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문객들이 6월23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에너지 박람회 인터솔라 전시장에서 CATL의 에너지저장장치 설비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 CATL >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CATL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에너지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히면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수직계열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CATL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데 효과를 본다면 한국 배터리 3사가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ESS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내기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2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CATL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ESS를 넘어 관련 인프라로 사업 영역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의 6월 집계를 보면 CATL은 1분기 세계 ESS 배터리 시장에서 29.9%의 비중을 차지하며 선두를 차지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전력 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한 ESS 수요가 증가하면서 CATL에 수혜가 집중되고 있다.
CATL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 기업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ESS 배터리 분야에서도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더 나아가 데이터센터용 전력 장비와 설비 운영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CATL은 5월 중국 푸젠성에 에너지저장장치에 저장한 전력을 시간대별로 분산해 공급하는 시스템을 시험할 수 있는 연구소를 열었다.
같은 달 중국 내 30여 개 도시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VNET의 지분 38%를 인수해 직접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CATL은 전력 장비 업체인 중헝전기 지분도 49% 확보했다. 전력 장비는 ESS에서 데이터센터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과정에 필수로 쓰인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에너지 공급망을 CATL이 수직계열화하며 ESS 배터리 공급사를 넘어 관련 생태계 자체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 번스타인의 닐 베버리지 에너지투자 책임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CATL의 모습은 TSMC가 첨단 반도체 제조 분야를 장악한 방식과 유사하다”며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 ▲ 중국 정부가 전력망을 비롯한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CATL은 ESS 사업부 매출을 늘렸다. <그래픽 챗GPT로 제작> |
중국 정부의 인공지능 산업 육성 정책도 CATL의 ESS 배터리 사업 확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자국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2조 위안(약 42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두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핵심인 전력망 안정화를 위해 에너지저장장치 도입을 확대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정산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제4차 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15차 5개년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에너지 저장 산업을 새 주력 산업 가운데 하나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자연히 중국 1위 기업인 CATL에 정책적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CATL이 이처럼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우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및 SK온에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전환하고 있는데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CATL과 유사한 전략을 앞세워 미래 성장 기회를 넓히고 있다. ESS용 배터리 공급을 넘어 에너지저장장치 운영 역량을 확보해 수직계열화 효과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0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관한 ‘2026년 AI 활용 ESS 구축 지원 사업’의 운영 사업자로 선정됐다.
전력망 통합 관리 전문 사내독립 기업인 에이블을 통해 제주도에서 에너지저장장치 운영 경험을 쌓은 덕분이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공급을 비롯해 관련 설비 구축과 운영 전반을 담당할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가정용 및 상업용 ESS 시스템을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업도 운영한다. 배터리셀 및 배터리팩과 ESS 완제품, 관련 설비 운영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노하우를 점차 갖춰나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CATL이 이미 더 강력한 생태계 효과를 갖춰냈고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에도 수혜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경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