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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임산부가 스마트폰 보며 계단 걷고 시각장애인 지팡이는 걷어차이고, 보행 중 '화면 자동 잠김' 기능 적극 도입해야

김재섭 선임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 2026-08-13 10: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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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임산부가 스마트폰 보며 계단 걷고 시각장애인 지팡이는 걷어차이고, 보행 중 '화면 자동 잠김' 기능 적극 도입해야
▲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들의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행 중 '스마트폰 화면 자동 잠김' 기능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출근 때 서울 지하철 5호선을 타다 왕십리역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탄다.

왕십리역은 서울 지하철 2호선과 5호선, 수인분당선의 환승역이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엄청 혼잡하다. 덧대는 식으로 환승 노선이 늘어나 환승 구조가 복잡한 것도 혼잡을 더한다. 상당 구간에서 지하철 환승객들이 격자 모양으로 엇갈리며 움직인다.

눈치껏 잽싸게 움직여야 내가 가려는 방향을 가로질러가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무사히 통과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나처럼, 나이 들어 행동이 느려진 사람들은 더 큰 주의와 용기가 필요하다.

더욱 난감한 것은 행인 중 상당수가 눈을 스마트폰 화면에 고정한 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하며 빠르게 걷는다. 이들에게는 부딪힐 것 같을 때 비켜주거나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하는 에티켓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늘 출근길에선 임산부(백팩에 임산부 배지 부착)가 스마트폰을 보며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을 봤다. 그가 발을 옮길 때마다 혹시나 헛딛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사고 장면도 자주 본다. 얼마 전에는 앞에 가던 사람과 가로로 빠르게 질러가려던 사람이 부딪혔는데, 가로지르던 사람 손에 들렸던 스마트폰이 바닥에 나뒹굴며 액정이 깨졌다. 비명 수준의 쌍욕이 이어졌다.

오늘 출근길에선 시각장애인의 흰지팡이가 스마트폰을 보며 빠르게 가로질러가던 사람의 발에 걸리는 모습도 봤다.  

'복잡한 길에서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보면 어쩌냐'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몰상식한' 태도가 몸에 밴 태도로 볼 때 괜한 봉변을 당할 수도 있겠다 싶어 참고 지나갔다. 

문제는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봉변'을 당하지 않으려면, 내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시각장애인이 봉변을 당하는 모습을 본 뒤로 나는 출근 때 꼭 지키는 게 있다. 가능하면 복잡한 시간을 피하려고 한다. 좀 일찍 출근한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는 옆으로 잠깐 비켜섰다가 사람들이 얼추 빠져나간 뒤 움직인다. 환승 때도 복잡하면 옆으로 물러나 잠깐 서 있다가 사람들이 잦아들면 움직인다.

그럴 때마다 '바쁘고 일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이 먼저 가야지'라고 되뇐다. 물론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과 나도 모르게 부딪혀, 일진 사나운 꼴을 당하지 말자는 속내가 크다. 복잡한 길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예의 없는' 사람에게서 사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테고, 기분 잡치지 않으려면 결국 내가 조심하고 피하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뭘 중요한 걸 보나 하고 곁눈질을 해보면, 드라마나 짧은 영상을 시청하거나 쇼핑몰 눈팅 등을 하고 있다.

'큰 사고 한번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라며 지나치곤 했는데, 며칠 전 후배 기자의 말을 듣고 다시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나가는 말로 후배에게 '걸으면서 스마트폰 보는 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는데, 정색을 하며 "저도 한때 그랬어요. 동생이 스마트폰을 보며 건널목을 건너다 큰 사고를 당한 뒤부터는 다시는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업'을 쌓고 있었던 거다.

대신 '걸을 때는 스마트폰 화면이 자동으로 잠기게 하면 어떨까'라는, 기술적 해법을 생각해본다. 차량 운전자가 시동을 걸면 그의 눈 앞 디스플레이에서는 영상이 재생되지 않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한 것처럼 말이다.

'꼰대' 소리를 들을까 겉으로 꺼내놓지는 못하고 속앓이만 하던 중 인병식 성신여대 수학과 명예교수가 한겨레에 기고한 '보행 중 스마트폰, 자동잠금 기술로 규제해야' 글을 봤다. 늘 해왔던 생각과 같아 한 눈에 읽혔다. '노 교수'가 오죽하면 이런 글을 썼을까, 공감이 됐다. 아니 나서주셔서 후련했다.

함께 생각해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 교수 글을 적극 인용한다. 관련 정책을 맡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스마트폰 기술 규격 제정을 맡고 있는 기관, 입법 권한을 쥔 국회 과학기술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의원들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기대한다.

