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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슈퍼 온난화 물질' 규제 완화 놓고 트럼프 정부에 소송 잇달아, 기존 정책 회귀 가능성 커져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6-07-22 13: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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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슈퍼 온난화 물질' 규제 완화 놓고 트럼프 정부에 소송 잇달아, 기존 정책 회귀 가능성 커져
▲ 롭 본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이 13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슈퍼 온난화 물질'로 불리는 수소불화탄소(HFC)와 관련한 기존 규제를 환경 및 경제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독단적으로 대폭 완화했다는 게 이유다.

미국 연방정부는 규제 완화가 소비자와 기업들의 부담을 대폭 완화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분석에 따르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비용 지출을 늘리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환경단체와 제조업협회들도 트럼프 정부를 향한 소송전에 동참해 기존 정책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18개 민주당 주 정부, 환경보호청 규제완화 놓고 제소

21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18개 주와 역시 민주당원이 시장으로 있는 워싱턴 D.C. 및 뉴욕시 등이 함께 미국 환경보호청(EPA)을 상대로 수소불화탄소 규제 완화와 관련한 소장을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환경보호청이 지난 5월 '미국 혁신 및 제조업(AIM)법'을 개정해 친환경 냉매 사용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을 사유로 들었다.

해당 규제 완화로 미국 내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수소불화탄소가 들어간 냉매를 사용할 수 있는 시한이 사실상 무기한 연장됐다. 

수소불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대비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최대 수천 배 큰 기체다.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1로 잡는 지구온난화지수(GWP)를 기준으로 했을 때 자동차와 에어컨 등에 쓰이는 수소불화탄소의 GWP는 1430에 달한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공식성명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기록적 고온, 파괴적 홍수, 맹렬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지구가 위험한 기후 변곡점에 다가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인데 이런 와중에 트럼프 정부는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한 중요한 환경 보호 조치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미국 환경보호청, 비용 절감 목적으로 냉매 규제 대폭 완화

미국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주 정부에서 소송에 나설 정도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수소불화탄소를 비롯한 냉매 관련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환경보호청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에 제정된 AIM법에 포함된 냉매 규제를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2026~2028년으로 규정돼 있던 친환경 냉매로의 전환 시점을 2030년 이후로 연기했다.

슈퍼마켓이나 식료품점 냉동장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냉매의 GWP 기준 상한선도 기존 150~300에서 1400으로 대폭 높였다.

환경보호청은 이같은 조치가 기업들이 비싼 친환경 냉매로 전환하는 데 써야 할 지출을 줄여 운영 부담을 덜고 소비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25년 동안 약 25억 달러(약 3조7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환경보호청은 2036년까지 수소불화탄소 배출량 86%를 감축한다는 기존 목표를 폐기하지는 않았으나 로이터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규제 완화 내용을 보면 이를 사실상 준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슈퍼 온난화 물질' 규제 완화 놓고 트럼프 정부에 소송 잇달아, 기존 정책 회귀 가능성 커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5월 미국 백악관에서 수소불화탄소 규제 완화에 관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규제 완화가 비용 절감보다 부담 더 키워" 비판 거세

민주당 주 정부들에 더해 환경단체들도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전에 참가하기로 했다.

천연자원보호협회는 '책임있는 대기정책을 위한 연합(ARAP)' 등과 함께 주 정부들보다 하루 앞선 20일(현지시각) 환경보호청을 상대로 규제의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도니거 천연자원보호협회 기후전략 담당 수석 책임자는 성명서를 통해 "이보다 더 무의미한 규제 완화는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번 규제 완화는 도리어 식료품 가격을 높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기업들의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며 기후 재앙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연자원보호협회에 따르면 환경보호청이 발표한 비용 절감 기대치 25억 달러는 잘못된 통계를 사용한 과장된 수치로 실제 절감 가능한 비용은 약 9억4천만 달러(약 1조3900억 원)로 추산됐다.

이를 환산하면 향후 25년 동안 미국인 가정 한 곳당 절감되는 월 식료품비는 3센트에 불과하다.

또 환경보호청의 주장과 달리 기업들의 비용 지출 부담 완화 효과도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히려 제조업 협회에서는 단기적으로 기업들의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올해 5월 국제냉난방공조유통협회(HARDI)가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환경보호청의 규제 완화로 2029년 기준 수소불화탄소 수요는 공급량을 약 28% 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수소불화탄소 냉매의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12~24% 더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분석이 나온 이유는 그동안 업계에서 AIM법이 규정한 시기에 맞춰 수소불화탄소 냉매 생산 설비를 미리 줄여왔기 때문이다.

국제냉난방공조유통협회는 규제 완화로 급증한 수요 때문에 2029년 기준 미국 기업들의 냉매 관련 비용 지출액은 연간 80억 달러(약 12조 원)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이에 국제냉난방공조유통협회, 미국 냉난방공조협회(AHRI) 등 제조업 협회들도 규제 원상 복구를 위한 환경단체들의 소송에 동참하기로 했다.

탈봇 지 국제냉난방공조유통협회 최고경영자는 성명을 통해 "이번 규제 완화는 매우 실망스럽고 이런 방식을 택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며 "냉매 업계에서는 2020년에 규제가 처음 나오기 전부터 관련 대비를 하고 환경 영향이 적은 냉매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업계의 전환 노력과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가 무시되고 모두에게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변화가 추진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시장을 뒤흔드는 정책 변경으로는 책임감 있는 전환이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부터 환경단체와 제조업협회들까지 사실상 이해당사자 모두가 소송전에 뛰어든 만큼 수소불화탄소 관련 규제는 원상복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와 폴리티코는 이번 민주당과 환경단체, 제조업협회 측의 소송과 관련해 환경보호청 측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환경보호청의 일방적 규칙 변경은 AIM법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불법"이라며 "우리는 이같은 중요한 기후 보호 조치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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