 인상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격 인상과 공격적 출하량 확대에 따라 HBM 영업이익은 2026년 14조 원에서 2027년 88조2천억 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내년 경기도 평택캠퍼스에서 유일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인 S5의 일부 공간을 메모리 설비로 전환해 HBM 공급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가 더 확실한 HBM에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투자 효율이 더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전 부회장은 HBM을 포함한 메모리 생산능력의 약 70%를 2031년까지 LTA 계약에 할당, 실적 변동성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우성 LS증권 연구원은 "HBM4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 내 이익 기여도를 높이기 시작하면 범용 D램 중심이었던 기존 메모리 이익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HBM4 공급 확대와 신규 AI 수요처의 확장 속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