"출퇴근 길, 지하철역 계단이나 도심 교차로에서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빼앗긴 보행자를 마주치는 일은 흔한 일상이 되었다. 신호등이 바뀌어도 발걸음은 둔하고 시선은 손바닥 안 작은 화면에 갇혀 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좀비처럼 걷는 사람들을 뜻하는 ‘스몸비’는 자조 섞인 유행어를 넘어 시민의 일상 안전을 위협하는 실제적인 위험 요인이 됐다. 현장에서 목격되는 사고 위기들을 단순히 개인의 부주의로만 보기에는, 발생하는 교통사고 건수와 사회 전체의 손실이 이미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인 교수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매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횡단보도 바닥에 바닥형 신호등을 매설하는 등 다양한 예방책을 펼쳤다. 하지만 고도로 정교하게 설계된 화면 속 유혹을 개인 의지만으로 통제하라는 것은 애초에 무리한 요구다. 실제로 보행 중 스마트폰에 몰두할 때 시각과 청각 인지 능력은 눈에 띄게 떨어진다.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기에 정부와 입법 기관이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인 교수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매너에 맡겨둘 단계를 넘어섰다고 지적한다. 

"이제는 기기 제조사와 통신망 제공 기업, 그리고 정부가 기술 제동 장치를 구축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은 스마트폰 내장 감지기를 활용한 ‘보행 중 자동 잠금 시스템’ 법제화다. 사용자가 일정 시간 지속해서 걸을 때 기기가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화면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거나 경고 창을 띄우는 방식이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임산부가 스마트폰 보며 계단 걷고 시각장애인 지팡이는 걷어차이고, 보행 중 '화면 자동 잠김' 기능 적극 도입해야
▲ 휴대전화를 보며 걷다가 발생하는 사고 위험을 낮추기 위해 휴대전화 제조사, 통신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국외 사례와 한계도 지적한다.

"물론 해외에서 사후 처벌 중심의 법적 억제책을 도입한 사례도 있다.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는 보행 중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건너다 적발되면 벌금을 부과하는 ‘산만한 보행 금지법’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금전적 과태료 부과보다 강력하고 확실한 대안은 기기 자체의 작동을 제어하는 기술 중심 근본 해법이다."

전례도 든다.
 
"규제가 소비자의 선택권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과도한 규제가 산업의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제조업계의 주장도 예상한다. 그러나 과거 차량 내부의 안전띠나 산업 현장의 안전 규격이 의무화될 때마다 언제나 반발과 우려가 뒤따랐다. 오늘날 그 규제들은 억압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공동체의 합의이자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기술 혁신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정작 소비자의 안전망 구축에 소홀하다면 이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는 처사다. 정부와 입법 기관, 그리고 제조 기업의 전향적 결단이 시급하다."

구체적 사례도 많다. 자동차 시동을 켜면 운전자 시야에 들어오는 차 내 디스플레이 기기에서는 영상이 재생되지 않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운전자의 전방 주시 주의를 떨어트려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을 때는 '찰칵' 소리가 크게 나도록 기기 규격을 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몰래 촬영을 통한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모두 논란이 일었지만, 공익 가치 보호 명분이 앞서며 도입됐다.

요즘은 스마트 안경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스마트안경 정면에 LED를 달아 사진이나 영상 촬영 때 깜빡이게 하는 방식으로 몰래 촬영을 통한 사생활·초상권 침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데 따른 것이다.

나아가 스마트 안경도 걸을 때는 영상이 재생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역시 보행자 안전을 위해서다.  
 
보행 중일 때 스마트폰 화면이 잠기게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다. 정책이나 입법 권한을 가진 기관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면 된다.

이미 습관적으로 걸을 때도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만큼, 반발과 반대도 클 것이다. '회사 후배 기자는 일률적으로 잠기게 하면, 도보 길안내 서비스 이용도 막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화면이 잠기게 해 보행자 시야를 휴대전화에서 자유롭게 하자는 것이지, 휴대전화 작동을 중지시키자는 게 아니다. 통화 등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기능은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도보 내비 서비스 역시 음성 안내로 돌릴 수 있게 하면 된다.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새로운 규제 내지 개인의 자유 침해 논란이 클 수도 있지만, 인 교수 지적대로 안전과 직결된 것이니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충분히 양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들의 문제는 휴대전화 사용 에티켓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에 맡길 수 있는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삼성전자·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고객 안전 및 권익 보호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휴대전화를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는 광고 카피처럼, '길을 걸을 때는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고 주위 풍경을 둘러보고 이웃과 눈인사를 나눠보세요'라는 식의 캠페인을 벌여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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