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분기매출 2천억 '합격점', 이동훈 미국 뇌전증 영토 확장 고삐
장은파 기자 jep@businesspost.co.kr2026-08-05 14: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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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이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미국 처방시장 영토를 넓히는 데 고삐를 죄고 있다.
경쟁약인 ‘브리비액트’ 제네릭(복제약)이 본격적으로 진입한 뒤 처음 맞이한 2분기 경쟁 환경에서도 엑스코프리 처방 증가세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SK바이오팜이 2분기에 미국에서 엑스코프리의 매출 2천억 원을 넘겼다. 사진은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
다만 기존 약물의 제네릭뿐 아니라 임상 편의성을 앞세운 후발 혁신신약도 미국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어 경쟁제품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전에 의료진과 환자 기반을 최대한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5일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엑스코프리의 2026년 2분기 미국 매출은 2244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45.6% 증가했다. 분기 매출이 2천억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엑스코프리 매출은 SK바이오팜의 2분기 연결 매출 2474억 원 가운데 90.7%를 차지했다. 엑스코프리의 성장세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회사 실적과 차세대 신약 투자 여력을 좌우하는 구조인 셈이다.
상반기 엑스코프리 미국 매출은 4억2210만 원이 아니라 4221억 원, 달러 기준으로 2억8450만 달러로 집계됐다. SK바이오팜이 제시한 올해 미국 매출 전망치 5억5천만~5억8천만 달러 가운데 상단의 49.1%를 상반기에 달성했다.
매출뿐 아니라 처방 증가세도 이어졌다.
엑스코프리의 미국 총처방 수(TRx)는 2분기 약 14만3365건으로 1분기보다 8.4%, 지난해 2분기보다 38.0% 증가했다. 월간 처방 수는 4월 4만6818건, 5월 4만7392건, 6월 4만9155건으로 매달 늘었다. 신규 환자 처방 수(NBRx)도 월평균 1800건 이상을 유지했다.
특히 올해 2월 말부터 브리비액트 제네릭이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된 점을 고려하면 2분기 실적은 달라진 경쟁환경에서 엑스코프리의 성장성을 처음 확인한 성적표라는 의미가 있다.
브리비액트 제네릭은 엑스코프리의 복제약이 아니라 다른 성분의 뇌전증 치료제다. 여러 치료제를 함께 투여하는 경우가 많은 뇌전증 치료 특성상 두 약물이 일대일로 대체되는 구조도 아니다.
제네릭이 출시됐다고 미국 보험사가 반드시 저렴한 약을 우선 처방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아니다. 약가뿐 아니라 제약사와 보험약제관리업체 사이의 리베이트 계약, 기존 처방목록, 사전승인 요건 등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워싱턴주 메디케이드 처방의약품 목록을 보면 엑스코프리는 선호약으로 분류돼 수량 제한만 적용된다.
반면 브리비액트 제네릭 브리바라세탐은 비선호약으로 사전승인과 수량 제한을 모두 받는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는 미국 최대 의료기업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사업 부문이며, 같은 그룹에는 미국 3대 의약품 급여관리회사(PBM) 가운데 하나인 옵텀Rx가 있다.
다만 보험상품별 조건이 다르고 제네릭 출시 뒤 처방목록 조정에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2분기 처방 증가만으로 경쟁 영향을 모두 넘겼다고 보기는 이르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브리비액트 제네릭이 초기 치료단계에서 선택될 가능성이 커지면 환자가 엑스코프리로 전환하는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대로 제네릭을 사용하고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가 늘면 엑스코프리의 잠재 처방군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 사장으로서는 의료진에게 엑스코프리를 더 이른 단계에서 추가하거나 전환할 근거를 제공하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더 직접적인 위협은 캐나다 제논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하고 있는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아제투칼너’다.
제논파마슈티컬스는 올해 3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아제투칼너의 신약허가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임상3상에서 아제투칼너 25mg 투여군의 월간 부분발작 빈도는 투여 전보다 53.2% 감소해 위약군의 10.4%보다 큰 감소폭을 보였다.
임상 참여자의 약 40%는 세노바메이트를 함께 투여하고 있었고 19%는 과거 세노바메이트를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아제투칼너가 허가를 받으면 엑스코프리를 사용한 환자군에서도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 제품은 서로 다른 임상에서 평가돼 효과를 수치만으로 비교할 수 없다. 다만 아제투칼너는 하루 한 번 복용하면서 별도의 증량 기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엑스코프리는 12.5mg으로 투여를 시작해 2주마다 용량을 높이고 11주차에 권장 유지용량 200mg에 도달하는 만큼 복용 편의성에서는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장이 올해 미국 마케팅을 다시 강화하는 것도 후발 신약의 허가와 보험 등재가 이뤄지기 전까지 엑스코프리의 처방 경험을 최대한 축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바이오팜은 4월 기존 소비자 직접광고를 재개한 데 이어 6월 말 새로운 광고를 추가했다. 하반기에는 환자 대상 광고뿐 아니라 의료진 대상 마케팅도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는 4월 전문간호사와 진료보조인력 등을 대상으로 뇌전증 교육자료와 온라인 강의, 의료진 사이 교류 기능을 제공하는 ‘에필렙시 커넥트’도 열었다. 전문의뿐 아니라 실제 환자 상담과 약물 관리에 관여하는 의료진까지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마케팅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감당할 여력도 확보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2분기 판매관리비는 1353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29.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71억 원으로 56.9% 늘었다. 엑스코프리 매출 증가분이 연구개발비와 마케팅비 확대를 흡수하고도 이익 성장을 이끌고 있다.
▲ SK바이오팜이 미국에서 엑스코프리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SK바이오팜.
적응증과 제형 확대도 경쟁 방어 전략의 한 축이다.
현재 엑스코프리는 미국에서 성인 부분발작 치료제로 허가돼 있다. SK바이오팜은 일차성 전신 강직간대발작과 소아 환자로 치료 범위를 넓히기 위한 추가 신약허가신청서를 연내 제출하기로 했다.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성인 환자를 위한 현탁액 제형은 이미 FDA 심사를 받고 있다. FDA가 정한 심사 완료 목표일은 2027년 1월31일이다. 적응증과 환자 연령, 제형을 확대하면 후발 신약과 겹치지 않는 처방영역을 확보하면서 엑스코프리의 제품 수명도 늘릴 수 있다.
더구나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의 뒤를 이을 미국 직접판매 제품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세노바메이트의 경쟁력 유지는 중요하다.
올해 2분기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은 2244억 원으로 전체 매출 2474억 원의 90.7%를 차지했다. 사실상 세노바메이트 한 제품의 성과가 회사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영업망을 활용할 외부 제품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계약 성과는 내놓지 않았다.
자체 개발 중인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SKL35501’도 임상 1상 단계여서 상업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형래 SK바이오팜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은 “연초 계획한 대로 기존 상업화 제품부터 후기 임상단계 후보물질까지 도입 대상 범위를 넓혀 다양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실제 거래 상대방이 있는 만큼 시점과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도입에 성공하면 기존 마케팅 인프라를 활용해 상당한 비용 절감과 마케팅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