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정부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및 조선 산업의 성공 전략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시급해지고 있다. 중국 CXMT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 CXMT >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정부 차원의 메모리반도체 산업 육성 노력에 성과를 내고 있다. 전기차와 태양광 시장에서의 성공 전략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중국의 추격을 방어할 길은 결국 기술 격차가 뚜렷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방어전선을 구축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시된다.
◆ CXMT 서버용 D램과 글로벌로 영역 확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경쟁
1일(현지시각) 포브스는 “중국 메모리반도체의 성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치열한 경쟁 환경을 열 수 있다”는 시장 조사기관 트레피스의 분석을 전했다.
트레피스는 특히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가 PC와 스마트폰용 D램 시장에서 만만찮은 상대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CXMT는 그동안 기술 부족으로 시장 공략에 한계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던 서버용 D램 분야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6월29일 로이터 보도를 보면 CXMT는 중국 빅테크 기업 텐센트에 3~5년 동안 서버용 D램을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규모는 200억 위안(약 4조6천억 원) 이상으로 파악됐다.
로이터는 CXMT가 레노버와 샤오미,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등 중국의 다른 대형 전자제품 제조사 및 IT기업과도 유사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애플마저 CXMT의 D램 구매를 추진하는 정황이 파악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이 미국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CXMT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세계 D램 시장은 수십 년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 기업의 과점 체제로 유지됐다. 따라서 업황이 악화해도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추세를 보였다.
반대로 지금과 같이 메모리반도체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호황기가 이어질 때는 소수 기업들이 수혜를 차지할 수 있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배경이 됐다.
하지만 D램 시장 성장이 CXMT에도 기회로 작용하면서 서버용 D램과 글로벌 고객사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 셈이다.
| ▲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의 추격을 방어할 길은 결국 HBM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챗GPT 제작> |
◆ 중국 정부 전기차와 태양광 ‘덤핑’ 전략 메모리반도체에 재현 우려
CXMT는 2016년 설립된 이후 장기간 이어진 적자에도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 여력을 확보하며 성장해 온 기업이다.
낸드플래시 전문 기업 YMTC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겪으면서 CXMT와 함께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
중국이 태양광과 전기차를 비롯한 산업에서 정부 정책적 지원으로 단기간에 세계 1위를 차지한 전략을 메모리반도체 산업에도 재현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레피스는 중국이 조선업과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분야에서 모두 정부 주도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기술력을 쌓으면서 성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결국 물량공세로 다른 국가의 기업들이 경쟁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덤핑 전략을 통해 중국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방식이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메모리반도체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겪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기업에 중장기 리스크가 떠오르고 있다.
트레피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30년 가까이 세계 시장을 지배해 온 만큼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아직까지 중국의 추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있다는 평가도 제시했다.
다만 CXMT가 현재 진행중이거나 예고한 투자 목표, 최근 실적 성장세와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 등을 고려한다면 중국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트레피스는 특히 “최근의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중국이 고대하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며 “30년에 한 번 찾아올 만한 시장 판도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 ▲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홍보용 이미지. <연합뉴스> |
◆ HBM 기술력은 중국의 약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성장동력으로 역할 더 중요
하지만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아직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메모리반도체로 꼽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로이터는 CXMT가 텐센트와 체결한 장기 공급 계약에도 HBM 포함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시장 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는 HBM 시장 점유율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 차이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HBM은 일반 D램이나 낸드플래시보다 기술 장벽이 높고 생산 증설도 어려운 고가의 반도체기 때문이다.
CXMT도 HBM 시장에 진출을 노려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의 글로벌 HBM 생산 점유율이 2025년 1%에서 2028년 12%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CXMT의 HBM 수율이 업계 평균보다 낮고 이를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단기간에 상용화를 본격화하거나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미애널리시스는 결국 CXMT가 일반 D램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성과를 HBM 시장에서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레피스도 인공지능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의 중심은 결국 HBM이라며 중국이 훨씬 높은 진입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HBM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제품이다. 일반 D램 및 낸드플래시는 결국 업황이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진출을 가속화할수록 HBM 기술 격차를 벌리고 안정적 양산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더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트레피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HBM 시장에서 중국과 격차는 매우 뚜렷하다”며 “CXMT의 양산도 계속 늦어지며 상위 기업들이 장기간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